2020 경자년에는 모두 161권의 책을 읽었다.

아마 그중에서 야마오카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 32권을 한 권으로 친다면 130권 정도 되겠지. , 오다 노부나가 7권도 빼야 하나. 그럼 대충 120권 정도?

권수가 뭐가 중하냐고 하면서도 그래도 책쟁이라면 이 정도는 읽어야지 하는 허세에 시달린다. 그런 점에서 나는 철저하게 겸손하지 못한 위선자일 지도 모르겠다.

 

내가 꼽은 베스트 5

 


1.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 윌라 캐더

2. 니클의 소년들 / 콜슨 화이트헤드

3. 알리바이 / 안드레 애시먼

4.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끼 선생

5.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 게리 폴 나브한

 


1. 올해 내가 만난 최고의 책은 윌라 캐더 여사의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였다.

말이 다 필요 없다.

책을 읽을 때도 그랬지만, 나중에 복기하면서 리뷰를 쓰면서 눈물이 줄줄 흘르더라.

윌라 캐더 여사를 너무 늦게 만난 게 억울할 정도였다.

 

2. 니클의 소년들 / 콜슨 화이트헤드


항상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가 미국 인종주의에 대한 책은 오직 흑인 작가들의 전유물인가라는 그런 생각이다.

하긴 백인 작가가 그네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면... 아마 진정성을 인정받지 못하겠지.

전작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도 그랬지만, 이번에는 좀 더 진화된 방식의 안정적인 서사에 방점을 찍고 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해야 할까. 시작에서부터 결말의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전율했다.

 

3. 알리바이 / 안드레 애시먼


아름다운 가게 종로책방에서 만난 안드레 애시먼의 (구입 당시) 신간이었다. 이집트에서 출발해서 이탈리아를 거쳐 미국인이 된 작가의 신산한 삶에 그만 반해 버렸다. 그냥 이유 없이 좋더라.

지인이 <그해, 여름 손님>이 참 좋다고 해서 그 책도 읽었다. 내게는 <알리바이>만 못하더라. <하버드 스퀘어>는 원서로 사서 처음의 몇 페이지 읽고 나서 잘 보관하고 있는 중이다. 어서 빨리 번역서가 나오길 기다리면서.

 

4.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 도끼 선생


이 책은 문동에서 출간되었을 때 바로 사두었던 것 같다. 아 물론 그전에 열린책들 버전으로 이미 사서 읽다가 포기했었다. 아니 그 때도 제법 읽었었는데... 매순간이 고비였던 것 같다.

문동에서 봄엔가 도끼 선생 챌린지를 하면서 도전에 나섰고, 이번에는 생각보다 쉽게 읽을 수가 있었다.

달궁 독서 모임에서 어느 동지가 대심문관 파트를 이야기할 때, 책을 읽지 않은 나로서는 정말 쪽팔리는 체험이었다. 아는 게 없었으니 말이다. 물론 책을 읽은 지금이라고 해서 달라질 게 없겠지만. 어쨌든 두어번 실패한 대작을 완독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족한다.

우리 인간이 원하는 구원은 존재하는가.

 


5. 지상의 모든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 게리 폴 나브한



독일군의 혹독한 900일 포위 공격 속에서 종자 연구소의 귀중한 종자들을 지키며 죽어간 러시아 종자 연구학자들에게 우리는 말할 수 없는 그런 빚을 지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특히 바빌로프 박사가 근 한 세기 전에 전 세계를 누비며 채집한 종자 루트를 추적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에 필적할 만한 르포르타쥬에 반했다. 바빌로프 박사의 전기도 읽어 보고 싶으나, 언제나 그렇지만 당장 읽어야 할 책들은 너무 너무 많고 시간은 부족하다.


 


아듀 트웨니트웨니, 웰컴 트웨니트웨니원.

 

[뱀다리] 새해에는 그동안 사두기만 하고 읽지 못한 로힌턴 미스트리의 책들인 <가족 문제><그토록 먼 여행>을 읽는 것으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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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01 00:0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대주교~에서 크리스마스 이브날 장면! 다독가이자 명작을 발굴할줄 아는 진짜 독서人
매냐님

레삭매냐 2021-01-01 00:44   좋아요 4 | URL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는 그야말로
인생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랍니다.

자신에게 맡는 좋은 책을 만나는 건 역시나
운빨과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상찬, 감사합니다.

han22598 2021-01-02 10:41   좋아요 2 | URL
스캇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독가이지만 명작을 발굴할 수 있는 독서왕!

유부만두 2021-01-01 0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너무 졸려서 이따 2020 베스트 정리 하려고요.
전 ... 도쿠가와 이에야스 만화 (13권) 를 쌓아두고 있습니다.

레삭매냐 2021-01-01 09:55   좋아요 0 | URL
전 만화 먼저 보고 나중에
원작을 보았는데... 만화 생각은
1도 나지 않더라구요.

만화도 참 재미지게 읽었었는데
말이죠.

유부만두님의 2020 베스트 기대
해 보겠습니다.

이뿐호빵 2021-01-01 01: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늘 찐독서의 진가를 보여주시는ㅎㅎ
마무리도 제대로 보여주십니다
올해도 화이팅!
응원합니다 ~~~

레삭매냐 2021-01-01 09:56   좋아요 0 | URL
찐독서라기 보다 막무가내 내 마음
대로 독서인일 뿐이랍니다 ㅋㅋ

막상 지나가고 나니 아숩네요.
새해에도 우리 열심히 읽어 보아요.
응원, 감사합니다.

희선 2021-01-01 0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20년에는 권수가 많은 책을 보셨군요 그런 책 한번 보면 뿌듯할 듯합니다 이걸 내가 다 읽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에 많이 드는 책도 만나셨군요 어떤 건 왜 더 빨리 몰랐을까 할 때도 있지만, 누군가는 그런 레삭매냐 님을 보고 부러워할지도 몰라요 이건 책일 때 그렇군요 다른 건 빨리 만난 게 더 부럽죠

레삭매냐 님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새해에 보고 싶은 책 많이 보시고 늘 건강하게 지내세요


희선

레삭매냐 2021-01-01 09:59   좋아요 0 | URL
권수 많은 책으로는 아마 소하치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당할 책이
없을 듯 합니다.

많은 분들이 도전에 나섰다가 현타
가 와서 도중에 하차하셨다고 하던데
전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그런 슬럼프 없이 두어달 순탄하게
달린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내친 김에 사서샘의 추천으로 <오다
노부나가>도 만났죠.

감사합니다, 희선님도 건독을 응원
하겠습니다.

겨울호랑이 2021-01-01 0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올해에도 책들과 함께 행복한 한 해 되세요!^^:)

레삭매냐 2021-01-01 10:00   좋아요 1 | URL
저도 작년 한 해 겨울호랑이님과 함께
달려서 즐거운 독서의 시간들이었습니다.

신축년에도 열심히 읽어 보겠습니다!

coolcat329 2021-01-01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눈물줄줄~인생책, 저는 언제 그런 책을 만나볼까요. 5번도 예전 레삭님 리뷰읽고 인상깊었는데 베스트 파이브에 선정됐네요. 대주교는 꼭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잘 읽었습니다 ~

레삭매냐 2021-01-01 11:59   좋아요 0 | URL
제가 주로 소설을 읽는데 5번은
간만에 만난 인문서적이었네요 :>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는 올해
다시 한 번 읽어 보려구요...
아 크리스 아이셔우드의 <싱글맨>
도 제가 베스트로 꼽는 책 중의 하나랍니다.

수이 2021-01-01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새해에도 알차고 꼼꼼한 독서 응원합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레삭매냐 2021-01-01 11:59   좋아요 0 | URL
밖은 추운데 집은 겁나 따뜻하네요.

수연님도 새해 복 많으셔요!
올해도 열심히 달려 보겠습니다.

moonnight 2021-01-01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존경합니다. 레삭매냐님@_@;;;; <대주교..>는 제목도 작가도 첨 들어보는..(무지함을 사과드립니다..) 저도 이제 보관함에 넣어봅니다@_@;;;; 해피 뉴 이어♡

레삭매냐 2021-01-01 12:00   좋아요 1 | URL
무슨 말씸을 그리...
저도 올해 처음으로 만난 작가랍니다.
이름은 그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윌라 캐더 역사의 책, 하나 더 장만해
두었는데 고 책도 읽어야죠, 무려 퓰리
처상을 받은 책이라던데.

scott 2021-01-01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새해 첫독서로 가족문제 좀 많이 무거운데 ㅋㅋㅋ오늘 하루 따숩고 행복하게🐶❣

레삭매냐 2021-01-01 12:01   좋아요 1 | URL
로힌턴 미스트리 책이 그런가 보네요.
<적절한 균형>도 그랬었는데.

그렇게 말만 해놓고 올해 처음으로
읽은 책은 어제 도서관에서 빌린
굽시니스트 선생의 만화 <본격 한중일
세계사> 5권이었네요.

태평천국의 난과 일본의 막말 난세에
대한 스케치가 아주 인상적이었습니다.

bookholic 2021-01-01 12: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늘 좋은 글과 좋은 책 추천 고맙습니다.
레삭매냐님께서 다섯손가락에 뽑은 책들은 꼭 읽어봐야겠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한 해 되시길 바랍니다....^^

레삭매냐 2021-01-01 12:11   좋아요 2 | URL
어느덧 새해가 12시간이나
지나가 버렸네요.

북홀릭님도 즐거운 새해 맞으시고
모쪼록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
니다. 감사합니다.

2021-01-01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1 18: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1 13: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01 18: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scott 2021-01-01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도끼 선생님 눈@@ ㅋㅋㅋㅋ


창비에서 홍대화 번역으로 카라마 조프 출간예정이라는데 ㅋㅋㅋ
올해 검안술 하셔야 할것 같아여 ㅋㅋㅋ

레삭매냐 2021-01-01 18:53   좋아요 1 | URL
역시 고전은 여러 출판사에서 나오는가
봅니다. 게다가 판권이니 인세 문제도
없으니 좀 더 자유롭지 않나 싶네요.

창비의 카라마조프도 기대해 봅니다 :>
근데 홍대화라는 분은 열린책들 싸장님
아니셨나요? ㅋㅋ

mini74 2021-01-01 17: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덕에 좋은 책 많이 만났습니다. 니클의 소년들 ㅠㅠ 너무 잘 읽었습니다. *^^* 행복한 2021년 맞이하시길 ~~

레삭매냐 2021-01-01 18:54   좋아요 1 | URL
오! 여기 동지 한 분을 발견했네요.

그렇죠, 화이트헤드의 <니클의 소년들>
정말 짱이었습니다.

미니74님도 행복한 신축년이 되시길!

하나의책장 2021-01-01 21: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난 한 해 알차게 읽으셨네요ㅎ
벌써 새해라는 게 믿겨지지 않아요ㅠ

레삭매냐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레삭매냐 2021-01-02 10:21   좋아요 1 | URL
네 감사합니다 !

새해의 첫날이 덧없이
그렇게 흘러가 버렸네요.

하나의책장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유부만두 2021-01-01 22: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읽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때문에 아주 죄 짓는 기분이에요. 이미 하권으로 접어들었는데 남부인, 특히 농장주의 특권의식과 편견에 이야기는 늘어지는 중이에요. 하지만 요즘 영화에서 본 남부인들의 모습은 이 소설의 시절을 향수를 갖고 바라보니 참 씁쓸하네요. 그걸 전 문화적 상품으로 나이브하게 소비하는 거고요. 쨌든 하권을 읽고 있어요. 완독후 <니클의 소년들>을 읽으면 어느정도 속죄를 할 수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레삭매냐 2021-01-02 10:23   좋아요 3 | URL
오 말로만 듣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에 도전하시고 계시는군요.

전 요즘 굽시니스트 선생의 <본격 한중일
세계사>에 빠져 있는데... 거기서 보니
남북전쟁 당시 남군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나오더라구요.

남부연합-구민주당-대농장주로 구성된
기득권층의 새로운 모습이 요즘 미쿡에서
활개치는 트럼피들의 원형이 아닐까 싶
더라구요.

유부만두 2021-01-02 10:35   좋아요 2 | URL
맞아요. 트럼프 MAGA 주장이랑 많이 겹쳐요.

AgalmA 2021-01-08 05: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대주교에게 죽음이 오다> 제목이 영 안 끌리던데 레삭매냐 님이 이렇게까지 얘기하시면 안 읽어 볼 수가 없@@)!

레삭매냐 님은 리뷰 건너뛰기 안 하시나요? 저는 리뷰 쓰는 시간만 빼도 50권은 더 읽었을 거 같더라고요ㅎㅎ

레삭매냐 2021-01-08 09:30   좋아요 1 | URL
저는 먼저 윌라 캐더 여사의 <나의 안토니아>
를 읽다가, 저자의 다른 책인 이 책도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 보기 시작했는데 너무 마음에 들어서
중고로 사들였네요.

리뷰는 될 수 있으면 책을 읽는 대로 쓰려고 노력
하지만, 그래도 일 년 한 두 권은 쓰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더라구요. 작년에는 김은국 교수님의
<순교자>가 그랬네요. 처음에 읽었을 때와 너무
달라서요. 번역 탓이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