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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대왕
호어스트 에버스 지음, 문항심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5월
평점 :
절판
최근 북유럽 스릴러가 대세인 요즘 이번에는 독일 작가의 코믹 스릴러다. 솔직히 각 나라마다 그 나라 특유의 정서가 있기 마련이다. 대학시절 로얄 테넌바움(2001) 이라는 영화를 극장에서 본적이 있는데 나와 언니의 바로 옆에 두 외국인 커플도 함께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의 중간에 우리는 전혀 웃지 않는데 그 두 사람이 웃는거였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극장에서 유일하게 그 두사람만 소리내서 웃었던 기억이 난다. 번역상의 문제인지, 그 나라의 문화와 다른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의 상황이 그 이후에도 계속 기억에 남았다.
그런 이후 이런 생각은 종종 책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재미있다고 유쾌하다고 생각한다는 책을 정작 나는 아무 감흥도 느낄 수 없었고, 어떤 경우엔 그 이하의 감정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래서 간혹 너무나 긍정적이다 못해 극찬에 가까운 책들을 보면 살짝 걱정이 되기도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이 책을 읽고 오히려 기대에 미치지 못함에 책에 대해 더 부정적으로 서평을 쓰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책은 베를린을 배경으로 한다. 독일식 유머와 스릴러가 담긴 책이다. 최근에야 소설을 읽을때 이 책이 독일소설이구나 하고 나라를 구별하지만 그전까지는 거의 그냥 읽었었다. 굳이 북유럽, 미국 이런식으로 나누지도 않았던것 같다. 그런데 최근 구분되는 소설들을 보면서 때로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정서를 확실히 경험할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도 왠지 독일의 베를린 식 코믹 스릴러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먼저 해봤다.
최근에 니더작센 주의 지방도시에서 베를린으로 부임한 라너는 현실과 바람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즉각 깨닫게 된다. 작은 도시에서 온 그는 독일 최고의 도시 베를린에 제대로 적응하기가 힘들고 그의 이런 모습은 동료들은 물론 시민들에게까지 무시를 당하게 된다. 신고식이라고 하기엔 라너에겐 다소 가혹하다.
어찌됐든 베를린에 부임한 이후 첫 사건이 라너에게 맡겨진다. 바로 이 책의 첫장면에 등장하는 루시라는 여자 아이가 지른 비명과 관련되어 있다. 어느 집 뒷마당에서 이미 썩기 시작한 남자의 사체가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피해자의 집에서 발견되는 거액의 현금과 원고 뭉치들. 그는 대필 작가 카민스키다. 그리고 뒤이어 독일 최대의 행충방제기업의 CEO인 마칼리크가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리고 우연히 만나게 된 동창생이 그 회사에 일하고 있음을 알고 그에게 부탁해서 정보를 얻고자 한다. 하지만 이후 베를린에 쥐떼가 출몰하게 된다. 그리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쥐떼를 퇴치하겠다는 공약까지 걸리게 된다.
어리숙하다고 놀림을 받지만 그는 결코 멍청하지 않다. 출세욕도 있고, 감각도 있어 보인다. 사건과 관련된 인물들을 찾아서 단서를 얻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베를린 동료들이 비웃었던 모습을 상상조차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제목인 베를린 대왕이라고 불린 CEO 마칼리크의 죽음에 얽힌 사건을 풀어가는 그의 모습과 사건이 해결되어 가는 모습을 코믹 스릴러라고 말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싶다.
라너의 활약도 흥미롭지만 가히 베를린 대왕이라고 불려도 될 만한 마칼리크의 활약(?)도 흥미로운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