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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르네상스 문화가 꽃피게 되었을까? - 미켈란젤로 vs 레오나르도 다빈치 ㅣ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 27
최경석 지음, 남기영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4월
평점 :

역사가 아무리 사실을 기준으로 기록된다고는 하지만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진다는 말이 결코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역사를 외곡하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승자의 입장에 선 이야기를 들려줄것이고 그렇다면 패자의 입장에선 어떻게 될까? 아마도 억울한 점이 있을 것이다. 승자에 진 패자라는 멍울을 쓴 채로 죽음이후를 보내는 것도 내내 억울한 일인데 자신에 대한 평가마저 승자쪽으로 기울어진 것이라면 누구라도 그 억울함을 호소하고 싶어질 것이다.
이 책은 그런 발상에서 나온 책인것 같다. 영혼들의 나라인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에서 일어나는 패자가 승자를 상대로 제기한 재판이 과연 이제까지의 정석처럼 받아들여지던 내용을 뒤집을 수 있을지, 우리는 그 재판과정에서 어떤 진실을 듣게 될지에 대한 이야기도 이 책을 읽는 재미이자 재판을 지켜보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역사공화국 세계사법정의 27번째 법정 공방은 르네상스 시대와 전시대를 통틀어서 최고의 예술가로 불리는 예술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의 이야기다. 14세기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문화의 부활을 일으키는 '르네상스'가 형성되었다. 이제까지 르네상스의 발상으로 중세를 극복하는 동시에 인간 중심 문화를 꽃피웠고 이를 통해서 근대의 세계가 열렸다고들 평가한다. 그러면서 대표적인 사례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을 언급한다.
이번 법정 공방에서 중요 쟁점 과제는 단연코 '르네상스'가 될 것이다. 르네상스에 대한 인식을 과연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르네상스의 중세를 극복하고 근대라는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게 한 중요한 역사적 문화사조가 될 것이고, 반대로 미켈란젤로의 주장처럼 르네상스를 중세 기독교적 가치 아래에서 융합시키고 조화시킨 인물은 자신이였다는 이야기가 등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미술사적으로 위대한 두 천재의 대결이 단순히 미켈란젤로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밀려서 자신의 명예가 추락했다거나 그를 더 높이 평가하는 데에서가 아닐 것이다. 다만 자신이 추구하고자 했던 미술사적 사조가 달라서 서로에 대한 평가마저 달라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는 물론 단테, 마키아벨리, 보티첼리라는 거장들이 대거 등장해서 피고와 원고의 입장을 대변하고 그 과정에서 우리는 르네상의 문화의 정수를 다시금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비록 미켈란젤로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오히려 법정에서는 르네상스에 대한 좀더 명확한 정의와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권고받게 된다. 하지만 조각, 회화, 건축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의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혼을 불태우며 자신의 천재성을 보여준 미켈란제로의 업적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 판결 내용이다.
수세기나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동안 정의처럼 정답처럼 내려져 오던 내용을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아무 시도도 하지 않고 그대로 억울함을 간직하고 있기 보다는 이렇게 미켈란젤로처럼 자신을 제대로 알리는 동시에 그 자신도 제대로된 역사 인식을 할 수 있다면 비록 자신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해도 덜 억울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그 내용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면 패자 그 이상으로 다가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