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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
소피 옥사넨 지음, 박현주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북유럽 소설들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이 책은 핀란드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은 핀란디아 문학상과 프랑스의 FNAC 문학상과 프리 페미나 에트랑제 상을 수상했으며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숙청] 원작 소설이라고 한다. 여러모로 많은 화제가 된 작품이다. '추방'이라는 제목과 표지속 한 여인이 가방을 들고 괴로워하는 표정이 묘하게 어울리는 작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핀란드 소설 속에 익숙하지 않은 에스토니아가 등장할까 싶었더니 저자는 핀란드인 아버지와 에스토니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그녀가 2003년 핀란드로 이민온 에스토니아 여인의 삶을 그린 《스탈린의 소》라는 첫소설로 문단에 등장한 것을 보면 그녀의 삶에서 어머니의 영향이 크지 않았을까 추측하게 된다.
책 표지속의 여인의 모습을 보면 상당히 괴로워보이고, 동시에 아픔을 느끼게 하는데 책 내용을 읽다보면 결코 가볍게 읽을 수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1930년부터 1990년까지 60년간 소련과 독일 다시 소련의 정렴을 받았던 에스토니아의 역사가 묻어나는 소설이라고 할수 있을 것이다.
과거 우리나라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았을때 우리나라 여성들이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남자들과는 또다른 강제징집을 당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이야기가 더 의미있게 다가오는것 같다.
소설 속 이야기는 1992년 에스토니아 래네마에서 살고 있는 알리데의 집에 의문의 낯선 자라라는 여자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자라는 남편과 여행을 하던 중 길을 잃었다고 자신을 소개하지만 사실은 알리데를 찾아 온 것이다. 돈을 벌러 독일에 갔지만 결국 창녀가 되어야만 했던 자라가 이모할머니인 알리데를 찾아 온 것이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던 자라에게서 알리데는 옛날 형수 한스를 좋아했던 추억과 그로인해 공산주의자가 되어서라도 한스를 지키고 싶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외할머니 잉겔은 알리데에겐 한스의 부인이자 언니였고, 자라에게 에스토니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고 그렇기에 자라는 죽음을 무릅쓰고 에스토니아의 알리데를 찾아 왔던 것이다.
자신의 집착과도 같은 사랑에 한스는 알리데 자신을 증오했고, 추방된 언니와 조카를 그리워 했었다. 그런 가운데 자신의 앞에 나타난 조카의 딸인 자라의 모습을 보면서 알리데는 자신의 잘못을 떠올리며 괴로웠을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엔 자라를 지켜냄으로써 그 잘못에 대한 속죄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핀란드는 떠올릴수가 없었다. 오히려 에스토니아가 어떤 나라인지 궁금해졌다. 정확히 어디쯤에 위치에 있는지도 몰랐던 나라의 한 여인에게 일어났던 일들과 그 나라로 돌아 오게 된 한 여인이 경험한 일들이 안타까움 이상의 감정을 자아내게 했던 소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