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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셔츠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솔직히 제목만 봐서는 어떤 장르인지 도무지 짐작하기 힘든 작품인데 이 책이 사실은 『베아트리스와 버질』의 개정판이라니 『베아트리스와 버질』을 읽어본 사람이라도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한 이 책에 오히려 신선함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얀 마텔이라고 하면 『베아트리스와 버질』보다도 『파이 이야기』를 더 먼저 떠올리는 한 사람으로서 아직『베아트리스와 버질』을 읽어보질 못했기에 개정판인 이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밖에 없었다.
소설가 헨리는 홀로코스트에 대한 글을 쓰지만 그의 의도와는 다르게 평론가와 출판관꼐자들에게서 비난을 받게 되고, 헨리는 결국 아내와 함께 낯선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하지만 그런 헨리에게 팬이 플로베르의 안에는 플로베르의 단편 소설 「호스피테이터 성 쥘리앵의 전설」과 「20세기의 셔츠」라는 희곡의 일부분이 들어있는 우편물을 보내게 된다. 그렇게해서 헨리는 자신에게 보내 온 그 우편물에 적힌 주소로 보낸 이를 찾아가게 되고, 자신과 똑같은 이름을 가진 박제사 헨리를 만나게 된다.
그렇게 찾아간 소설가 헨리에게 박제사 헨리는 자신이 쓴 희곡 「20세기의 셔츠」를 읽게 되고, 함께 배달되었던 플로베르의 소설에서 쥘리앵이 동물들을 학살하는 내용을 우화식 희곡 「20세기의 셔츠」와 연간짓게 된다.
희곡에 등장하는 당나귀 베아트리스와 원숭이 버질의 이름은 단테의 신곡에서 연옥과 지옥의 안내자 베르길리우스(버질)와 천국의 안내자 베아트리체(베아트리스)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사실을 생각해 볼때 박제사 헨리가 쓴 책은 과거 독일의 홀로코스트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박제사의 행동과 그가 주장하는 모습 이면에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음이 밝혀지게 된다.
“셔츠가 어디에나 있듯이, 홀로코스트는 어디에나 있다!”
소설가 헨리와 박제사 헨리라는 동명의 두 인물을 통해서 홀로코스트를 둘러싸고 그것이 아직까지도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 헨리에게 박제사 헨리가 접근하는 모습이나 그에게 자신의 희곡을 읽게 하는 모습, 그리고 끝내 자신의 본모습을 드러내는 모습은 솔직히 약간 충격적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