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똥 쪼물이』는 제22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저학년 창작 부문 수상작으로
책의 내용은 언뜻 보면 우리 아이들의 학교 생활에서 필요한 준비물 중 하나인 지우개를 사용하면 필연적으로 나오는, 그러나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던 지우개똥을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그려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이 주목할 점은 아이들이 각자가 사용한 지우개똥을 뭉쳐서 마치 점토 인형을 만들듯이
눈코입을 그려주는데 이때 아이들 각자의 성향이, 그리고 이 지우개똥을 만들 때 당시의 감정이 고스란히 이입된다는 점이다.
아마도 지금 이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누구라도 경험했을 초등학교 때의 생활이 떠오를테고
무엇보다도 잘할 때보다 무엇인가를 잘 못했을 때 선생님으로부터 혼이나고 또 부모님으로부터 혼이날 때 아이들이 느끼는 감정을 아주 잘 표현하고
있다는 부분이 좋다고 생각한다.
2학년 3반의 선생님의 별명은 깐깐 선생님이다. 받아쓰기, 일기 검사, 숙제 검사를 아주
깐깐하게 하시고 조금만 틀려도 곧바로 울보 도장을 찍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울보 도장이 3개가 되면 벌 청소도 하고 알림장에 적혀서
엄마에게까지 혼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은 울보 도장을 받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선생님이 요구하는대로 하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아이들은 더욱 칭찬 도자을 받기가 힘들고 오히려 울보 도장은 늘어난다.
그러던 어느 날 유진이가 지우개 똥으로 쪼물이라는 것을 만들고 생명을 불어넣어준다. 이어서
준서, 다빈이, 태우까지 지우개 똥을 뭉치기 시작한다. 다만, 아이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는데 이는 지우개 똥이 아이들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레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우개 똥은 각각 쪼물이, 짱구, 헐랭이, 딸꾹이이다. 이 지우개 똥은
아이들이 무엇인가를 지우는 동안 나온 지우개 가루를 먹고 튼튼해지는데 만약 아이들은 즐거운 기분에서 지우면 맛있는 맛이, 아이들이 슬프거나
힘들거나 하는 기분에서 지우면 그를 똑 닮은 맛이 난다.
지우개 똥들은 유진이네 조를 비롯해 2학년 3반 친구들을 힘들게 하는 울보 도장을 없애려는
계획을 세우게 되고 이를 실행에 옮기지만 첫 번째 계획은 울보 도장의 너무 큰 덩치에 밀려 실패해버리고 오히려 쪼물이가 선생님의 책상 서랍에
갇히게 된다.
그렇게 이틀 동안 갇혀 있던 쪼물이를 다른 지우개 똥 친구들이 구해내고 그동안 지우개 가루를
먹지 못한 친구들은 몸이 마르고 버석해져서 점점 더 힘이 약해진다. 여기에 울보 도장이 만든 부하 벌레(역시나 지우개 똥이다)까지 등장해
친구들은 더욱 위험에 빠진다.
결국 지우개 똥은 쪼물이가 서랍에 갇혀 있는 동안 발견한 샤프심으로 하나의 방법을 생각해내고
이번에야말로 작전은 제대로 맞아떨어지는데...
쪼물이와 친구들의 작전이 성공해 울보 도장이 사라지자 2학년 3반은 오히려 아이들이 더욱
칭찬받을 일이 더 생겨나고 이 모든 사실을 알지 못하는 선생님은 그동안 자신이 행동을 돌이켜보면 아이들에게 진짜 필요한 것은 울보 도장과 같은
꾸지람이 아니라 칭찬 도장이였음을 알게 된다.
이처럼 책은 우리 주변에 있는 지우개 똥을 통해서 오히려 어른들에게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책은 어린이를 위한 책이나 어른들이 읽으면 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