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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왔다
티무르 베르메스 지음, 송경은 옮김, 김태권 부록만화 / 마시멜로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찰리 채플린 콧수염, 2:8 가르마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 아돌프 히틀러. 이 책은 바로
그 아돌프 히틀러가 2011년 8월 30일, 현재에 다시 태어났다. 히틀러를 대표하는 그 모습 그대로, 심지어 제복까지 갖춰 입은 그가 베를린의
한 공원 공터에서 불현듯 깨어난 것이다.
히틀러는 한창 전쟁 중이던 베를린을 생각하지만 주변을 돌아 보면 볼수록 그 당시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1945년에서 66년이 지난 2011년에 나타난 히틀러는 당연히 현재에 적응하지 못함으로써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쓰러울 정도이다.
사회보장번호는 물론 주소조차 없는 그는 자신이 입고 있었던 제복 한벌이 유일한 재산이자 자신의
신분을 보장하는 것이지만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히틀러를 연기하는 연기자쯤으로 여겨질 뿐이다.
단순히 외모만 닮을 것이 아니라 말투나, 그가 생전에 연설하는 모습을 빼다박았기에 사람들은
그의 유명한 연기자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그가 자신의 이름은 아돌프 히틀러라고 말해도 그 마저도 흉내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히틀러가 신문 가판대에서 날짜를 확인하는 순간 지금이 1945년이 아님을 깨닫게 되고,
이로 인한 충격으로 쓰러진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그 신문 가판대의 주인이였던 사내로 단박에 히틀러와 똑같은 모습에 방송에 나가면 크게 히트칠
것이라 생각한다. 결국 그 남자는 방송관련 사람들에게 히틀러를 소개시켜주고, 그들 역시 히틀러와 똑닮은 히틀러의 모습에 놀라 그를 캐스팅하기에
이르는데...
여전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과거 독일제국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서 자신이 현재에
태어난 것이라 믿는 그다. 게다가 현재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은 마치 블랙코디미를 연상시키는데, 독일어의 동음이의어(예를 들면 히틀러를 연기자로
오해한 신문 가판대 주인이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묻는 상황에서 프로그램이라는 단어는 방송 프로그램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정당의 정책을 의미하기도
한다.)를 활용해서 현재의 사람들과 서로 동상이몽하는 모습을 웃음을 자아내기도 하는 것이다.
진짜 히틀러와 진짜 히틀러를 정말 많이 닮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통하지 않는 의사소통은
계속되고, 그를 나치즘을 풍자하는 걸로 생각하고, 그를 TV 쇼에 출연시키기에 이른다. 히틀러는 66년 전 자신이 말하고, 행동하던 그대로를 할
뿐이지만 현재의 사람들은 그의 모습에 열광하기에 이른다.
과거 유태인들을 수용소에 보냈던 그는 현재의 베를린 시내에 터키인들이 많이 다니는 것에
놀라는데, 이는 독일인들의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고자 했던 그의 사상에 반대되는 일이였고, 이 일 외에도 낙태와 성형수술에 대해서도 자신만의
논리(물론 이게 묘하게도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든다. 과거 그가 나치즘을 표방했듯이 말이다.)로 사람들을 오히려 열광시키는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지나친 표현이 사람들의 반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점차 그마저도 캐릭터처럼 굳혀져서
사람들은 이제 아돌프 히틀러에 반하게 되고,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는 일약 스타로 화제가 되기에 이른다. 이에 히틀러는 과거 자신이 그랬던것처럼
현재에도 그의 추종자를 만들것을 계획하게 되는데...
66년을 뛰어넘어 나치즘을 품은 히틀러가 현재에 나타나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이 현재의
사회·정치적인 문제를 오히려 풍장하게 되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되고, 자칫 히틀러라는 인물과 나치즘에 치우쳐 문제화 될 수 있는 이야기를
생각 이상으로 풀어나가는 점에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책에는 한정판 특별 부록으로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베스트셀러 작가의 스페셜 만화
<그가 돌아왔다 in 서울>이 수록되어 있으니 이 부분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