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박이일 일정이 잡혔다. 일요일 아침에 출발하여 월요일 오후에 돌아온다. 산간지방으로 갈 것이다. 여기도 나름 산간인데(국토의 대부분이 산이라는 의미에서) 더 산간으로 들어갈 것이라고 한다. 순전히 얻어먹으러 가는 것이라서 너무 완전무결하게 거지 행색을 하게 되면 민폐도 그런 민폐가 없을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레(의례적으로 쓴다지만 내가 쓰고도 너무 싫다) 해본다. 이보다 더(망)할 순 없다는 나름의 결기를 위해서라도, 그러니까 어떻게든 완연한 거지꼴만은 면해야겠다는 취지에서 내일 출발을 위한 준비물을 챙겨야 한다. 한마디로 수중에 가진 돈은 없고 백프로 신세질 노릇을 왜 자처해설라무네 이 맘고생을 하게 되었나, 어처구니가 없지만 반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뭐라도 챙겨야 하는데 뭘 챙기나. 속옷과 양말. 세면도구와 잠옷. 모자와 장갑밖에 생각나는 게 없으니 그딴 거 집어치우고 다른 걸 생각해 보자. 생각생각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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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5 0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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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5 0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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