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한잔 했지만 술한잔 함께 나눌 친구가 없다는 자각을 이 사진을 보면서 한다. 엄마가 들으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일이다. 이 미친 년아, 술꾼이 다 되었구나. 난 물론 엄마로부터 아버지로부터 오빠로부터 동생으로부터 독립하다 못해 생까고 있는 처지다. 친구가 없는 나는, 피 한방울 안섞인 절대가족 한명를 부여잡고 술 좀 먹자고 외친다. 다행히 내게도 들리지 않는 외침이다. 하지만 오늘의 특수상황인 것이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책이나 읽다가 잠드는 게 마땅하다. 다음날 아침에는 언제나 잘 일어나서 1교시 수업을 들어야 한다. 국어도 영어도 아닌 수학스런 메뉴가 정해져 있어서 그나마 내일은 다행이다. 오늘 낮에는 1시간이 넘도록 봄볕을 쬐었다. 그 덕분에 길고양이 두 마리를 투샷으로 사진에 담았다. 그들이 작당하고 사라진 곳의 흙냄새가 따뜻하길 바랄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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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30 0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30 0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ueyonder 2017-03-30 2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왜 이렇게 사진과 글이 정겨울까요!

컨디션 2017-03-30 22:36   좋아요 0 | URL
으흠? 블루욘더님..
반갑습니다!
아마도 이 모든 게 술의 힘이겠지요..넵 술때문 입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