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조중동을 비롯한 유사언론사의 신문은 우연한 기회에라도 보지 않는다. 하다못해 포탈뉴스에서조차 이들을 거부한다.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지만, 어쨌든, 조중동이 만들어내는 소설은 그리 재미가 없고 문학적인 가치도 없기에 그렇다. 그나마 프레시안, 오마이뉴스, 한겨레 같이 그래도 덜 이상한 신문은 아이폰 앱으로 중간중간 보는 정도. 그런 내가 보는 뉴스매체는 이곳의 지역신문과 CNN 그리고 딴지일보 정도라로 하겠다. 딴지일보가 과연 뉴스매체인가 하는 부분은 일단 넘어가기로 하고, 최근의 홍석동씨 납치사건, 또 필리핀에 억류중인 한국인 선장, 더 멀게는 외국 어디에선가 살인 용의자로 몰려 오랜 수감/재판 끝에 풀려난 유학생까지 굵직한, 그러나 정부와 조중동이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사건들의 해결의 중추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딴지일보는 나에게는 뉴스매체이고 사회활동과 참여가 어우러진 참 언론사이다. 일단 여기까지.
한국의 전 국토가 시멘트로 덮혀가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나 역시 한국에 살던 시절에는 아파트 외의 다른 주거형태를 생각하기 어려웠고, 잊을만 하면 터지던 단독주택에서의 범죄사건을 보면서, 아파트는 그래도 안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동굴처럼 앞문만 제대로 막고 수비하면 들어갈 수 없는 구조의 아파트가 단독주택보다는 안전하기는 하다. 너무 안전해서 이웃과의 소통도 필요없고, 외부와도 철저하게 차단된 구조라는 점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점점 진화해가는 아파트 건축기술, 특히 아파트가 집단거주시설임이 무색할 만큼, 구조적으로도 비교적 독립을 보장하는 요즘의 모습을 보면 이는 오히려 소비자들의 기호를 반영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요즘 새로 짓는 아파트는 다른 입주자와 이웃하거나 마주보는 대문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그런데, 이미 실수요를 따져보면 3:1로 공급이 넘친다는 선대인 소장의 말도 있듯이 이 아파트 열풍은 너무 심한 정도는 넘어선지 오래인 듯 하다. 땅이 좁고, 수도권에 인구의 30%이상이 몰려있다는 것을 가정해도 재개발과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아파트 건축붐은 심한데가 있다.
그래서 그랬나? 작년에 이런 저런 일로 한국을 드나들면서 그전까지는 덜 다니던 내부순환도로를 타고 인천공항을 오가던 나는 종종 가벼운 멀미에 시달렸었다. 내가 원래 그런 체질이라면 신기할 것도 없겠지만, 나는 멀미가 없는 사람이다. 8시간이든 16시간이든 차, 비행기, 배, 어떤 것을 타더라도 멀미는 하지 않는다. 하물며 뻥 뚫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멀미를 할 턱이 없다.
내가 가볍게나마 멀미를, 어쩌면 더 정확하게는 일종의 조급증/답답증을 느낀 이유는 다름아닌 이것들...
사진으로 보고만 있어도 눈이 가물가물하고 토가 나올 것 같은 이 풍경들 때문이었다.
내가 태어나 오래 살았던 인천은 바다에 면한, 산이 그리 많은 곳은 아니다. 그러나 분명히 약산, 문학산, 청계산을 비롯해 크고 작은 산과 언덕이 꽤 많이 있었던 도시로 기억한다. 그러던 것이 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지방자치단체의 무분별한 개발과 rebate열풍, 그리고 가카의 치세로 이어진 분양 first 건축 second 입중 whatever whenever정책에 힘입어 지금 인천에는 산이란 산은 거의 모두 사라진 상태이다. 산 중턱에 건축을 하는 것을 넘어, 아예 얕은 산은 다 깎아내버리는 공법을 통해 평지로 만들어진 곳에 20층이 넘는 아파트들을 지어댔기 때문이다. 아마도 거기서 나오는 막대한 자재이익은 땅주인에게 환원되지 않았을 것은 분명하고. 사진의 저런 풍경은 수도권 어디에든지 눈을 돌리면 보이는 지금의 한국 거주자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일 것이다. 물의 온도를 조금씩 높혀가면 자기가 삶아지고 있는것을 모르고 cook되는 솥단지안의 개구리처럼 그 환경에서 사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이런 것을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나는 갑자기 펄펄 끓는 물속으로 던져진 개구리 같았던 모양이다.
수도권 곳곳에 이제는 일년 내내 볕이 들지 않는 구간이 많이 있다. 기존에 5층 단지가 들어서 있던 곳을 20층 이상의 단지, 그것도 훨씬 더 빽빽한 구조로 조성된 고층 빌딩단지 덕분이다. 무리하게 건설사를 먹여살리는 중앙정부의 정책과 지방정치를 장악한 건설토호들의 분탕질에 국토의 시멘트화는 적어도 당분간은 더 가속화 될 것이다. 4대강을 시멘트로 덮고 천문학적인 액수의 국가예산을 사이좋게 나눠먹은 가카새끼 일당도 모자라서, 이제는 지류를 시멘트로 덮겠다고 나서는 3050을 보면서 내가 알던 한국의 모습은 어디에서 찾을까 착잡하다.
지방도시, 아니면 현지인들이 외면하는, 개발을 빙자한 파괴의 손길을 피해서 살아남은 곳들만이 내가 추억하는 한국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다. 개발 그 자체의 호불호를 떠나서 국민 대다수와는 관련이 없는 미친 파괴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개발만이 경기부양의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construction이 아닌 restoration, 친환경, 친사람, software쪽으로 눈길을 돌리면 더 많은 고용을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얼마든지 만들어 낼 수 있고, 그 효과는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원리를 애써 무시하는 21세기 한국의, 변기모양을 로고로 삼는 신빨갱이들이 참 밉다.
*사진은 딴지일보에서 퍼온 것으로써, copyright에 문제가 된다면, 당장 내릴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