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한국사회만의 일은 아니겠으나, 유독 학력이 간판으로써 큰 역할을 하게 되는 한국의 사회적인 병폐로 느껴지는 논문표절이 또 도마위에 올랐다.  김미경이라고 하는 스타강사라는데, 그간 거침없는 성공학 발언과 자신감에 찬 강의와 책으로 많은 팬을 거느리고 있는 사람인 듯 싶다.  궁금해서 검색해보니 얼굴은 기억이 나는 사람이다.  이런 저런 자기계발서와 강의로 TV도 나오는, 그 쪽으로는 꽤나 유명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이런 류의 '지식판매원'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다.  더구나 인문학책을 읽을 시간에 자기계발서를 읽으라던 말을 한 모양인데, 그 말 한 마디로 이 여자의 얕은 지식세계를 옅볼수 있기도 하거니와, 논문표절을 하고도 남음이 있다는 생각이다. 

 

까놓고 얘기해서, 한국에서 석박사 논문표절은 일도 아니다.  다만 일이 되는 것은 범인이 유명해졌기 때문인데, 정치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유명해지면 그런 것들이 파헤쳐지고 적절히 공격에 이용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날 뿐이다.   그저 그럴만한 사람이 그럴만한 짓을 했고, 여타 많은 '그분'들처럼 김미경도 자신의 출세와 영달에 이를 이용한 것 뿐이다.  화룡점정격인 그녀의, '관행'이며, 그리 큰 잘못이 아니라는 식의 해명을 볼 때, 나의 이런 판단, 일면식도 없고, 그다지 관심도 없던 사람에 대한 마구잡이 평가는 꽤나 정확한 것 같다는 생각이다.

 

에드워드 권의 학력의혹부터, 수많은 사회정치인들부터 논문표절, 그 이상 심각한 학력위조는, 적어도 한국에서는 일도 아니다. 한 2-3년 조용히 있다가 적당히 잊혀지면, 다시 나와서 활동할 수 있는 사회적인 인식과 환경이 조성되어 있고, 덤으로 지난 5년간 매우 강력해진 각종 '명예훼손'에 대한 법률의 보호까지 받을 수 있기에 김미경이라는 사람도 역시 그리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이다.  적당한 가격으로 자신을 팔 수 있는 지식시장과 현학강좌, 이를 통한 대리만족과 class의식의 고취로 정신적 허영을 누리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김미경이란 사람.  다시 나와서 열심히 팔게 될거라는데 내 책상위의 커피 한캔을 건다.

 

알라딘을 검색하니 아직 '무릎팍 도사가 인정한' 최고의 강사라는 선전과 함께 그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책이 리스트가 된다.  사태의 추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빨리 빼버리는 것이 좋겠다.  책 제목이 자꾸 이상해보이기 때문이다.

- 김미경의 드림 온 --> 김미경의 '표절 온'

- 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 김미경의 '아트 표절'

- 언니의 독설 --> 언니의 '표절'

- 꿈이 있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 '표절'하는 아내는 늙지 않는다

- 김미경의 키즈 스피치 --> 김미경의 키즈 '표절'

- 스토리 건배사 --> '표절' 건배사

 

제목을 리스트하고 보니 이 사람의 제품이 더욱 더 얄상해보인다.  이건 나에게만 국한된 것이겠지만, 이런 류의 장사꾼들의 책은 소시적에 많이 읽어봤기에 뻔한 내용일 것이라 생각된다.  나는 성공한 사람이 쓴 자기계발서는 좀 믿지만, 성공하기 위해 쓴 자기계발서나 자기계발서를 써서 성공한 사람의 말은 잘 믿지 않는다.  많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경험 - 일, 독서, 영화, 인간 등등 - 에서 얻는 결론이다.

 

PS 이 사건에서 걸리는 것은 딱 한 가지.  취재원이 조선일보소설집단이라는 사실.  얘네들 수준이야 우주에서 꼴지라는 것은 뱃속의 태아도 아는 사실인데, 무슨 다른 목적이 있는지 의심된다.  특히 이 사건을 다룬 일부 블로거들의, 오스트랄로 피테쿠스 수준의 글을 볼 때, 심히 그 성향이 국정원장스러움에 더욱 우려되는 바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김미경이 희생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제발 우리 사회의 현실을 생각할 때 그녀도 피해자다라는, 네안데르탈 수준의 양비론은 지양하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