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경기가 과열되면, 그 현상이 심화된 특정 재개발지구에는 어김없이 떴다방 부동산 업자가 등장한다. 아주 예전에 박정희 시절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인데, 개발붐이 끝나기 전에 조용히 이런 업자들은 돈을 챙겨 사라지곤 한다. 매우 비정상적이고 투기조장형의 영법형태와 구성, 그리고 종종 나타나는 불법적인 행각 때문에 이들은 단속대상이기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근절되기 어려운 형태의 비정상엽업을 일삼는 이들은 건전한 부동산 업계의 관행과 정착을 위한 박멸대상일호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최근에 출판업계에도 이런 행태가 도입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하는 일이 생겼다.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이 의심은 이미 입증된 사실에 기반한다. 우선 다음의 링크에 가면 나오는 비교와 문제제기를 읽어보시라. http://cafe.naver.com/mhdn/102321. 어제 포스팅한 글에서 책탐님과 댓글을 주고받으면서 알게 된 요즘의 '데미안' 열풍(?)에 대한 이야기다.
쉽게 정리하면 요즘 뜨는 '프로듀사'에서 아이유가 김수현에게 받아 읽어가는 PPL에서 등장하는 책 '데미안'의 카피는 크눌프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책이다. 번역자의 이름과 약력도 나와있고, 출판도 버젓이 회사이름을 걸고 했는데, 뭐가 문제인가 물어본다면 당신은 링크의 글에서 제기된 이슈를 잘 읽지 않은 것이다.
구성에서의 심각한 원문훼손은 차치하고라도, 누가봐도 원문과 민음사 번역, 그리고 문학동네의 번역판을 그대로 가져온, 그러니까 표절이 심각하게 의심되는 번역, 토씨하나 틀리지 않게 나오는 번역이 하필이면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크눌프'라는 업자의 번역본,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륜이 빛나는 명문출판사들을 제치고 차지한 PPL, 거기에 따른 판매부수가 문제라는 것이다. 링크에서 나온 글 외에도 다른 분께서 언급한 디자인의 유사성도 궁금해서 찾아봤다.
이 카피는 '크눌프'라는 업체에서 나온 딱 두 권의 책의 합본이다. 거의 드라마와 함께 나온 것을 기획한 듯 이미 띠지에 '프로뷰사'를 팔고 있다.
이 정도면 거의 드라마의 제작관계자와 사전에 함께 기획한 냄새가 나는데, 책이 알라딘에 나온 날짜는 5/18이고 드라마가 첫 방영한 주말은 5/15-5/16주간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냄새도 아주 구린 똥냄새가 폴폴 올라온다.
이 업자가 낸 다른 책은 없고, 오로지 이 두 권만이 프로듀사의 방영에 맞춰 '크눌프'라는 듣보잡의 이름과 이모씨라는 번역가의 이름을 달고 나온 것이다.
다음은 민음사 모던 클래식 시리즈, 그러니까 다른 분께서 제기하신 디자인 표절의 대상이 되는 책들 중 아무거나 하나를 찾아 보았다. 다른 책들과 비교하면 더욱 그런데, '크눌프'판의 데미안의 책 디자인은 우연인지는 몰라도 민음사 모던 클래식의 디자인과 너무 닮았다.
세상에 8명 정도는 유전자의 구성한계로 나와 비슷하게 생긴 사람이 있다고 하는데, '크눌프'판 디자인과 민음사 모던 클래식 디자인의 유사성은 이런 통계적인 법칙은 가볍게 무시할 수 있을만큼 그 이미지와 모양새가 비슷하다.
BTW, 이런 시리즈가 있는 줄 몰랐는데, 책이 너무 예뻐서 모던 클래식 시리즈도 하나씩 구해야 할 것 같다.
쓰고보니 문제는 단순한 표절의 문제를 넘어서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의 이슈들로 정리가 된다.
1. 번역에 있어 아무리 외국어-한국어를 번역하는 것이라고 해도, 그리고 표현에 있어 제한이 있다고 해도, 특정 부위는 민음사 판을, 다른 부위에서는 문학동네 판을 사용하여 100%의 싱크율을 보일 수는 없다. 네이버 카페에서도 언급했지만, 절대로 100%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2. 구성을 원문과 다르게 자기 멋대로 재단해서 배치한 것은 저자가 의도한 구성과 flow를 완벽하게 무시한 행태로 보인다. 책의 스토리 이상, 전개 또한 그 중요한 장치가 되는데, 이런 식으로 마구잡이로 가져다 재구성하는 행위에는 일말의 도덕성도, 책과 작가에 대한 존중도, 나아가서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도 볼 수 없다고 하겠다.
3. 프로듀사의 첫 방영과 함께 출간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는 교묘한 발매시기. 드라마 구성/구상시점, 또는 작품을 찍던 초기에 이미 '크눌프'의 책이 등장하는데, 실제 발매시기는 5/18로 되어 있고, 이 날짜가 첫 발매날짜라면 '크눌프'의 데미안은 드라마 소품으로 이미 제작되었다고 봐야한다. PPL이 아닌 드라마 상품/책을 만들어 냈다고도 볼 수 있겠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민음사와 문학동네는 이 문제에 대한 이슈제기를 정식으로 KBS와 크눌프에 전달해야 할 것이고, 독자들은 나름대로의 판단에 따라 구매에 신중함을 보였으면 한다.
이 따위로 책을 만들어 놓고서 번역자/출판사 운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거니와 심각하게 비도덕하고 비법적인 행태라고 생각된다. 이런 식으로 한 건 올려서 돈을 벌고 사라지려는 행태, 독자들을 우롱하는 짓꺼리가 심히 불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