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현대문학 가가형사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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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사소한 실수와 같은 작은 일이던 또는 큰 일이던 사람들은 남이 알지 못했으면 하는 감추고 싶은 과거가 하나씩은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은 과거에 저지른 숨기고 싶은 도덕적으로 법적으로 지탄을 받을 만한 내 과거의 사건을 누군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때 이를 감추기 위해 얼마나 악한 생각을 하고 또 이의 실행을 위해 치밀하게 계획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책 표지에 '살인의 동기란 무엇일까? 그것을 생각하며 이 책을 썼다.'라고 한 것처럼 소설의 초반에 범인이 밝혀지고, 살인의 방법까지 공개한 상태에서 가가 형사를 통해 살인의 동기를 찾는 과정을 서술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꼭 살인사건과 같은 범죄가 아니더라도 우리 주위에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일들의 진짜 동기를 알게 되었을때 그 일과 그 일을 행한 당사자에 대한 판단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 것인지 생각해 봤습니다. 악의를 숨기고 피해자를 악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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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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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주장대로 이 책이 답사기이던 또는 기행문이던 간에 둘 다 작가가 돌아 본 우리나라 산천과 문화재에 대한 감상을 기록했다는데에는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책 자체가 감상을 적은 것인데 이 책을 읽고 또 책에 대한 감상을 보탠다는 것이 맞는 일인 것인지를 살짝 생각해 봤습니다. 매번 그랬듯이 유홍준 교수의 책은 참 잘 읽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년째 읽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산천과 문화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는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책 전체에 대한 감상보다는 책 속 두군데의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신립장군을 생각하며 쓴 글에 인용된 것입니다. '요순시대 고요라는 신하가 순 임금과 훗날 임금이 되는 우, 충절의 상징인 백이 앞에서 정치를 논하면선 한 얘기다. 그 사람이 그 자리(관직)에 있을 만한 인물이 못되면, 이는 하늘을 어지럽게 하는 일이 된다.'(P337, 338)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일은 반복되나 봅니다. 요순시대에 논하던 얘기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두번째는 신경림 선생의 생가 앞에서 선생이 쓴 시 '다시 느티나무가'의 주인공인 바로 그 느티나무 아래서 읆은 시 입니다.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문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잠시 의아해 하기는 했으나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사는 이치라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을,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P320, 321)

 늙고 병든 시인의 눈에 다시 커진 느티나무가 아름다워 보인다고 한 것을 보며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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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스커레이드 호텔 매스커레이드 시리즈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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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살인으로 의심되는 3명이 죽은 상태로 소설은 시작됩니다. 그리고 범인이 남긴('독도를 우리 땅'이라는 노래를 알고 있는 세대는 그리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는, 물론 좀 꼬아서 만들기는 했습니다만) 단서에 따라 경시청에서는 코르테시아 도쿄 호텔에 수사관을 파견하고 일부 수사관은 호텔 직원으로 신분을 위장하여 범인을 색출하기 위한 수사를 시작하게 됩니다. 책 제목인 '매스커레이드 호텔'에서 매스커레이드는 '가면, 가면무도회'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호텔이라는 특성상 많은 사람들이 호텔을 오고가고, 스스로를 숨기고 가면을 쓰고 서로를 대합니다. 직원도 손님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안에서 안전함을 또한 편안함을 느끼며 그 댓가를 지불합니다. 예상되는 살인 날짜가 다가 오면서 호텔 직원들도 잠복한 수사관들도 긴장이 고조되고 모든 일에 예민하게 됩니다. 그 와중에 특정인들이 특정정보를 독점하게 되고 정보를 공개해서 우리의 안위를 도모할 것인지 공개하지 않아서 타인의 안위도 지킬 것인지 조마조마한 상황이 이어집니다. 그리고 결국은 범인이 밝혀지고 그 범인의 뜻밖의 살인의도가 드러납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게 되고 의도했던 하지 않았던 많은 상처를 주고 받게 됩니다. 그 상처가 상처를 받는 입장에서 얼마나 클 수 있는 것인지 그 상처로 인해 그 사람의 인생이 얼마나 무너질 수 있는 것인지 돌아보게 해주는 글 이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또 앞으로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되는 기회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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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케스 찾기 2016-11-18 0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히가시노 게이고는 소설보다는 영화로만 접했는지라ㅠㅠ
{백야행, 방황하는 칼날, 하모니, 용의자x의 헌신, 한여름의 방정식, 비밀},,, 여기까지는 봤습니다 ^^
˝천공의 벌˝은 곧 볼 거구요ㅋㅋ
자주 들러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리뷰도 다른 리뷰들과 같이 잘 읽겠습니다ㅋㅋ

Conan 2016-11-18 10:47   좋아요 1 | URL
히가시노 게이고 소설은 십여권 읽었습니다. 중고서점에서 사놓고 아직 읽지못한 책도 십여권 되구요. 다양한 주제로 글을쓰고 있고 시사하는 바도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는 작가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1-18 20:54   좋아요 1 | URL
그러신거 같았어요ㅋㅋ
히가시노의 추리소설을 좋아하시는 분ㅋ
촘촘히 잘 짜여진 것이,, 저는 영화로만 봤어도(본래 원작인 책이 영화보다 더 나은 법이니까요,,) 잘 짜여진 각본이 좋던데,, conan님 덕에(?) 히가시노 소설이 급 땡깁니다ㅋㅋ 안그래도 영화를 통해 접하고 있던 작가인지라ㅋㅋ
히가시노 소설의 리뷰를 쓰신거 잘 읽고 있습니다 ^^
 
열광금지, 에바로드 - 2014 제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연합뉴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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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분 7초짜리 다큐멘터리 <열광금지, 에바로드>는 이제 인터넷에서 주문형 비디오로 볼 수 있다. 가격은 2000원' 이라고 이 소설은 시작하고 있습니다. 책을 다 읽은 저는 조금전에 네이버N스토어에서 2000원을 내고 작가가 실제로 이 소설을 쓰는 계기가 된 본격 오덕의 덕질 다큐멘터리 '에바로드'를 봤습니다. 소설을 읽고 다큐멘터리까지 본 지금의 제 느낌은 덕질도 이정도면 어느정도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는 것이 옳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는 아재개그에 피식피식 헛 웃음을 흘리는 40대 후반의 아저씨이고, 에반게리온이 뭔지 1도 모르고, 팬들의 열광이 한참 지난때에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을 몰아서 본 정도의 일본 애니메이션에 대한 낮은 이해 수준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오덕에 대한 편견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과 영상을 보면서 제 이해 수준과 상관없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오덕들의 행동이 경건하다는 느낌까지 받게 됐습니다.

 

책에서 화자인 신문사 기자 장휘영은 '에반게리온 월드 스탬프 랠리'를 완주하고 '열광금지, 에바로드'라는 다큐멘터리를 찍은 박종현을 인터뷰 하고 다큐멘터리에는 표현되지 않은 그의 인생에 대해 다큐멘터리 제목과 같은 <열광금지, 에바로드>라는 소설을 쓰는 것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그 후의 내용은 종현의 험난한 가정사와 오덕인생이 흥미롭게 그려지고 그 가운데 '에반게리온 월드 스탬프 랠리'의 과정이 묘사됩니다. '에반게리온 월드 스탬프 랠리'는 스튜디오 카라에서 주최한 이벤트로 프랑스, 일본, 미국, 중국에서 개최되는 각각의 전시회에 참가해서 에반게리온에 등장하는 주요 캐릭터의 스탬프를 찍어서 모으는 이벤트 입니다. 단순히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의 스탬프를 모으기 위해 비싼 여행경비와 시간을 들여가며 세계 각국을 짧은 시간 안에 다닌 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또 얼마나 좋아하면 그런 일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인지 황당하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거꾸로 내게는 저만큼 좋아하는 일이 있었던가 되돌아 보게 되기도 했습니다. 결국 종현은 스탬프 랠리를 완주하고 일본의 에바스토어에서 완주확인을 받습니다.

 

책에서는 오덕에 대한 여러 묘사와 오덕 자신의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오덕은 우리눈에 보이는 그들의 캐릭터 분장을 코스프레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평상시 자신의 모습을 일반인 코스프레라고 하더군요. 어쩌면 저도 집을 나서는 순간 세상에 보여주기위한 코스프레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런 대단한 오덕들을 취재해서 소설을 만들어낸 작가도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참 즐거운 책읽기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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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20 0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집중.집념.집착.이게 중독하지 않는 조절....그래서 책 오덕이 좋더라구요.^^.

Conan 2016-10-20 09:24   좋아요 2 | URL
맞습니다. 여기 북플 이웃분들은 책 오덕이라고 할만한 분들이 많아 보입니다.^^

2016-10-20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0-20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르케스 찾기 2016-11-18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간 관계상,, 아쉽지만ㅠ
오늘은 여기까지,,
(오늘은 여기까지는 영화 대사에서ㅋㅋ 꽂힌 후로 계속 쓰게 되네요ㅋ)
잘 읽고 갑니다

Conan 2016-11-18 01:48   좋아요 1 | URL
네~ 편안한 밤 되십시요^^
 
소리 없는 빛의 노래
유병찬 지음 / 만인사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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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장에는 글로 표현하는 것 이상의 많은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의 수학여행 사진에는 그 장면 뿐 아니라 고등학교 3년의 추억이 고스란히 들어있고, 결혼 사진 한 장에는 아내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아이 낳고 키우고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는 우리 부부의 이야기가 들어있고, 군대시절 사진에는 훈련소 시절부터 제대할 때 까지의 세월을 읽을 수가 있습니다.

 

유레카의 포토에세이 '소리없는 빛의 노래'에 들어있는 사진들도 한 장 한 장 작가의 추억과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NIWAKANO의 발바닥 사진에는 그날 하루의 고단함이 들어 있고, 별다방 사진에는 시골 다방의 추억이 온전히 들어 있으며, 현이 울리듯이의 기타치는 아저씨 사진에는 기타치는 아저씨의 열심과 사진찍는 작가의 울림이 느껴집니다.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작가의 사진에 대한 열정과 애착 그리고 노고를 볼 수 있었습니다. 수록된 사진이 모두 좋았습니다만 저는 개인적으로 별다방 사진에서 아주 오래전에 가봤던 시골 다방의 촌스러움과 정겨움이 아련하게 느껴졌습니다.

 

감사하게도 유레카님께서 책을 선물해 주셔서 아주 기쁜 마음으로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에필로그에서 말씀하신대로 이번책을 두 번째 여정의 출사표로 삼아 계속해서 좋은 사진들을 나눌 수 있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유레카님의 건승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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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6-10-18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흐..감상 감사합니다^^.....네,,찰라의 미학이란 무엇인가..ㅎㅎㅎ그런 생각이 파파 팍스칩니다.

Conan 2016-10-18 22:07   좋아요 4 | URL
책 감사히 잘 보고 읽었습니다. 후속 작품 기대합니다.^^

커피소년 2016-10-19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알라딘에서 가장 소개가 많이 되는 책이 이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ㅎㅎㅎ

‘소리 없는 빛의 노래’에 대한 리뷰를 가장 많이 읽은 것 같습니다..ㅎㅎ

저도 사진 책에 대한 리뷰를 이 책으로 시작했고요..ㅎㅎ

정말 울림이 큰 책이었습니다..^^

사진 에세이 분야에서 독보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지요..^^

Conan 2016-10-19 09:14   좋아요 1 | URL
네~ 여러분들이 리뷰를 쓰셨더군요~ 유레카님 인기도 반영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