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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 강물은 그렇게 흘러가는데, 남한강편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5년 9월
평점 :
작가의 주장대로 이 책이 답사기이던 또는 기행문이던 간에 둘 다 작가가 돌아 본 우리나라 산천과 문화재에 대한 감상을 기록했다는데에는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책 자체가 감상을 적은 것인데 이 책을 읽고 또 책에 대한 감상을 보탠다는 것이 맞는 일인 것인지를 살짝 생각해 봤습니다. 매번 그랬듯이 유홍준 교수의 책은 참 잘 읽힌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20년째 읽고 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산천과 문화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글솜씨는 참 대단한 것 같습니다. 이번 책에서는 책 전체에 대한 감상보다는 책 속 두군데의 글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신립장군을 생각하며 쓴 글에 인용된 것입니다. '요순시대 고요라는 신하가 순 임금과 훗날 임금이 되는 우, 충절의 상징인 백이 앞에서 정치를 논하면선 한 얘기다. 그 사람이 그 자리(관직)에 있을 만한 인물이 못되면, 이는 하늘을 어지럽게 하는 일이 된다.'(P337, 338)
시대를 막론하고 이런 일은 반복되나 봅니다. 요순시대에 논하던 얘기가 바로 지금 우리 앞에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참 답답하게 느껴졌습니다.
두번째는 신경림 선생의 생가 앞에서 선생이 쓴 시 '다시 느티나무가'의 주인공인 바로 그 느티나무 아래서 읆은 시 입니다.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기 시작한 때가 있다.
그때까지는 보이거나 들리던 것들이
문득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
나는 잠시 의아해 하기는 했으나
내가 다 커서거니 여기면서,
이게 다 세상사는 이치라고 생각했다.
오랜 세월이 지나 고향엘 갔더니,
고향집 앞 느티나무가 옛날처럼 커져 있다.
내가 늙고 병들었구나 이내 깨달았지만,
내 눈이 이미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진 것을,
나는 서러워하지 않았다.
다시 느티나무가 커진 눈에
세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멀어져
오히려 세상의 모든 것이 더 아름다웠다. (P320, 321)
늙고 병든 시인의 눈에 다시 커진 느티나무가 아름다워 보인다고 한 것을 보며
참 따뜻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