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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Furie, Hai Phuong, 2019

  감독 키엣 르-

  출연 응오 탄 반탄 니엔 판

 

 

 

 

  사채업자 밑에서 일하며 어린 딸 마이를 기르는 하이 프엉’. 다른 지역에서 이사와 다른 이와 소통하지 않으며 여자 혼자 아이를 기르기에주위에서는 온갖 이상한 소문이 무성하다학교에서 사생아나 사채꾼이라 놀림당하는 마이는 엄마가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물고기 양식을 하기를 바란다그러던 어느 날사람 많은 한낮의 시장에서 잠깐 엄마와 떨어져 있던 마이가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납치당한다죽을 힘을 다해 그들을 추적하는 프엉그리고 그들이 어린이 납치와 장기밀매를 일삼는 무리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영화 테이큰 Taken, 2008’의 여자 버전이라고 하는데어떤 부분에서는 더 멋진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이 작품과 비슷하게 엄마가 납치된 아들을 찾아 헤매는 키드냅 Kidnap, 2017’이라는 영화도 있었는데그것보다 훨씬 좋았다액션 장면은 진짜……처음 딸이 납치될 때 그 커다란 고깃집 칼을 들고 있는 유괴범들과 시장에서 싸우는 장면도 멋졌고오토바이 추격장면도 긴장감이 넘쳤다무엇보다 후반부의 기차역에서 벌어지는 싸움 장면은 우와하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총과 무술을 적절히 섞어서 싸우는데진짜 멋졌다.

 

  영화는 중간중간에 프엉의 과거를 보여준다또한딸을 찾기 위해 그녀가 십년 넘게 외면했던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 부탁하는 장면도 집어넣으면서그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조금씩 힌트를 준다하지만 모든 사실을 다 밝히지는 않는다그 때문에 어떤 부분들은 여전히 의문이 남기도 한다특히 제일 궁금한 건마이의 아빠는 누구이고 어떻게 된 걸까아마 그런 과거 사정까지 시시콜콜 다 밝히면 영화가 너무 늘어지고 지루해질까 봐 빼버렸을 수도 있다그런데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진짜 궁금하다마이의 아빠는 어떻게 된 걸까설마 혹시라도 2편이 만들어진다면뜬금없이 웬 남자가 마이야내가 네 아빠다.’라고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어쩐지 그러면 좀 실망일 것 같기도 한데.

 

  이 작품의 대부분은 추격장면과 싸움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그러면서 중간에 긴장을 풀라는 듯이 코믹요소도 곳곳에 숨어있다예를 들면오토바이를 타고 무작정 달리다가 어느 파티장에 난입한 프엉이 길을 알려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지나가는 장면이라거나오토바이 질주를 하던 프엉이 자기 때문에 넘어진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장면병원에서 경찰을 피해 도주하면서 인질범과 납치범이 헬멧을 각각 쓰고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 등등그 와중에 눈물을 자극하겠다는 속셈이 보이는 장면도 있었고어떻게 그렇게 놓치냐며 답답한 장면도 있었다하지만 주인공의 액션 장면을 보면눈물이나 답답함이 싹 가셨다.

 

  그나저나 납치범들이 마이를 납치해갈 때생각보다 여러 명이 개입하고 있어서 놀랐다얼핏 세어보니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거기다 철도나 기차 관련 내통자도 있는 것 같고그러니까 공무원까지 가담하여 완전 기업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이러니 경찰에서 매번 허탕을 치지어쩌면 경찰 내부에도 조력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여기서는 경찰이 무능하거나 뒷북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리뷰를 쓰다가기차역 싸움 장면만 또 멍하니 보고 있었다하아진짜 멋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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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케이프 룸
애덤 로비텔 감독, 테일러 러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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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Escape Room, 2019

  감독 애덤 로비텔

  출연 테일러 러셀로건 밀러제이 엘리스타일러 라빈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 거액의 상금이 걸린 방 탈출 게임 초대장이 배달된다각각의 비밀과 트라우마를 가진 여섯 명은호기심을 안고 초대 장소로 도착한다그리고 그들이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게임이 시작된다처음에는 단순히 게임으로만 생각했지만실패하면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섯 명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애쓰는데…….

 

  이 영화의 홍보를 처음 봤을 때영화 쏘우 Saw, 2004’와 큐브 Cube, 1997’의 조합이라는 문구를 읽은 기억이 난다쏘우에서는 정체불명의 주최자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가 목숨을 걸고 덫에서 빠져나오기를 강요한다큐브에서도 역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어느 네모난 방에서 깨어나출구를 찾아야 한다다른 방으로 옮겨갈 수 있는데운이 좋으면 살아남지만 아니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영화, ‘이스케이프 룸을 보면홍보 문구처럼 두 영화가 적절히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예전 영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적절하게 따와 나름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반대로 나쁘게 말하면하나만 베끼면 찔리니까 두어 개의 작품을 갖고 왔다고 할 수 있다물론 여기저기서 괜찮은 설정을 가져와 감독의 개성까지 잘 녹여낸다면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거나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이 작품은 어떨까아마 홍보 문구를 읽지 않았어도두 작품이 떠올랐을 것이다그 정도로 두 영화의 흔적이 강하게 남겨져 있었다그런 부분을 의식했는지제작진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바로 여섯 명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트라우마였다.

 

  누군가는 비밀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몰았고또 누군가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를 살렸다이렇게 글로만 보면 상당히 감동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영상에서는 약간 늘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첫 번째로 빨리 죽어버린 사람을 제외하면남은 사람들의 사정을 조금씩이나마 풀어주었다그게 무려 다섯 명물론 그게 갈등을 일으키고 중후반에 가서 사람들을 위기에 빠트리는 역할을 하기에 필요하긴 했다보면서 저 사람이 사고 칠 것 같다고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기능도 했고 말이다하지만 몇몇 부분은 굳이 넣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긴박하게 계속해서 방을 탈출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라 조금 쉬어가는 의미로 넣은 걸까그런 거라면 이해해야겠다사람마다 느끼는 긴장의 강도가 다르니까 말이다.

 

  2편을 암시하는 마무리를 보면서, ‘뭔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그 정도 규모라면 방 탈출의 범위를 넘어버렸다아무리 재력과 권력이 많은 배후가 있다고 해도무슨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철천지원수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설마 1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건가?

 

  대가 없는 공돈이란 없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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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오마가린 왕자 도난 사건
필립 스테드 지음, 에린 스테드 그림, 김경주 옮김, 마크 트웨인 원작 / arte(아르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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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The Purloining of Prince Oleomargarine, 2017

  원작 – 마크 트웨인

  작가 – 필립 스테드

  그림 – 에린 스테드

 

 

 

 

  황폐한 땅에서 할아버지와 사는 조니에게는 유일한 친구가 한 마리 있었다바로 집에서 기르는 닭 전염병과 기근이었다하지만 할아버지는 먹을 것이 떨어지자 닭을 팔아오라고 시킨다시장으로 떠난 조니는 구부정한 자세로 행진하는 왕의 군대도 만나고어른들에게 무시당하기도 한다조니는 두려움이 눈물을 흘리고그런 그의 앞에 한 노파가 나타난다조니는 노파에게서 마법의 씨앗을 받는 대신친구인 닭을 넘긴다씨앗을 심고 노파가 말한 대로 정성스레 기르자꽃이 핀다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꽃을 먹은 조니에게 스컹크 한 마리가 말을 거는데…….



 

  위에 적은 대략적인 내용이 전반부인데여기까지 읽으면 동화 재크와 콩나무의 변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조니가 이제 꽃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왕자를 찾겠구나그런데 후반으로 접어들면서이야기의 흐름이 많이 바뀐다물론 왕자를 구하러 떠나기는 한다그리고 제목에 왜 왕자가 납치가 아니라 도난이냐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그건 이야기를 끝까지 읽으면 알 수 있다왕자가 사람이 아닌 거냐고그건 아니다사람이 맞다.

 

  책은 동화이긴 한데은근히 여러 가지 분야를 돌려 까고 있다독재정치를 펼치는 제멋대로인 국왕아이에게 배려 없이 호통만 치는 어른들그리고 나와 다른 남을 이해하지 않는 사회 등등따뜻하고 감동적인 교훈을 주는 내용이고여러 동물과 용이 나오고왕자와 공주도 등장하고모험을 떠나는 소년과 그를 돕는 동료들도 있다그런데 어쩐지 어린아이들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어린아이들보다 어른들이 읽으면 더 좋을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것 참왜 그런지 자세히 설명하면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서 뭐라고 얘기를 못 하겠다.



 

  이 책을 처음 구상한 것은 마크 트웨인이라고 한다안타깝게도 그가 완결을 내지 않고 사망해버려서부부 작가가 뒤를 이어 집필하고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그래서 이야기를 읽다 보면마크 트웨인과 부부 작가 중의 남편이 조니의 이야기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어떤 장면이 더 나을지 토론하기도 하고극의 진행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한다그 부분을 읽으면서문득 세 사람이 안락의자에 앉아 서로 대화를 하면서 차를 마시고 그림을 그리는 장면이 떠올랐다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어린 소년의 진정한 친구 찾기인데그들이 내뱉는 대사는 어쩐지 시니컬하기만 하다그중에서 자신의 목청에 지나치게 도취한 사람은 절대로 믿으면 안 된다거나세상 사람은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다는 대사는 밑줄 긋고 기억해둬야 할 것 같았다.

 

  책 띠에 마크 트웨인이 딸에게 남긴 단 한 편의 동화라고 적혀있다어쩌면 그 딸은 마크 트웨인 버전의 결말을 들었을지도 모르겠다딸에게 말로는 미리 얘기해줬지만글씨로 적어놓는 걸 깜박한 걸 수도 있으니까만약 그랬다면조니의 모험기가 지금과 어떻게 달랐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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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2disc) - 본편 + 보너스
박훈정 감독, 김다미 외 출연 / SM LDG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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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The Witch : Part 1. The Subversion , 2018

  감독 박훈정

  출연 김다미조민수박희순최우식고민시

 

 

 

 

  **** 이 리뷰는 스포일러 그 자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싫으신 분들은 살짝 지나쳐주세요. ****

 





  핏자국이 흩뿌려지고 엉망이 된 수십 개의 침대가 있는 어느 건물그리고 도망치는 누군가를 추격하는 사람들과 개하지만 그들의 추적은 실패로 돌아가고책임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도망친 아이가 실험의 후유증으로 오래 살지 못하리라 추측한다도망쳤던 여자아이는 소를 기르는 한 부부에게 발견된다. 10년 후그 아이는 부부의 손에서 자라 자윤이라는 이름의 고등학생이 되었다알츠하이머에 걸린 엄마의 치료비와 폭락하는 솟값 때문에 어떻게든 가계에 보탬이 되고자자윤은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한다절친 명희와 함께 오디션을 보러 간 그녀는훌륭한 노래 실력과 함께 비장의 기술을 선보인다그러나 그 방송을 본 추적자들이 자윤을 찾아온다자윤은 영문도 모른 채가족과 친구의 목숨을 담보로 위협을 받는데…….

 

  몇 년에 한 번씩예상치도 못한 신인 배우를 발견하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검은 사제들 The Priests, 2015’의 박소담’, ‘아가씨 The Handmaiden, 2016’의 김태리가 그러한 예일 것이다그리고 작년에는 무려 두 배우나 존재감을 드러냈으니이 작품에서 주연을 맡은 김다미와 친구로 나온 고민시김다미는 거의 1인 2역에 가까운 변신을 보여줬다초반에 기차에서 달걀을 꾸역꾸역 먹는 소녀와 후반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다 죽여버리겠다는 듯이 말하는 소녀의 차이는 상당히 컸다또한김민시의 찰진 욕이 적절히 섞인 학생 연기와 능청스러운 연기는 너무도 자연스러웠다연기인지 진짜 본모습인지 헷갈릴 정도였다게다가 둘은 어찌나 찰떡궁합인지같이 나올 때 더 효과가 굉장했다오디션을 위해 서울로 가는 열차 장면은 일 초라도 눈을 돌리면 아까울 정도로 둘의 케미가 확실히 드러난 부분이었다.

 

  후반부에 몰아치듯이 나오는 액션 장면 역시 괜찮았다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유능한 과학자들이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만들어낸 초능력자들답게주먹질 몇 번 발길질 몇 번 하다 끝나는 시시한 싸움 따위는 하지 않았다뭐랄까일본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이었다제목은 잊었지만어릴 적에 본 능력자인 소년·소녀들이 나와 주위를 초토화하면서 싸우는 그런 장면이 떠올랐다. ‘이젠 영상으로 이런 연출이 가능해졌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영화는 아쉬운 부분도 많았다두 배우의 연기와 후반부의 액션 장면을 빼면장점은 별로 찾아보기 힘들었다영화의 장점을 액션 장면이라고 하기엔분량이 너무 적었다그리고 기본 설정은 잘 잡혔지만그걸 뒷받침하는 여러 가지 다른 요인들의 설정이 좀 허술했다.

 

  우선 첫 번째추적자들은 무슨 이유로 대낮에그것도 사람이 많은 오디션 생방송 날에 방송국 앞에서 자윤을 데리고 가려 했을까누군가를 납치하려면 좀 은밀하게 으슥한 곳에서 약간 어두워질 때 해야 하는 거 아닌가내가 지금까지 읽은 추리호러SF판타지 소설이나 범죄 실화집 그리고 범죄 재연 프로그램을 봐도대부분의 납치 사건은 그러했다설령 대낮에 납치한다고 해도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졌다고 나왔다그런데 그들은 자윤과 어정쩡하게 대치 상황을 벌이다가명희의 재치있는 행동으로 놓치고 만다동네 양아치 조폭도 안 할 초보적인 실수다아니삥뜯는 중학생들도 안 하는 짓이다설마 폭력을 싫어하고 신사적이며 예의 바른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주기 위해서였을까하지만 그들이 초반과 후반에 보여주는 모습을 보면그런 가설은 설득력을 잃는다.

 

  두 번째기차에서 만난 자윤의 실험실 동기들은 왜 영어를 섞어서 말하는 걸까그것도 아주 쉬운 감탄사 같은 말들만 영어로명희의 아버지가 경찰인데그들이 미국에서 왔다고 알려준다그리고 설정상그들은 실험 때문에 학습능력이 아주 뛰어나다고 한다그런데 왜 마치 미국에 한두 달 갔다 와서 간단한 제스쳐나 인사말만 익히고 온 애들 같은 행동을 하는지 모르겠다그들의 언어 습득 능력이 뛰어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차라리 그들이 각각 다른 나라 언어로 말하는 거로 설정하면 어땠을까?

 

  세 번째왜 제작진은 닥터 백’ 캐릭터를 그 정도로밖에 활용하지 못했을까? ‘조민수라는 연기 잘 하는 배우를 데려다 놓고그야말로 설명충 내지는 스피드웨건으로의 역할밖에 부여하지 않았다거의 10여 분 동안닥터 백은 자기소개와 더불어 조직의 설립목적과 활동 사항 예를 들어아이들에게 어떤 실험을 했는지자신의 임무는 무엇인지조직 수뇌부와의 갈등실험의 여파 그리고 자윤이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등에 관해 얘기한다과거 영상과 함께 해설을 시작하는데무슨 다큐멘터리 보는 줄 알았다완전 재능 낭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설마 나레이션을 지루하지 않게 감정의 변화를 목소리에 실어 잘 할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한 건가분노와 유쾌함희열과 감동기쁨자뻑차가움 그리고 감탄 등을 해설에 적절히 잘 섞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닐 것이다하지만 애초에 한 사람의 입을 빌려 거의 10여 분 동안 설정을 얘기하게 만드는 것부터 시나리오의 허술함이라 생각한다물론 이건 악당이 주인공을 잡아두고 주저리주저리 자기 사정을 얘기하다가 반격을 당하는 고전적인 설정이긴 하다하지만 그렇다 쳐도 10여 분은 너무 길었다.

 

  그나저나 영화는 고대 벽화부터 시작해 중세와 근현대 그리고 나치와 20세기 초까지 행해졌던 여러 가지 생체실험에 대한 기록 사진으로 시작한다인간에 대한 생체실험이 몇 천 년 동안 내려온 인간의 습성이라고 말하는 걸까아니면 조직의 역사가 그렇게 오래되었다고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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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gatha Christie's Poirot, 1989

  출연 – 데이빗 서쳇 David Suchet, 휴 프레이저

 

 

 

 

  ‘미스 마플’ 드라마 시리즈를 다 봤으니이제 포와로’ 시리즈를 볼 차례다미스 마플과 달리 드라마 편수가 어마어마하다아무래도 아가사 크리스티가 만들어낸 탐정 가운데 가장 유명하고 애정을 보였던 캐릭터답다. 1989년부터 2013까지총 24년 동안 13시즌에 걸쳐 무려 70편에 달하는 분량이다게다가 그동안 주인공인 포와로를 맡은 배우는 단 한 사람아무래도 이 드라마는 데이빗 서쳇이 평생을 바쳐 출연한그의 인생작이 아닐까 싶다그래서 포와로라고 하면그가 먼저 떠오른다비록 내가 처음 본 포와로는 피터 유스티노프였지만 말이다.

 

  1시즌은 포와로가 나오는 단편들을 드라마로 만들었다흐음미스 마플도 단편 많은데왜 다 안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The Adventure of the Clapham Cook은 단편집 리가타 미스터리 The Regatta Mystery and Other Stories, 1939’에 수록된 클래펌 요리사의 모험을 원작으로 한다원작과 다르지 않은 전개로 흘러간다그런데 아무것도 없는 들판이라도 자기 땅이라고 좋아하는 사람을 보니서양이건 동양이건 역시 땅이 제일인가 하는 생각이…….

 

 

  『Murder in the Mews는 단편집 죽은 자의 거울 Murder in the Mews and Three Other Poirot Cases, 1937’에 있는 뮤스 가의 살인을 바탕으로 한다과거 때문에 빛나는 미래를 포기한 희생자가 너무 안쓰러웠다다른 사람이 밝히고 싶지 않은 비밀을 가지고 협박하는 놈이 제일 나쁘다.

 

 

  The Adventure of Johnnie Waverly는 단편집 쥐덫 Three Blind Mice and Other Stories, 1950’에 실려있는 조니 웨이벌리의 모험을 드라마화했다비슷한 유형을 다른 작가의 작품에서 읽은 거 같은데기억이 안 나서 한참을 고민했다하긴 유괴 사건은 차고도 넘치니까헤이스팅즈와 함께 노래를 부르면서 좋아하는 포와로가 귀여워 보이는 에피소드였다.

 

 

  Four and Twenty Blackbirds는 단편집 쥐덫에 있는 스물네 마리의 검은 티티새가 원작이다치과 치료를 받으면서도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니이쯤 되면 사람들이 포와로에게 사건을 물어다 주는 것 같다.

 

 

  『The Third Floor Flat은 단편집 쥐덫에 있는 ‘4층 아파트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늦은 밤에 아파트 계단에서 노래 부르는 몰상식한 인물들 때문에 좀 화가 났다도대체 그 나이를 먹도록 밤에 떠들면 안 된다는 기본 상식도 모르나아니면 알면서도 그따위로 행동했다는 거그나저나 스릴러 장르의 연극을 보러 가서 범인 추리에 실패한 포와로와 그걸 보고 즐거워하는 헤이스팅즈의 표정이 무척 재미있었다.

 

 

  『Triangle at Rhodes는 단편집 죽은 자의 거울에 실린 로도스 섬의 삼각형을 드라마화했다사람은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보고 싶은 것만 본다그리고 그 생각은 자신이 아는 범위에서 떠오르는 법이다막장 드라마를 좋아하는 사람은 모든 것에서 막장 드라마 요소를 찾아내고호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은 여기저기서 호러 장르 요소를 찾아내는 법이다이 에피소드는그런 사람들의 습성을 범인이 잘 악용했다고 볼 수 있다.

 

 

  『Problem at Sea는 단편집 리가타 미스터리에 수록된 해상의 비극이 원작이다크리스티의 장편 소설이 떠오르는 에피소드다그런데 그것보다 더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였다.

 

 

  『The Incredible Theft는 비슷한 작품을 읽었는데 어디에서였는지 못 찾았는데검색해보니 단편집 ‘The Under Dog, 1929’에 있는 잠수함의 설계도와 똑같다고 한다비교해보니 사라지는 문서가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느냐 차이일 뿐이었다다른 작가의 단편이 더 떠올랐다는 건 비밀! 2차 대전 전의 상황이라, ‘무솔리니나 히로히토’ 그리고 히틀러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포와로가 그렇게 오래된 인물이었던가 하고 새삼 느낄 수 있었다그나저나 영국 공무원들은서류 관리를 좀 잘해야겠다걸핏하면 도둑맞고 잃어버리고 말이야자기네 나라에는 포와로나 홈즈’ 있다고 너무 마음 놓는 거 아냐?

 

 

  『The King of Clubs는 단편집 패배한 개 The Under Dog, 1929’에 실린 클럽의 킹이 원작이다왕족과 결혼하고 은퇴할 예정인 유명 배우그런 그녀를 놓아주기 싫어 비겁한 수를 쓰는 기획사 사장문득 요즘 벌어지는 사건·사고들을 보면서씁쓸해지는 에피소드였다.

 

 

  『The Dream은 단편집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 The Adventure of the Christmas Pudding and a Selection of Entrees, 1960’에 수록된 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팔리라는 부호가 이상한 조건을 걸면서 포와로를 초대한다그리고 그는 자신이 죽는다는 이상한 꿈에 관해 얘기한다며칠 후팔리는 포와로에게 얘기한 꿈과 같은 방법으로 죽은 채 발견되는데……자기는 좋은 고용주라면서 혼자 흡족해하는 포와로가 좀 어이없었다사건 해결에는 천재인데다른 분야에서는 영……미스 레몬이 원하는 건 그게 아니었다고 누가 말해줬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미스 레몬의 앞머리는충격적이었다저게 가능한 거야저렇게 하고 나오려면 아침에 몇 시에 일어나야 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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