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
이수정 외 지음 / 민음사 / 202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자 이수정이다혜최세희조영주

 

 



 

  이 책은 네이버 오디오클립에서 방송한이수정 이다혜의 범죄 영화 프로파일이라는 프로그램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방송을 다 수록한 것은 아니고몇 가지 카테고리로 분류해 거기에 해당하는 내용만 실었다그리고 방송에서 언급한 사건에 관련된 정보를 간략히 첨가하였다.

 

  『1부 왜 피해자가 집을 나가야 하는가는 가정 폭력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여기서 언급한 영화는 가스등 Gaslight, 1944’, ‘적과의 동침 Sleeping With The Enemy, 1991’ 그리고 돌로레스 클레이번 Dolores Claiborne, 1994’이다.

 

  『2부 사람들은 생각보다 쉽게 순응한다는 종교와 권위에 대해 비판 없이 수용하는 사람들의 행태를 다루고 있다. ‘사바하 娑婆訶, SVAHA : THE SIXTH FINGER, 2019’, ‘컴플라이언스 COMPLIANCE, 2012’, 그리고 곡성 哭聲 THE WAILING, 2016’을 이야기한다.

 

  『3부 이 문제가 곧 내 문제일 수 있다는 연대 의식는 성범죄를 다루고 있다. ‘미저리 Misery, 1990’. ‘걸캅스, 2018’ 그리고 살인의 추억, 2003’을 소개한다.

 

  『4부 만만한 계급을 향해 화풀이하는 경향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계층 문제를 이야기한다언급한 영화는 기생충, 2019’, ‘숨바꼭질, 2013’ 그리고 조커 Joker, 2019’.

 

  마지막 5부 결국 가장 중요한 의제 강간 연령은 미성년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 논의한다네 개의 영화를 이야기하는데, ‘번지 점프를 하다, 2000’, ‘꿈의 제인, 2016’, ‘믿을 수 없는 이야기 Unbelievable, 2019’ 그리고 팔려 가는 소녀들 I Am Jane Doe, 2020’이다.

 

  다섯 개의 소제목으로 나누었지만결국은 하나로 연결된다사회적 약자인 여성이나 어린이를성범죄를 비롯한 많은 범죄에서 어떻게 보호할 수 있냐는 것이다그런데 작년부터 이어져 온 수많은 성범죄 사건들예를 들면 버닝썬 사건이나 ‘n번방 사건’ 그리고 다크웹 아동 음란물 사이트 운영자 사건의 처리를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2004년 밀양 집단 강간 사건이 일어났을 때전 국민은 분노했다하지만 그래서 뭐가 달라졌을까여전히 집단 강간 사건은 일어나고 그때마다 분노하고 난리가 나지만그걸로 끝이다. 2004년 때 확실히 처벌하고 법을 제정했으면 16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우리나라는 음주 운전에는 엄격하지만음주 강간에는 관대하다왜 그런지 모르겠다그리고 피해자의 앞날보다 가해자의 앞날을 더 고려하고 보장해준다이건 재판부의 문제도 있지만그들이 기준으로 삼는 법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영화와 관련된 여러 사건 이야기를 보면서인간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그나마 조금 남아있던 인류애가 먼지가 되어 날아가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그래서 책을 읽는 것도 힘들었고리뷰를 쓰는 것도 힘들었다책에서 읽었던 이야기들을 다시 떠올리는 것조차 고통이었다.

 

  처음 제작진이 이수정 교수에게 프로그램에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하자이런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범죄를 엔터테인먼트로 소비하는 매체는 관심 없습니다여성이나 아동 같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범죄 영화를 다룬다면 모르겠습니다만.” 유튜브나 팟캐스트 같은 곳에서 많은 실제 범죄 수사를 다루는 채널만 골라 듣는 나에게저 문장은 상당히 충격으로 다가왔다뜨끔했다다행히 나에게 일어나지 않은하지만 타인에게는 비극적인 사건을 유흥거리로 소비하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일까다양한 범죄 사건을 접하면서 경각심을 일깨운다거나 눈뜨고 코 베이지 않기 위해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듣기는 하지만과연 난 어떤 마음으로 그런 방송을 보고 있었던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위험한 과학책 (리커버 에디션) -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
랜들 먼로 지음, 이지연 옮김, 이명현 감수 / 시공사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What If? : Serious Scientific Answers to Absurd Hypothetical Questions, 2014

  부제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

  저자 – 랜들 먼로

 

 

 

 

 

  미리 말하지만두 번째 이야기인 더 위험한 과학책 How to : Absurd Scientific Advice for Common Real-world Problems, 2019’를 먼저 읽었다그러니까……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책의 단점 중의 하나라고 해야 할까두 권 다 읽어본 소감을 말하자면사람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알 수 있었다또한시간과 노력과 정성을 들이면 그 황당무계 엉뚱 비현실적인 상상력을 어느 정도 가설로 만들 수 있었다. (이론화시킨다고 하려고 했는데그건 아닌 것 같아서 가설이라고 바꿨다.)

 

  정말이지 이 책은말도 안 되는 인간의 터무니없는 의문에 너무도 정성스럽고 열정적으로 답변해주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어쩌면 답변이 가능한 질문들만 수록했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그래도 도표와 그림으로 어떻게든 알려주려고 하는 노력이 참으로 감동적이었다답변하기 어려운 질문들은 이상하고 걱정스러운 질문들이라는 제목으로 중간중간 등장한다거기엔 저자의 적절하지만 재치있는 그림이 답으로 달려있다.

 

  말도 안 되고 황당무계 엉뚱 비현실적인 터무니없는 의문이라고 위에 적었지만아마 살면서 한 번쯤 책에 실린 질문과 비슷한 상상을 해봤을 것이다예를 들면,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이나 ‘70억 명이 한꺼번에 점프하면 어떻게 될까?’ 또는 번개가 한 곳에만 친다면?’ 내지는 바다에 구멍이 나서 물이 다 사라진다면?’ 같은 것들 말이다이런 질문들은 영화나 만화에서 간혹 볼 수 있는 설정들이다진지한 작품도 있지만대개 개그 요소가 강한 만화에서 등장한다역시 인간의 상상력은 한계가 없지만비슷비슷하다고 봐도 되는 걸까?

 

  책에 수록된 의문들은 지구와 인류의 멸망에 관련된 것들이 많았다질문한 사람은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지만답변을 읽어보면 그렇게 흘러가는 것들이 많았다. ‘원소 벽돌로 주기율표를 만들면이나 태양이 없다면’ 그리고 거대 빗방울이 떨어진다면’ 같은 질문들이 그렇다생각은 가벼운데답변은 !’하고 비명을 지르는 흐름이었다어쩌면 너무 무겁고 암울한 내용이 될 수 있지만저자의 그림과 중간중간에 들어있는 농담과 개그가 분위기를 유쾌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럴 수가!’ 하는 가벼운 놀람을 선사하는 질문과 답변도 있었다. ‘인터넷보다 빠른 페덱스가 대표적일 것이다용량이 큰 것은 인터넷으로 전송하는 것보다 그것이 담긴 USB나 하드디스크를 페덱스로 보내는 것이 더 빠르다니혹시 저자가 한국의 초고속인터넷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그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아니면 한국과 미국의 땅 크기에 따른 차이가 아닐까 싶다.

 

  두께가 있지만한 번 잡으면 손에서 놓기가 쉽지 않다질문에 황당해하고답변을 보면서 심각해지다가 저자의 농담 섞인 말에 웃음 짓고과학을 다루고 있지만딱딱하지 않고 재미있는 과학책이었다이런 책을 보면 늘 드는 생각인데교과서도 이렇게 재미있게 만들었다면 아마 내가 중학교 때 과학을 포기하지 않았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레니 에이브러햄슨 감독, 브리 라슨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Room, 2015

  감독 - 레니 애브라함슨

  출연 - 브리 라슨, 제이콥 트렘블레이, 조앤 알렌, 숀 브리져스







  엠마 도노휴의 소설인 ‘룸 Room, 2010’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소설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으니, 어떻게 보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소설은 2008년 밝혀진 ‘요제프 프리츨’의 24년에 걸친 딸 엘리자베스의 납치감금강간폭행 사건에 바탕을 두고 있다.



  영화와 소설은 실제 사건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이 순화된 편이다. 비유를 하자면, 19금 원작을 전체관람가인 아동용으로 만든 것 같은? 영화 ‘홀로코스트 Cannibal Holocaust, 1980’나 ‘살로 소돔의 120일 Salo, or The 120 Days of Sodom, 1976’을 디즈니에서 전체관람가로 만들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이제 다섯 살이 되는 ‘잭’의 세계는 엄마 ‘조이’와 함께 지내는 방 한 칸이 전부였다. 그가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다른 사람은, 일주일에 한 번씩 찾아와 생필품을 가져다주는 ‘닉’뿐이다. 어느 날 엄마인 ‘조이’가 탈출해야한다며, 잭에게 죽은 척하는 연습을 시킨다. 조이는 17살이던 7년 전, 닉에게 납치되어 계속적인 폭행을 당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그녀는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녀의 계획은 잭이 죽은 척을 하면 닉이 시체를 처리하기 위해 밖으로 끌고 갈 것이고, 그 때 기회를 봐서 도망치라는 것이었다. 엄마의 계획대로 잭은 탈출에 성공하는데…….



  대개 납치감금강간을 다룬 작품이라면, 흔히 ‘강간’에 더 중점을 두는 경우가 많다. 만드는 사람들도 그렇고 보는 이들도, 납치범이 납치한 사람을 어떻게 성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굴복시키고 유린하는 지가 더 궁금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자신에게는 절대로 일어나지 않은, 단순히 관찰자 입장에서 일종의 포르노로 소비하려는 마음이 더 크기 때문일까? 어쩌면 이전에 그런 식으로 만들어진, 노골적으로 성적인 부분만 강조한 몇몇 작품들이 나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달랐다. 납치감금강간이라는 암울한 상황에서 어떻게 납치당한 사람이 살아남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바깥으로 탈출하는데 성공한 후, 어떻게 외부의 시선을 극복하며 앞으로 나가는지 다루고 있다.



  위에서도 말했지만, 사람들은 피해자가 어떻게 살아남고 탈출했는지 보다는, 그 안에서 어떤 일을 겪었는지 더 관심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영화에서도 조이와 잭은 주변의 그런 시선에 맞서야 했다. 특히 조이는 대놓고 방송에서 잭을 위해 다른 방법을 선택할 수 없었냐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 마치 그녀가 아이를 자신의 방패막이로 이용하려 한 것이 아니었냐는 뉘앙스가 섞인 질문이었다. 그 외에도 조이의 아버지가 납치강간범의 핏줄인 잭을 마음에 들지 않아해, 부녀간에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도 했다.



  잭 역시 그동안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뒤집히는 충격에 빠진다. 그동안 그에게 진짜는 방에서 볼 수 있는 씽크대나 침대 같은 것들이고, 방에서 볼 수 없는 나무나 바다 그리고 TV속의 인물과 만화 캐릭터들은 다 가짜였다. 또한 방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무나 바다, 하늘, 구름 그리고 강아지와 사람이 진짜였다니! 방 밖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른 세상이 있었다니!



  둘은 짧은 시간 동안, 감당하기 어려운 많은 변화와 충격을 겪어야 했다. 7년 동안 좁은 방에 갇혀있던 조이와 평생 그 좁은 방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잭. 둘이 서로를 의지하면서 달라진 세상을 받아들이고 적응해가는 모습은 어린이에서 청소년으로, 또 어른으로 성장하면서 많은 내적외적 자극을 경험하고 상처받고 쓰러지기도 하다가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인간의 성장과 비슷했다.



  잭이 처음으로 하늘을 보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잭과 조이가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그냥 눈물이 나왔다. 대사 하나 없이 음악과 표정만으로 저런 표현이 가능했다니…….



  왜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생존자로 불러야 하는지도 깨달았다. 굴복하지 않고 살아남았으니, 생존자로 불리는 게 당연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이히만 쇼
폴 앤드류 윌리엄스 감독, 앤서니 라파글리아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Eichmann Show, 2015

  감독 - 폴 앤드류 윌리엄스

  출연 - 마틴 프리먼, 안소니 라파글리아, 니콜라스 우데슨, 조라 비숍





 

  1961년 4월 예루살렘에서 열렸던, 2차 대전 당시 유태인 학살을 주도한 ‘아돌프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을 다룬 작품이다. 그 당시 이 재판은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는데, 이 영화는 그걸 담당한 프로듀서 ‘밀턴 푸르투만’과 감독 ‘레오 허위츠’를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다.



  유태인 학살에 책임이 있는 전쟁 전범 아이히만에 대한 재판이 열린다. 프로듀서인 ‘밀턴’은 이것을 세계 최초의 TV 생방송으로 만들기로 계획한다. 그는 유명 감독인 ‘레오’를 영입한다. 마침내 방송이 시작되고, 초반에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아 두 사람은 의견대립을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고조되고, 그와 동시에 그들의 방송을 막으려는 방해가 이어지는데…….



  영화는 그 당시 재판 영상과 영화를 번갈아가면서 보여준다. 흑백 화면의 재판 과정은 실제 영상이고, 그 외에 컬러 화면은 재연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처음에 밀턴은 시청률에만 관심이 있는 남자였다. 그 때문에 방송 계획이 무산될까봐 협박편지가 오는 것을 팀원들에게 숨기기까지 했다. 하지만 증언이 계속될수록, 그의 태도는 바뀐다. 시청률도 중요하지만, 전 세계에 알려야만 하는 진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레오는 아이히만을 통해, 겉으로는 평범해 보이는 인간이 어떻게 그토록 잔혹한 짓을 저지를 수 있는지 알고 싶어 했다. 생존자들의 증언과 기록 영상을 통해, 그는 아이히만이 감추고 있는 진짜 얼굴을 보고 싶었다.



  자신의 아내와 아이들의 시체를 묻어야했던 남자의 증언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전후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생존자들의 끔찍한 모습에는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좋아하는 호러 고어 스릴러 연쇄살인 장르의 영화는 아무리 피와 살이 튀고 비명이 난무해도, 가짜라는 걸 알기에 보면서 그리 잔혹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개중에는 진짜 눈살을 찌푸리는 장면도 있지만, 어차피 가짜니까 기술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주로 들었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보여준 그 영상들은, 진짜 기록물이 아니길 빌 정도로 잔인하고 끔찍했다. 내가 아무리 인간은 지구에 해만 끼치는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해도, 인간이라면 어느 정도 선은 지키고 있다는 아주 작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그 영상은 그런 믿음조차 사치라는 걸 보여줬다. ‘어떻게? 왜?’ 라는 의문만이 계속 들었다.



  그런데 재판 내내 아이히만의 표정은 무관심과 호기심 그리고 비웃음이었다. 모든 혐의에 대해 부정했고, 자신은 시키는 대로 했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증언을 들으면서 그가 보여준 태도는, 마치 자신과는 상관없는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 왜 내가 나랑 상관도 없는 이런 쓰잘데기없는 이야기를 듣고 앉아 있어야 하는 그런 표정? 그냥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이 있지만, 어떤 경우에 모르는 건 죄라고 생각한다. 특히 결정권자나 그와 비슷한 책임이 있는 사람이 자신이 하는 일이 가져올 영향이라든지 결과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고 생각하지 않았다면, 그건 무책임이고 방관이며 나태였다. 그리고 그건 중대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지금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재판을 받고 있거나 기다리고 있다. 그들은 말한다. 자신은 몰랐고, 관련이 없으며,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그래서 결국 아이들이 살해당했다. 애초에 일본에 붙어 자국민을 억압해도 봐줬고, 다리를 끊어 시민들의 대피를 막아도 전쟁 중이라 넘겼고, 도시 하나를 군대가 진압해도 그냥 넘겼기에, 오늘날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본다.



  레오의 말대로, 누구나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그가 보통 사람보다 사악하거나 사이코패스 기질을 타고 나서가 아니다. 누군가 남보다 자신이 더 우월하고 다른 이들을 억압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믿으면, 그는 아이히만이 될 수 있다. 그런 사람들 여럿이 모인 것이 바로 나치였고, 그 결과 일어난 일이 전쟁과 유태인을 비롯한 인종 학살이었다. 아이히만은 우리나라에도 있었고, 세르비아에도 있었고, 우간다에도 있었고, 캄보디아도, 세르비아에도 있었다. 지금도 어딘 가에서는 미래의 아이히만이 자라고 있을 것이다. 영화는 그런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이스라엘이 분노하는 건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왜 그걸 팔레스타인에게 퍼붓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들을 학살한 건 독일인데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포트라이트
톰 맥카시 감독, 마이클 키튼 외 출연 / 콘텐츠게이트 / 2016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Spotlight, 2015

  감독 - 토마스 맥카시

  출연 - 마이클 키튼, 마크 러팔로, 레이첼 맥아담스, 리브 슈라이버






  실화를 바탕으로, 오랫동안 이어져온, 아는 사람은 다 알았지만 교단의 눈치를 보느라 쉬쉬했던, 가톨릭 신부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보스턴 글로브’ 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가톨릭교도들이 대부분인 보스턴에서 한 신부가 어린 소년을 성추행했다는 죄목으로 고소를 당한다. 그 소식을 들은 보스턴 글로브 지의 신임 편집장은 그 사건을 다루어보기로 결정한다. 그는 스포트라이트 팀에게 표면적인 것 말고, 추기경과 교단까지 자세히 파고들라고 요청한다. 스포트라이트 팀은 자신들의 인맥을 총동원하고, 그런 소송을 전담으로 맡은 변호사와 상담사의 도움을 받아 취재를 시작한다. 그리고 그들은 이 사건이 단순히 한 신부가 최근에 저지른 문제가 아니라, 미국 가톨릭 교단에 오랫동안 이어져온 추악한 비밀의 일부라는 것을 알게 되는데…….



  얼핏 기본 설정을 보면, 가톨릭을 비난하는 작품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이건 신성 모독을 하는 영화가 아니라, 신을 모시는 신부의 비리에 대한 작품이었다. 신부는 사람들이 정신적 위안을 얻고자 할 때, 조언과 신의 섭리에 대해서 얘기하고 위로해주는 존재이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가장 약하고 도움을 절실히 바라는 사람들을 착취한다는 건, 사람들의 믿음을 저버리는 배신이며 기만이다. 또한 그들이 섬기는 신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 영화는 종교 자체보다는, 사람들의 신뢰를 저버린 인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건 우리가 우리나라의 부패한 정치가를 욕한다고 해서, 그게 반드시 한국이라는 나라를 욕하는 게 아닌 것과 비슷한 이치일 것이다.



  영화는 무척이나 덤덤했다. 대놓고 분노하거나 눈물을 자아내지 않았다. 기자들은 자신들의 감정을 억누르면서 취재하고, 인터뷰를 계속했다. 그런데 그런 장면에서도 그들의 슬픔과 분노가 느껴졌다.



  신부에게 성추행을 당한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면서 흐느끼는 생존자들의 모습은 참으로 마음이 아팠다. 오직 신에 대한 믿음으로 신부들을 믿고 따랐던 사람들이었기에, 그 배신감은 엄청났을 것이다. 그들이 성인이 되어 세상과 인간에 대한 믿음을 갖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한순간의 딸감이었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평생 감내해야 할 고통이었다.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성추행 신부의 주소를 본 한 기자의 행동이었다. 그는 그 신부의 집이 자신의 집과 얼마나 가까운지 직접 확인하고는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자신의 아이는 물론이고 이웃의 아이들까지 그 신부가 있는 성당엘 다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다가는 지금까지 취재한 것을 망칠 수도 있다. 다른 곳에서 특종을 가로채는 것도 문제지만, 교단에서 눈치 채지 않도록 해왔기 때문이다. 그의 고뇌가 너무도 절절하게 느껴졌다.



  지금까지 보았던 내 취향의 영화들이 대개 범죄호러스릴러SF 장르였기에, 이 작품을 보면서 온갖 망상을 다 들었다. 길을 가다가 차만 지나가면 ‘저 차로 밀어버리는 거 아냐?’라든지, 이동하려고 차를 타면 ‘폭발하는 거 아냐?’ 라든지 ‘다른 차로 충돌 사고 내는 거 아닌가?’등등. 흔한 범죄 물에서 나올 법한 사건사고들이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그래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어쩐지 실망스러웠다.



  하늘이 두렵지도 않느냐는 말이 있다. 어쩌면 성추행을 저지른 신부들은 자신들을 떠받들어주는 사람들 때문에 스스로 신이라고 여겼거나, 이 세상에 자기들을 처단할 신은 없다고 믿었기에 그런 짓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후자라면 문제가 좀 심각하다. 신을 섬기는 사람들이 신이 없다고 생각하다니! 그러니까 하느님, 그런 놈들에게 불벼락을 좀 내려주세요. 너무 신경을 안 쓰시니까 애새끼들이 겁도 없이 나대잖아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