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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케이프 룸
애덤 로비텔 감독, 테일러 러셀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9년 6월
평점 :
품절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The Escape Room, 2019
감독 - 애덤 로비텔
출연 - 테일러 러셀, 로건 밀러, 제이 엘리스, 타일러 라빈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 거액의 상금이 걸린 방 탈출 게임 초대장이 배달된다. 각각의 비밀과 트라우마를 가진 여섯 명은, 호기심을 안고 초대 장소로 도착한다. 그리고 그들이 미처 준비도 하기 전에 게임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게임으로만 생각했지만, 실패하면 죽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여섯 명은 필사적으로 탈출하려고 애쓰는데…….
이 영화의 홍보를 처음 봤을 때, 영화 ‘쏘우 Saw, 2004’와 ‘큐브 Cube, 1997’의 조합이라는 문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쏘우에서는 정체불명의 주최자가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잡아다가 목숨을 걸고 덫에서 빠져나오기를 강요한다. 큐브에서도 역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어느 네모난 방에서 깨어나, 출구를 찾아야 한다. 다른 방으로 옮겨갈 수 있는데, 운이 좋으면 살아남지만 아니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영화, ‘이스케이프 룸’을 보면, 홍보 문구처럼 두 영화가 적절히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니까 좋게 말하면 예전 영화에서 재미있는 부분을 적절하게 따와 나름 재미있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반대로 나쁘게 말하면, 하나만 베끼면 찔리니까 두어 개의 작품을 갖고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저기서 괜찮은 설정을 가져와 감독의 개성까지 잘 녹여낸다면, 고전의 현대적 재해석이라거나 발상의 전환이라는 평을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이 작품은 어떨까? 아마 홍보 문구를 읽지 않았어도, 두 작품이 떠올랐을 것이다. 그 정도로 두 영화의 흔적이 강하게 남겨져 있었다. 그런 부분을 의식했는지, 제작진은 거기에 한 가지를 더했다. 바로 여섯 명의 비밀스러운 과거와 트라우마였다.
누군가는 비밀을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몰았고, 또 누군가는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를 살렸다. 이렇게 글로만 보면 상당히 감동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상에서는 약간 늘어진다는 느낌을 주었다. 첫 번째로 빨리 죽어버린 사람을 제외하면, 남은 사람들의 사정을 조금씩이나마 풀어주었다. 그게 무려 다섯 명! 물론 그게 갈등을 일으키고 중후반에 가서 사람들을 위기에 빠트리는 역할을 하기에 필요하긴 했다. 보면서 저 사람이 사고 칠 것 같다고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기능도 했고 말이다. 하지만 몇몇 부분은 굳이 넣을 필요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 긴박하게 계속해서 방을 탈출해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라 조금 쉬어가는 의미로 넣은 걸까? 그런 거라면 이해해야겠다. 사람마다 느끼는 긴장의 강도가 다르니까 말이다.
2편을 암시하는 마무리를 보면서, ‘뭔가 이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 규모라면 방 탈출의 범위를 넘어버렸다. 아무리 재력과 권력이 많은 배후가 있다고 해도, 무슨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철천지원수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도 들었다. 설마 1편에서 밝혀지지 않은 출생의 비밀이 있다는 건가?
대가 없는 공돈이란 없다는 말을 새삼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