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Furie, Hai Phuong, 2019
감독 - 키엣 르-반
출연 - 응오 탄 반, 탄 니엔 판
사채업자 밑에서 일하며 어린 딸 ‘마이’를 기르는 ‘하이 프엉’. 다른 지역에서 이사와 다른 이와 소통하지 않으며 여자 혼자 아이를 기르기에, 주위에서는 온갖 이상한 소문이 무성하다. 학교에서 사생아나 사채꾼이라 놀림당하는 마이는 엄마가 지금 하는 일을 그만두고 물고기 양식을 하기를 바란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람 많은 한낮의 시장에서 잠깐 엄마와 떨어져 있던 마이가 정체불명의 남자들에게 납치당한다. 죽을 힘을 다해 그들을 추적하는 프엉. 그리고 그들이 어린이 납치와 장기밀매를 일삼는 무리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는데…….
영화 ‘테이큰 Taken, 2008’의 여자 버전이라고 하는데, 어떤 부분에서는 더 멋진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작품과 비슷하게 엄마가 납치된 아들을 찾아 헤매는 ‘키드냅 Kidnap, 2017’이라는 영화도 있었는데, 그것보다 훨씬 좋았다. 액션 장면은 진짜, 와……. 처음 딸이 납치될 때 그 커다란 고깃집 칼을 들고 있는 유괴범들과 시장에서 싸우는 장면도 멋졌고, 오토바이 추격장면도 긴장감이 넘쳤다. 무엇보다 후반부의 기차역에서 벌어지는 싸움 장면은 ‘우와’하는 감탄사밖에 나오지 않았다. 총과 무술을 적절히 섞어서 싸우는데, 진짜 멋졌다.
영화는 중간중간에 프엉의 과거를 보여준다. 또한, 딸을 찾기 위해 그녀가 십년 넘게 외면했던 과거의 사람들을 만나 부탁하는 장면도 집어넣으면서, 그녀가 어떤 인물이었는지 조금씩 힌트를 준다. 하지만 모든 사실을 다 밝히지는 않는다. 그 때문에 어떤 부분들은 여전히 의문이 남기도 한다. 특히 제일 궁금한 건, 마이의 아빠는 누구이고 어떻게 된 걸까? 아마 그런 과거 사정까지 시시콜콜 다 밝히면 영화가 너무 늘어지고 지루해질까 봐 빼버렸을 수도 있다. 그런데 영화를 본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진짜 궁금하다. 마이의 아빠는 어떻게 된 걸까? 설마 혹시라도 2편이 만들어진다면, 뜬금없이 웬 남자가 ‘마이야, 내가 네 아빠다.’라고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어쩐지 그러면 좀 실망일 것 같기도 한데.
이 작품의 대부분은 추격장면과 싸움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면서 중간에 긴장을 풀라는 듯이 코믹요소도 곳곳에 숨어있다. 예를 들면, 오토바이를 타고 무작정 달리다가 어느 파티장에 난입한 프엉이 길을 알려준 사람들에게 고맙다고 인사하며 지나가는 장면이라거나, 오토바이 질주를 하던 프엉이 자기 때문에 넘어진 사람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장면, 병원에서 경찰을 피해 도주하면서 인질범과 납치범이 헬멧을 각각 쓰고 오토바이를 타는 장면 등등. 그 와중에 눈물을 자극하겠다는 속셈이 보이는 장면도 있었고, 어떻게 그렇게 놓치냐며 답답한 장면도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액션 장면을 보면, 눈물이나 답답함이 싹 가셨다.
그나저나 납치범들이 마이를 납치해갈 때, 생각보다 여러 명이 개입하고 있어서 놀랐다. 얼핏 세어보니 열 명이 넘는 사람들이 팀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거기다 철도나 기차 관련 내통자도 있는 것 같고. 그러니까 공무원까지 가담하여 완전 기업 형식으로 운영하는 것 같았다. 이러니 경찰에서 매번 허탕을 치지. 어쩌면 경찰 내부에도 조력자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 여기서는 경찰이 무능하거나 뒷북치지 않아서 마음에 들었다.
리뷰를 쓰다가, 기차역 싸움 장면만 또 멍하니 보고 있었다. 하아, 진짜 멋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