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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gatha Christie's Poirot, 1990

  출연 – 데이빗 서쳇휴 프레이저

 

 

 

 

  ‘포와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묶음이다이번 시즌에는 포와로 수사집 Poirot Investigates, 1924’에서 읽었던 단편들이 꽤 많았다단편을 영상화했기에추가된 설정들이 더러 있었다원작과 비교해 어디가 추가되었고 달라졌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그리고 이번 시즌은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많았다.

 

 

  『Peril at End House는 장편인 엔드하우스의 비극 Peril at End House, 1932을 영상화했다한 여인이 며칠 사이에 계속해서 살인 위협을 받는다급기야 그녀의 옷을 입은 사촌이 살해당하기까지포와로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분개하면서 범인을 잡겠다고 나서는데……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선량한 척하는 범죄자의 모습은 무시무시했다게다가 마약 밀매범까지 끼어들면서사건은 복잡해지기만 한다.

 

   

  『The Veiled Lady는 단편집인 포와로 수사집 Poirot Investigates, 1924’에 수록된 베일에 싸인 여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자신은 최대한 몸을 쓰지 않고 회색빛 뇌세포로만 사건을 해결한다던 포와로가여기서는 검은 옷을 입고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드는 번거로운 일을 감행한다물론 안 하던 짓을 했기에 경찰에 붙잡히는 건 당연한 순서지만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놀리기에 바쁜 잽 경감과 삐친 포와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그리고 헤이스팅즈그럴 줄 몰랐다경찰에게 걸리자마자 혼자 도망치다니어쩐지 이번 편에서는 모두가 다 개그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The Lost Mine도 역시 포와로 수사집에 있는 잃어버린 광산이 원작이다시작부터 블루마블과 비슷한 주사위를 굴려 땅따먹기하는 게임을 즐기는 포와로와 헤이스팅즈둘은 너무 진지한데보는 나는 그냥 웃겼다저 시절에는 저런 거로 오락을 즐겼겠구나.

 

 

  『The Cornish Mystery는 단편집 패배한 개 The Under Dog, 1929’에 실린 콘월의 수수께끼를 드라마화했다영제와 한국 제목이 좀 다르다자신이 중독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인이 포와로를 찾아온다다음날 포와로가 갔을 때는 이미 죽은 뒤였다.

 

  남편 또는 아내가 배우자를 중독시키는 설정은 크리스티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에도 많이 있다그 당시 그런 거로 유명한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다그나저나 역경(또는 주역)’을 읽고 명상을 하는 헤이스팅즈와 덩달아 동조하는 미스 레몬그리고 포와로에게 한 방 먹고 분해하는 잽 경감까지이번 편 역시 개그 트리오의 활약은 빛났다.

 

 

  『The Disappearance of Mr. Davenheim은 포와로 수사집에 수록된 데이븐하임 씨의 실종을 각색했다이번 편에서는 포와로가 잽 경감과 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이야기만 듣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내기를 걸어서헤이스팅즈가 열심히 뛰어다닌다그리고 포와로는 집에서 마술책을 사다가 열심히 연습한다코난 도일의 작품에도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Double Sin은 단편집 죽음의 사냥개 The House of Death and Other Stories, 1933’에 실린 이중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포와로는 은퇴를 진지하게 생각한다그 때문에 헤이스팅즈와 기분전환 겸해서 여행을 떠나는데……이번에도 헤이스팅즈가 사건을 해결해보겠노라 발 벗고 뛰어다닌다.

 

 

  『The Adventure of the Cheap Flat는 포와로 수사집에 있는 싸구려 아파트의 모험이 원작이다. ‘4층 아파트와 헷갈린 작품이기도 하다집값이 비싼 지역인데 유독 한 집만 저렴한 임대료로 나왔다면포와로는 이 점에 집중하는데……미국 FBI 요원이 나오는데상당히 무능하게 그려진다역시 FBI는 그들이 주인공이 아닌 드라마에서는 다 그런 식으로 표현된다외부에서 보는 FBI의 이미지는 그런 모양이다.

 

 

  『The Kidnapped Prime Minister도 포와로 수사집에 수록된 납치된 수상이 원작이다언젠가도 적었지만영국은 기밀문서나 설계도도 잘 잃어버리더니 이제는 수상까지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꼭 그가 있어야 한다면서왜 경호를 어설프게 해서……원작은 독일과 관련이 있었는데여기서는 아일랜드와 연관이 있었다.

 

 

  『The Adventure of the Western Star도 역시 포와로 수사집에 있는 서방의 별의 모험을 드라마화했다여기서도 헤이스팅즈가 사건 수사에 끼어들었다가 낭패를 본다이번 시즌 내내 그는 사건 수사를 하고 싶어 한다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지만그나저나 포와로가 자기가 열심히 장을 보고 요리까지 정성스레 했는데왜 밥 먹으면서 딴짓하냐고 헤이스팅즈에게 잔소리를 하는 장면이 있다뭐랄까두 중년 아저씨가 아니라 중년 부부의 대화를 보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사람이 죽어 나가고국제적 사건이 일어나고도둑에 협박범이 등장하지만포와로와 그 친구들은 유쾌한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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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박광현 감독, 지창욱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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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제 - Fabricated City, 2017 2.9 개봉

  감독 - 박광현

  출연 - 지창욱, 심은경, 오정세, 김상호

 

 

 

 

  태권도 국가대표였지만 지금은 그냥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백수인 권유’. 우연히 피씨방에서 옆자리에 놓인 휴대 전화를 줍게 되고,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다음 날, 그는 십 대 소녀를 잔인하게 강간 살인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에 널린 그의 지문은 물론이고, 그의 집에서 흉기가 나온 것이다. 아무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감옥에서 그는 마덕수라는 조폭 두목의 심기를 거슬려 고초를 겪는다. 그러던 중, 살인죄로 복역 중인 죄수가 그에게 탈옥할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대로 감옥을 탈출한 그는,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아마추어 해커이자 그의 온라인 게임 팀원이었던 털보형님이었다. 사실 그 닉네임을 가진 사람은 여울이라는 여자였지만, 온라인에서는 남자로 행세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권유의 무죄를 밝혀줄 증거를 찾아내지만, 어떤 이유인지 그걸 없애려는 무리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여울은 다른 팀원들인 닉네임 데몰리션’, ‘용도사그리고 여백의 미를 불러 모은다. 그들의 도움으로, 권유는 자신의 사건 뒤에 엄청난 음모가 숨어있음을 알게 되는데…….

 

  영화는 꽤 재미있었다. 주조연들이 골고루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주었고, 긴장과 개그 코드가 적절히 섞여서 흐름도 괜찮았다. 음모를 꾸민 주모자의 정체가 너무 빨리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후 두 팀의 대결도 꽤 재미있었다. 권유의 팀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더 과감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인원과 장비의 부족은 그들을 궁지로 몰았다. 반면에 주모자는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방면으로 손을 뻗치고 있어서 유리했다. 물론 그에 비례해 지켜야 할 것이 많았다. 그래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격을 해댔다. 다만 너무 자기 자신에 대한 우월의식이 넘쳐서 방심하는 실수를 했지만 말이다. 이 두 팀이 마지막까지 팽팽히 속고 속이는 대결을 거듭하면서, 통쾌한 마무리까지 보여주었다.

 

  앞부분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언급했던 복선을 적절하게 회수했는데, 특히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게 남아있다는 사실에 낙관적인 기분으로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게 회수되지 않았으면, 아마 이 리뷰는 엄청난 비난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부분도 몇 군데 있기는 했다.

 

  권유가 암흑 속에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패스하겠다. 난 무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청각과 빛나는 미세 물질에 의지해 여러 명과 싸우는 게 가능한지 아닌지는 말하지 않겠다. 또한 주모자가 자기의 은신처에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곳에 설치한 몰래카메라 같은 것을 볼 수 있는 화면을 만들어 놓은 장면이 있다. 거기서 그는 바닥을 모니터로 만들어 놓고 그 위를 걸어 다니면서, 자료를 확인하고 분석하고 화면을 움직인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바닥 전체가 터치스크린이라는 얘긴데, 왜 그가 걸어 다닐 때는 작동하지 않을까? 게다가 성인 남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는 건가? 한 번만 걷는 것도 아니고 매일 매일 그 위를 걸어 다니고, 아예 눕거나 앉아도 있고, 심지어 춤도 춘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그야말로 놀랍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 이건 좀…….’했던 부분은 바로 후반부에 벌어진 자동차 추격 장면이었다. 마덕수에게 잡혀간 여울을 구하기 위해, 권유가 말 그대로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다. 주차장 건물에서 자동차로 뛰어내리는데, 차에는 흠집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경차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경차가 아니었나? 내가 차알못이라 어떤 차라고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무슨 차종인지 알게 되면, 그 차로 바꾸라고 친척과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꽤 높은 층이었는데, 떨어졌을 때 에어백도 터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충격 흡수가 뛰어난 차종이었다. 그 때문에 권유는 멀쩡했다. 물론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안전벨트는 중요한 것이다.

 

  그런 과장된 몇몇 장면만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다.

 

  그리고 사람은 평소에 하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권유가 온라인에서 싸가지없게 굴었으면, 팀원들이 그렇게 도와주겠다고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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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 투명 싱글 케이스 + 양면 자켓
웨이 하오 청 감독, 허위녕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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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 – 빨간 옷 소녀의 저주

  원제 紅衣小女孩 The Tag-Along, 2015

  감독 웨이 하오 청

  출연 황하허위녕유인상장백주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는 허쯔웨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다그는 조만간 약혼녀인 션이쥔에게 프러포즈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그의 할머니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실종되었던 할머니의 친구가 다시 나타난다얼마 후션이쥔은 할머니를 찾았다는 허쯔웨이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하지만 그곳에는 넋이 나간듯한 할머니만 있었다션이쥔은 이제 사라진 약혼자를 찾아야 하는데…….

 

  어느 나라건 전국을 휩쓰는 괴담이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한국의 홍콩 할머니’ 얘기나 장산범’ 얘기일본의 빨간 마스크 괴담’ 등이 그 예일 것이다대만에도 그런 얘기가 하나 있는데바로 빨간 옷 소녀에 얽힌 괴담이다어느 일가족이 찍은 사진에 빨간 옷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가 찍혔는데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 아이를 본 적이 없다거나산에서 실종되었다 나타난 여인이 빨간 옷 입은 아이를 따라갔었다는 내용이다이 영화는바로 그 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제작되었다괴담의 내용은 영화에서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된다.

 

  영화는 초중반까지는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마조마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누군가 사라지고그와 가까웠던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그 사람을 부르는 앳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거기에 대답하여 뒤를 돌아보면그 사람은 사라진다. CCTV를 보면 빨간 옷을 입은 어린 소녀와 함께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그리고 뒤이어 맨 처음 사라졌던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돌아온다그러면서 계속해서 두 번째로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불러서 미안하다고 사죄한다사건은 이런 식으로 벌어진다누군가 실종되고가까운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다 그 사람이 사라지고…….

 

  그 때문에 허쯔웨이의 할머니가 사라지고 나서그와 션이쥔의 주변에서 기괴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적절하게 나타나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빨간 옷을 입고 머리를 산발한 소녀라든지한국 영화 여곡성 Woman's Wail, 女哭聲, 1986’의 지렁이 국수를 능가하는 상차림 등등보는 내내 시각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가득했다게다가 할머니를 찾아 헤매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사건에 대해 차근차근 보여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물론 왜 빨간 옷의 소녀가 사람을 따라다니고 그들을 산으로 데리고 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이 작품이 3편까지 나와 있는 거로 봐서천천히 알려줄 모양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눈치챘겠지만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추측된다내가 지금 지옥 같은 곳에 있는데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야 한다면사람들은 누구를 부를까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부를까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부를까나 같으면 싫어하는 사람이나 유명한 범죄자의 이름을 댈 것 같다그런데 영화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그런 건 용납되지 않는 모양이다그러니까 돌아온 할머니가 자신의 뒤를 이어 사라진 사람의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비는 거겠지생각해보니 상당히 악질적인 존재구나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나 대신 제물로 바치는 것이니살아남은 사람은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릴까?

 

  아그래서 영화 제목이 마신자 魔神仔인 모양이다영화가 시작할 무렵, ‘마신자는 원숭이나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귀신을 뜻하는 말로죄책감을 이용하여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라고 나온다살아서 되돌아온 사람들이 죄책감 때문에 넋이 나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다른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괴담이지만당사자들에게는 그게 아닌 거니까.

 

  후반부에 좀 느슨해지면서 눈물 좀 흘려보라는 분위기만 아니면중후반까지는 긴장감도 적절하고 사건의 흐름도 괜찮았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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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Rim of the World, 2019

  감독 맥지

  출연 잭 고어미야 세치벤자민 플로레스 주니어알레시오 스칼조토

 

 

 

  온종일 컴퓨터 앞에서 과학 공부만 하는 알렉스를 보다 못한 엄마는 그를 여름 캠프장으로 보낸다그곳에서 그는 말 한마디 안 하는 젠젠과 오지랖 넓고 수다스러운 대리어스를 만난다셋은 어쩌다가 프로그램을 땡땡이치고 주변을 돌아다니다가 가브리엘을 만난다그런데 비상 알람이 뜨고겨우 돌아온 캠프장은 텅 비어 있었다하늘에서는 전투기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비행물체와 공중전을 벌이고그들의 앞에 비상용 우주선 캡슐이 떨어진다뒤이어 그 안에서 나온 여인이 아이들에게 열쇠를 주며어느 박사에게 전해달라 부탁한다그리고 기괴하게 생긴 괴생명체가 아이들을 쫓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십 대 초반의 네 꼬꼬마가 우연히 지구를 구할 열쇠를 갖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렸다네 아이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돕기도 하고의견 일치가 되지 않아 투덕거리기도 하고그 와중에 각자 가진 비밀을 공유하고콤플렉스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어떻게 보면 네 친구의 성장 모험담이라고 할 수 있다거기다 그리 잔인하지 않고아기자기하고 자잘한 사건들로 이루어진 구성이 성인 대상 영화라고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성인이 주인공으로 나오는건물이나 뭔가가 펑펑 터지고인간이나 외계인의 손발이 절단돼 여기저기 날리는 그런 외계인 등장 영화를 기대하고 보면 실망할 수 있다.

 

  그러면 이건 어린이 청소년 대상 SF 영화인가이렇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그렇게 보기에는 문제가 있다우선 아이들이 주고받는 성적 농담의 수위가 생각보다 세다내가 요즘 십 대 초반 꼬꼬마들의 수준을 너무 얕잡아봤나 보다이 나이 먹은 나도 부끄러워서 애인님 앞에서 꺼내지도 못하는 단어들을 마구 내뱉는다.

 

  또한여름 캠프장에 있는 직원들이 개그 캐릭으로 등장한 것 같은데전혀 재미있지가 않았다빨간 머리를 가진 아이에게 당근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아이들이 있는데도 물고 핥고 빨기에 여념이 없다거기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약간의 인종 차별에 외모 평가질까지 한다당근이라고 부르는 직원은 빨간 머리 앤도 안 읽어봤나 보다거기서 길버트가 을 당근이라고 놀렸다가 무슨 일을 당했는데…….

 



  다른 또 하나는 등장인물 중의 하나인 대리어스 때문이다그는 수다스럽고 여기저기 다 끼어들며 잘난 척하고 아는 것도 많고 아는 척도 잘 하는 소년이다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조연급 흑인 캐릭터를 상상하면 될 것이다.

 

  그 애는 가끔 상황에 맞는 영화 제목이나 설정을 툭툭 내뱉는데그 영화들이 대개 미성년자 관람 불가 작품들이다엄마·아빠 몰래 많이 봤다고 생각하면 그러려니 할 수 있다하지만 문제는 그걸 알아차릴 어린이 청소년들이 얼마나 있겠냐는 것이다유명한 작품에 관해 얘기한다면 그나마 관심이 있던 사람들은 알아먹겠지만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전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를 것이다. ‘베르너 헤어조크나 버팔로 빌이 누군지 아는 청소년이 얼마나 된다고거기다 그는 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나보다처음에 북한의 습격이냐며 젠젠에게 취소시키라는 말까지 건넨다이건 북한과 중국의 친밀도를 알고동시에 젠젠의 국적을 가지고 놀리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과도한 간접광고……아이들이 백화점에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 나온다왜 젠젠은 모 스포츠웨어 상표가 정 가운데 오는 머리끈을 하고카메라는 왜 신발 상표가 잘 보이게 클로즈업하는지 모르겠다그리고 아이들은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팔짝을 하고 싶었는지갑자기 춤을 추기 시작하는데……얘들아너희들이 그러는 와중에 너희 엄마·아빠가 외계인 침공으로 죽을지도 몰라!

 

  하지만 네 주인공은 귀여웠고그들이 하나둘씩 성장할 때마다 어쩐지 내 마음이 뿌듯해지고위기 상황을 앞뒀을 때는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며 마음속으로 응원하고 있었다그동안 매번 팔과 다리가 절단되어 날리고고음의 비명과 욕이 난무하고죽이고뚫리고찔리고베이고고문하고펑펑 터지고무너지는 그런 고어 작품만 봐왔는데오랜만에 별다른 긴장감 없이 힐링하는 기분으로 볼만한 작품이었다.

 

  외계인의 침공에 대비해아니 전기가 끊길 경우를 대비해 디지털이 아닌 물건들도 가지고 있어야겠다더불어 스틱 운전도 익혀두면 좋을 것 같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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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6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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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百鬼夜行抄, 1995

  작가 – 이마 이치코

 

 

 

  이번 6권에는 네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그중의 두 편그러니까 푸른 비늘과 고리의 안은 백귀야행 베스트 에피소드 百鬼夜行抄 ベストセレクション, 2009’에도 수록되어 있었다.

 

 

  『푸른 비늘은 리쓰가 다니게 된 재수 학원에서 시작한다그렇다리쓰는 지난 5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재수생으로 변신했다하아왜 눈에서 땀이 나지거기다 요괴와 엮인 오구로가 등장하면서사건이 점점 꼬여간다요괴가 주는 물건은 함부로 주고받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이번 편에서 제일 압권인 장면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츠카사의 아버지이자 리쓰의 큰외삼촌 등장씬일 것이다. ‘아오아라시가 점령한 리쓰의 아버지를 보면서 아무리 봐도 이 제부는 이미 죽었다.’라고 부들부들 떠는 장면은 진짜…….

 

 

  『고리의 안은 리쓰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다도 학원이 배경이다수강생의 아버지가 우연히 그 집에서 머물게 되었는데이 노인이 애지중지하는 물건이 수상하다집안을 번창하게 해주는 요괴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요괴의 본성이 부딪히면서 비극적으로 끝나기 마련이다하지만 이번 편은약간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까이번 이야기의 인상적인 부분은리쓰에게 네 상황으로는 삼수 사수는 필수니까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두 사촌 누나의 뼈를 때리는 충고 장면이다.

 

 

  『인형 공양잘만 다듬으면 꽤 으스스한 호러 영화 한 편이 나올 수 있을 이야기다화목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사람 수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요괴와 거기에 휘말린 한 가족 그리고 한 번 집에 발을 들이면 다시는 나갈 수 없는 설정거기다 만화라서 별로 고어적이지 않게 여겨지지실제 영상으로 바꿔놓으면 상당히 기괴하고 보는 즉시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오싹한 배경과 몇몇 등장인물들은 으아……상상해버렸다. CG라든지 분장만 잘 해놓으면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될 것 같다.

 

 

  『귀신의 거처는 리쓰의 할아버지이자 요괴를 다스렸던 괴기 문학 작가 의 청소년 시절을 그리고 있다부모의 장례식에서 료는 화를 초래하니 절에 맡기라는 한 승려의 예언을 듣는다그러나 숙부는 그 말을 무시하고료와 누나를 아들 타케시와 함께 친자식처럼 기른다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료의 주위에 위험한 존재들이 다가오는데……리쓰의 인생도 평범하지 않다 생각했는데료의 삶은 그야말로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요괴들을 불러들이고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지 않은 도움을 받으며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야 했다그가 어린 리쓰에게 여장을 시키고 아오아라시를 수호 요괴로 붙여둔 것은손자는 자기 같은 괴로움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나름 손자의 앞에 꽃길아니 요괴길을 깔아줬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길에서 아무거나 주우면 안 되고내 것이 아닌 건 탐내지 말자는 교훈을 얻은 이야기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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