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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귀야행 6
이마 이치코 지음 / 시공사(만화) / 2000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원제 - 百鬼夜行抄, 1995
작가 – 이마 이치코
이번 6권에는 네 개의 이야기가 들어있다. 그중의 두 편, 그러니까 ‘푸른 비늘’과 ‘고리의 안’은 ‘백귀야행 베스트 에피소드 百鬼夜行抄 ベストセレクション, 2009’에도 수록되어 있었다.
『푸른 비늘』은 ‘리쓰’가 다니게 된 재수 학원에서 시작한다. 그렇다. 리쓰는 지난 5권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재수생으로 변신했다. 하아, 왜 눈에서 땀이 나지. 거기다 요괴와 엮인 ‘오구로’가 등장하면서, 사건이 점점 꼬여간다. 요괴가 주는 물건은 함부로 주고받으면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에피소드였다. 이번 편에서 제일 압권인 장면은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츠카사’의 아버지이자 리쓰의 큰외삼촌 등장씬일 것이다. ‘아오아라시’가 점령한 리쓰의 아버지를 보면서 ‘아무리 봐도 이 제부는 이미 죽었다.’라고 부들부들 떠는 장면은 진짜…….
『고리의 안』은 리쓰의 어머니가 운영하는 다도 학원이 배경이다. 수강생의 아버지가 우연히 그 집에서 머물게 되었는데, 이 노인이 애지중지하는 물건이 수상하다. 집안을 번창하게 해주는 요괴에 관한 이야기는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요괴의 본성이 부딪히면서 비극적으로 끝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번 편은, 약간 해피엔딩이라고 해야 할까? 이번 이야기의 인상적인 부분은, 리쓰에게 네 상황으로는 삼수 사수는 필수니까 마음 편하게 먹으라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두 사촌 누나의 뼈를 때리는 충고 장면이다.
『인형 공양』은, 잘만 다듬으면 꽤 으스스한 호러 영화 한 편이 나올 수 있을 이야기다. 화목한 가족을 만들기 위해 사람 수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요괴와 거기에 휘말린 한 가족 그리고 한 번 집에 발을 들이면 다시는 나갈 수 없는 설정. 거기다 만화라서 별로 고어적이지 않게 여겨지지, 실제 영상으로 바꿔놓으면 상당히 기괴하고 보는 즉시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오싹한 배경과 몇몇 등장인물들은 으아……. 상상해버렸다. CG라든지 분장만 잘 해놓으면,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작품이 될 것 같다.
『귀신의 거처』는 리쓰의 할아버지이자 요괴를 다스렸던 괴기 문학 작가 ‘료’의 청소년 시절을 그리고 있다. 부모의 장례식에서 료는 화를 초래하니 절에 맡기라는 한 승려의 예언을 듣는다. 그러나 숙부는 그 말을 무시하고, 료와 누나를 아들 ‘타케시’와 함께 친자식처럼 기른다. 어느덧 고등학생이 된 료의 주위에 위험한 존재들이 다가오는데……. 리쓰의 인생도 평범하지 않다 생각했는데, 료의 삶은 그야말로 가시밭길 그 자체였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요괴들을 불러들이고,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원하지 않은 도움을 받으며,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야 했다. 그가 어린 리쓰에게 여장을 시키고 아오아라시를 수호 요괴로 붙여둔 것은, 손자는 자기 같은 괴로움을 겪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 나름 손자의 앞에 꽃길, 아니 요괴길을 깔아줬다고 해야 할까?
하여간 길에서 아무거나 주우면 안 되고, 내 것이 아닌 건 탐내지 말자는 교훈을 얻은 이야기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