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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된 도시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박광현 감독, 지창욱 외 출연 / CJ엔터테인먼트 / 2017년 12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제 - Fabricated City, 2017 2.9 개봉
감독 - 박광현
출연 - 지창욱, 심은경, 오정세, 김상호
태권도 국가대표였지만 지금은 그냥 온라인 게임을 즐기는 백수인 ‘권유’. 우연히 피씨방에서 옆자리에 놓인 휴대 전화를 줍게 되고, 주인에게 돌려주기 위해 약속 장소로 향한다. 그런데 다음 날, 그는 십 대 소녀를 잔인하게 강간 살인한 범인으로 지목된다. 현장에 널린 그의 지문은 물론이고, 그의 집에서 흉기가 나온 것이다. 아무도 그의 결백을 믿어주지 않는 가운데, 감옥에서 그는 ‘마덕수’라는 조폭 두목의 심기를 거슬려 고초를 겪는다. 그러던 중, 살인죄로 복역 중인 죄수가 그에게 탈옥할 방법을 알려준다. 그 방법대로 감옥을 탈출한 그는, 뜻밖의 조력자를 만나게 된다. 바로 아마추어 해커이자 그의 온라인 게임 팀원이었던 ‘털보형님’이었다. 사실 그 닉네임을 가진 사람은 ‘여울’이라는 여자였지만, 온라인에서는 남자로 행세하고 있었다. 그녀는 우연히 권유의 무죄를 밝혀줄 증거를 찾아내지만, 어떤 이유인지 그걸 없애려는 무리가 있음을 알아차린다. 여울은 다른 팀원들인 닉네임 ‘데몰리션’, ‘용도사’ 그리고 ‘여백의 미’를 불러 모은다. 그들의 도움으로, 권유는 자신의 사건 뒤에 엄청난 음모가 숨어있음을 알게 되는데…….
영화는 꽤 재미있었다. 주조연들이 골고루 각자 맡은 역할을 잘 해주었고, 긴장과 개그 코드가 적절히 섞여서 흐름도 괜찮았다. 음모를 꾸민 주모자의 정체가 너무 빨리 드러나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후 두 팀의 대결도 꽤 재미있었다. 권유의 팀은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서 더 과감하게 공격할 수 있었다.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도 없었고, 잃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인원과 장비의 부족은 그들을 궁지로 몰았다. 반면에 주모자는 언론은 물론이거니와 여러 방면으로 손을 뻗치고 있어서 유리했다. 물론 그에 비례해 지켜야 할 것이 많았다. 그래서 과감하고 적극적인 공격을 해댔다. 다만 너무 자기 자신에 대한 우월의식이 넘쳐서 방심하는 실수를 했지만 말이다. 이 두 팀이 마지막까지 팽팽히 속고 속이는 대결을 거듭하면서, 통쾌한 마무리까지 보여주었다.
앞부분에서 스쳐 지나가듯이 언급했던 복선을 적절하게 회수했는데, 특히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사실 그게 남아있다는 사실에 낙관적인 기분으로 끝까지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게 회수되지 않았으면, 아마 이 리뷰는 엄청난 비난으로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지 않아서 다행이다.
하지만 너무 오버하는 거 아닌가 하는 부분도 몇 군데 있기는 했다.
권유가 암흑 속에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그건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패스하겠다. 난 무술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니까. 청각과 빛나는 미세 물질에 의지해 여러 명과 싸우는 게 가능한지 아닌지는 말하지 않겠다. 또한 주모자가 자기의 은신처에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여러 곳에 설치한 몰래카메라 같은 것을 볼 수 있는 화면을 만들어 놓은 장면이 있다. 거기서 그는 바닥을 모니터로 만들어 놓고 그 위를 걸어 다니면서, 자료를 확인하고 분석하고 화면을 움직인다. 그게 가능한 일일까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바닥 전체가 터치스크린이라는 얘긴데, 왜 그가 걸어 다닐 때는 작동하지 않을까? 게다가 성인 남자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다는 건가? 한 번만 걷는 것도 아니고 매일 매일 그 위를 걸어 다니고, 아예 눕거나 앉아도 있고, 심지어 춤도 춘다. 과학 기술의 발전은 그야말로 놀랍기만 하다.
마지막으로 ‘어? 이건 좀…….’했던 부분은 바로 후반부에 벌어진 자동차 추격 장면이었다. 마덕수에게 잡혀간 여울을 구하기 위해, 권유가 말 그대로 자동차를 타고 하늘을 나는 장면이었다. 주차장 건물에서 자동차로 뛰어내리는데, 차에는 흠집 하나 보이지 않았다. 경차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그게 가능한가 싶었다. 경차가 아니었나? 내가 차알못이라 어떤 차라고 확신하지는 못하겠다. 하지만 무슨 차종인지 알게 되면, 그 차로 바꾸라고 친척과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꽤 높은 층이었는데, 떨어졌을 때 에어백도 터지지 않았다. 그 정도로 충격 흡수가 뛰어난 차종이었다. 그 때문에 권유는 멀쩡했다. 물론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안전벨트는 중요한 것이다.
그런 과장된 몇몇 장면만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은 영화였다.
그리고 사람은 평소에 하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걸 알려주는 작품이었다. 권유가 온라인에서 싸가지없게 굴었으면, 팀원들이 그렇게 도와주겠다고 발 벗고 나서지 않았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