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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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 Agatha Christie's Poirot, 1990
출연 – 데이빗 서쳇, 휴 프레이저
‘포와로’ 시리즈의 두 번째 이야기 묶음이다. 이번 시즌에는 ‘포와로 수사집 Poirot Investigates, 1924’에서 읽었던 단편들이 꽤 많았다. 단편을 영상화했기에, 추가된 설정들이 더러 있었다. 원작과 비교해 어디가 추가되었고 달라졌는지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은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 장면들이 많았다.
『Peril at End House』는 장편인 ‘엔드하우스의 비극 Peril at End House, 1932년’을 영상화했다. 한 여인이 며칠 사이에 계속해서 살인 위협을 받는다. 급기야 그녀의 옷을 입은 사촌이 살해당하기까지! 포와로는 자신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에 분개하면서 범인을 잡겠다고 나서는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그러면서도 겉으로는 선량한 척하는 범죄자의 모습은 무시무시했다. 게다가 마약 밀매범까지 끼어들면서, 사건은 복잡해지기만 한다.
『The Veiled Lady』는 단편집인 ‘포와로 수사집 Poirot Investigates, 1924’에 수록된 ‘베일에 싸인 여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자신은 최대한 몸을 쓰지 않고 ‘회색빛 뇌세포’로만 사건을 해결한다던 포와로가, 여기서는 검은 옷을 입고 남의 집에 몰래 숨어드는 번거로운 일을 감행한다. 물론 안 하던 짓을 했기에 경찰에 붙잡히는 건 당연한 순서지만. 그런 그의 모습을 보고 놀리기에 바쁜 ‘잽 경감’과 삐친 포와로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헤이스팅즈, 그럴 줄 몰랐다. 경찰에게 걸리자마자 혼자 도망치다니. 어쩐지 이번 편에서는 모두가 다 개그 캐릭터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The Lost Mine』도 역시 ‘포와로 수사집’에 있는 ‘잃어버린 광산’이 원작이다. 시작부터 블루마블과 비슷한 주사위를 굴려 땅따먹기하는 게임을 즐기는 포와로와 헤이스팅즈. 둘은 너무 진지한데, 보는 나는 그냥 웃겼다. 아, 저 시절에는 저런 거로 오락을 즐겼겠구나.
『The Cornish Mystery』는 단편집 ‘패배한 개 The Under Dog, 1929’에 실린 ‘콘월의 수수께끼’를 드라마화했다. 영제와 한국 제목이 좀 다르다. 자신이 중독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여인이 포와로를 찾아온다. 다음날 포와로가 갔을 때는 이미 죽은 뒤였다.
남편 또는 아내가 배우자를 중독시키는 설정은 크리스티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작품에도 많이 있다. 그 당시 그런 거로 유명한 사건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나저나 ‘역경(또는 주역)’을 읽고 명상을 하는 헤이스팅즈와 덩달아 동조하는 미스 레몬, 그리고 포와로에게 한 방 먹고 분해하는 잽 경감까지, 이번 편 역시 개그 트리오의 활약은 빛났다.
『The Disappearance of Mr. Davenheim』은 ‘포와로 수사집’에 수록된 ‘데이븐하임 씨의 실종’을 각색했다. 이번 편에서는 포와로가 잽 경감과 집에서 한 걸음도 나가지 않고 이야기만 듣고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는 내기를 걸어서, 헤이스팅즈가 열심히 뛰어다닌다. 그리고 포와로는 집에서 마술책을 사다가 열심히 연습한다. 코난 도일의 작품에도 비슷한 설정의 작품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Double Sin』은 단편집 ‘죽음의 사냥개 The House of Death and Other Stories, 1933’에 실린 ‘이중 범죄’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포와로는 은퇴를 진지하게 생각한다. 그 때문에 헤이스팅즈와 기분전환 겸해서 여행을 떠나는데……. 이번에도 헤이스팅즈가 사건을 해결해보겠노라 발 벗고 뛰어다닌다.
『The Adventure of the Cheap Flat』는 ‘포와로 수사집’에 있는 ‘싸구려 아파트의 모험’이 원작이다. ‘4층 아파트’와 헷갈린 작품이기도 하다. 집값이 비싼 지역인데 유독 한 집만 저렴한 임대료로 나왔다면? 포와로는 이 점에 집중하는데……. 미국 FBI 요원이 나오는데, 상당히 무능하게 그려진다. 역시 FBI는 그들이 주인공이 아닌 드라마에서는 다 그런 식으로 표현된다. 외부에서 보는 FBI의 이미지는 그런 모양이다.
『The Kidnapped Prime Minister』도 ‘포와로 수사집’에 수록된 ‘납치된 수상’이 원작이다. 언젠가도 적었지만, 영국은 기밀문서나 설계도도 잘 잃어버리더니 이제는 수상까지! 세계 평화를 위해서는 꼭 그가 있어야 한다면서, 왜 경호를 어설프게 해서……. 원작은 독일과 관련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아일랜드와 연관이 있었다.
『The Adventure of the Western Star』도 역시 ‘포와로 수사집’에 있는 ‘서방의 별의 모험’을 드라마화했다. 여기서도 헤이스팅즈가 사건 수사에 끼어들었다가 낭패를 본다. 음, 이번 시즌 내내 그는 사건 수사를 하고 싶어 한다. 아쉽게도 그가 원하는 결과는 얻지 못하지만. 그나저나 포와로가 자기가 열심히 장을 보고 요리까지 정성스레 했는데, 왜 밥 먹으면서 딴짓하냐고 헤이스팅즈에게 잔소리를 하는 장면이 있다. 뭐랄까, 두 중년 아저씨가 아니라 중년 부부의 대화를 보는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사람이 죽어 나가고, 국제적 사건이 일어나고, 도둑에 협박범이 등장하지만, 포와로와 그 친구들은 유쾌한 시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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