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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신자: 빨간 옷 소녀의 저주 - 투명 싱글 케이스 + 양면 자켓
웨이 하오 청 감독, 허위녕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17년 5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제 – 빨간 옷 소녀의 저주
원제 - 紅衣小女孩 The Tag-Along, 2015
감독 - 웨이 하오 청
출연 - 황하, 허위녕, 유인상, 장백주
부동산 회사에서 일하는 ‘허쯔웨이’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청년이다. 그는 조만간 약혼녀인 ‘션이쥔’에게 프러포즈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할머니가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실종되었던 할머니의 친구가 다시 나타난다. 얼마 후, 션이쥔은 할머니를 찾았다는 허쯔웨이의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달려간다. 하지만 그곳에는 넋이 나간듯한 할머니만 있었다. 션이쥔은 이제 사라진 약혼자를 찾아야 하는데…….
어느 나라건 전국을 휩쓰는 괴담이 적어도 하나 정도는 있기 마련이다. 한국의 ‘홍콩 할머니’ 얘기나 ‘장산범’ 얘기, 일본의 ‘빨간 마스크 괴담’ 등이 그 예일 것이다. 대만에도 그런 얘기가 하나 있는데, 바로 ‘빨간 옷 소녀’에 얽힌 괴담이다. 어느 일가족이 찍은 사진에 빨간 옷을 입은 어린 여자아이가 찍혔는데 그곳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아무도 그 아이를 본 적이 없다거나, 산에서 실종되었다 나타난 여인이 빨간 옷 입은 아이를 따라갔었다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바로 그 이야기에 힌트를 얻어 제작되었다. 괴담의 내용은 영화에서도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이야기된다.
영화는 초중반까지는 진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마조마하면서 보는 재미가 있었다. 누군가 사라지고, 그와 가까웠던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그 사람을 부르는 앳된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거기에 대답하여 뒤를 돌아보면, 그 사람은 사라진다. CCTV를 보면 빨간 옷을 입은 어린 소녀와 함께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뒤이어 맨 처음 사라졌던 사람이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돌아온다. 그러면서 계속해서 두 번째로 사라진 사람의 이름을 불러서 미안하다고 사죄한다. 사건은 이런 식으로 벌어진다. 누군가 실종되고, 가까운 사람에게 이상한 일이 일어나다 그 사람이 사라지고…….
그 때문에 허쯔웨이의 할머니가 사라지고 나서, 그와 션이쥔의 주변에서 기괴한 일이 일어날 때마다 조마조마했다. 적절하게 나타나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하는 빨간 옷을 입고 머리를 산발한 소녀라든지, 한국 영화 ‘여곡성 Woman's Wail, 女哭聲, 1986’의 지렁이 국수를 능가하는 상차림 등등, 보는 내내 시각을 자극하는 영상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할머니를 찾아 헤매면서 벌어지는 일을 통해, 사건에 대해 차근차근 보여주는 방식도 마음에 들었다. 물론 왜 빨간 옷의 소녀가 사람을 따라다니고 그들을 산으로 데리고 가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 작품이 3편까지 나와 있는 거로 봐서, 천천히 알려줄 모양이다.
여기까지 읽으면 눈치챘겠지만,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오는 방법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것으로 추측된다. 내가 지금 지옥 같은 곳에 있는데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른 사람을 끌어들여야 한다면, 사람들은 누구를 부를까? 제일 좋아하는 사람을 부를까, 제일 싫어하는 사람을 부를까? 나 같으면 싫어하는 사람이나 유명한 범죄자의 이름을 댈 것 같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자세히 나오지 않았지만, 그런 건 용납되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돌아온 할머니가 자신의 뒤를 이어 사라진 사람의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비는 거겠지? 음, 생각해보니 상당히 악질적인 존재구나.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을 나 대신 제물로 바치는 것이니, 살아남은 사람은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릴까?
아, 그래서 영화 제목이 ‘마신자 魔神仔’인 모양이다. 영화가 시작할 무렵, ‘마신자는 원숭이나 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귀신을 뜻하는 말로, 죄책감을 이용하여 사람을 미치게 만든다.’라고 나온다. 살아서 되돌아온 사람들이 죄책감 때문에 넋이 나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괴담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그게 아닌 거니까.
후반부에 좀 느슨해지면서 눈물 좀 흘려보라는 분위기만 아니면, 중후반까지는 긴장감도 적절하고 사건의 흐름도 괜찮았던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