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 The Super, 2017

  감독 스테판 릭

  출연 패트릭 존 플루거발 킬머루이자 크라우스폴 벤-빅터

 

 

 

 

  아내를 화재 사고로 잃은 후, ‘은 어린 두 딸 바이올렛과 로즈를 데리고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경찰이었던 경험을 살려그는 한 아파트의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다한편그 아파트에서는 의문의 실종 사건과 살인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필은 수상한 행동을 하는 다른 관리인 월터를 의심하기에 이른다그런데 그가 자꾸만 필의 두 딸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의 영문판 포스터를 보면월터 역을 맡은 발 킬머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고 ‘He has your keys’라고 적혀있다한국판 포스터에는 벽에 ‘Play with me?’이라고 쓰여 있고 말이다그걸 읽으면 자연스레 발 킬머가 예전에는 정의를 지키는 히어로인 배트맨을 하더니만 이번에는 연기 변신을 위해 나쁜 놈으로 나오는 모양이구나관리인이니까 아파트 모든 집의 열쇠를 갖고 있고사람들을 죽이거나 납치 감금 고문하는 거구나라고 상상할 것이다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나에게는 그랬다거기다 중반까지 그런 뉘앙스를 대놓고 뿌렸고 말이다하지만 이건 제작진의 속임수였다왜 그런지 말하면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어쩌면 영화를 보기 전에 포스터를 접하지 않았다면제작진의 농간에 휘말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적어놓으면이 작품이 구성이 탄탄하고 반전이 뛰어난 스릴러 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나만 당할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면저기까지 적어놓고 리뷰를 마무리했을 거다하지만 난 4500원의 소중함을 알기에그 돈이면 떡볶이에 콜라까지 가능하고라면은 다섯 개짜리 한 묶음 살 수 있고맥주 한 캔에 과자까지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

 

  영화의 기본 설정은 평범하고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다룬 것이다그 때문에 제작진은 여기에 다른 양념을 몇 가지 집어넣었는데그럭저럭 괜찮았다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이라든지 아빠의 새로운 연애 상대와 딸 사이의 미묘한 거리자신과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두려워하는 소녀 등등.

 

  그런데 뭐랄까영화는 그리 흡입력이 있다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면서 보기가 어려웠다강약의 적절하게 반복되면서 보는 내내 심장 박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주먹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게 공포 영화를 보는 묘미다아쉽게도이 작품은 그런 게 별로 없었다인물의 성격이 너무 평면적이어서보는 내내 다른 작품의 캐릭터가 연상되었고 두 인물의 연기가 비교되었다그리고 후반에 반전을 주긴 했지만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예상 가능한 설정이었다.

 

  ‘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기 쉽고인간이 얼마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그런데 그렇다고 보기엔너무 쉽게 넘어갔다어이없을 정도로계기도 없고 개연성도 부족한 것 같았다몇 년 전에 본 한국 공포 영화가 떠올랐다그것도 결말이 너무 이상해서 욕을 했었는데이 작품의 결말도 비슷했다인간이 너무 팔랑귀이고 쉽게 넘어가고 나약하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보면그럴싸한 결말이었다하지만 개연성이나 인간의 행동에는 반드시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면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결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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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Brightburn , 2019

  감독 데이비드 야로베스키

  출연 잭슨 A. 엘리자베스 뱅크스데이비드 덴맨제니퍼 홀랜드

 

 


 

  이 리뷰에는 영화의 주요 스포일러 몇 개가 들어 있어요!

 

  아이를 원하던 브라이어 부부의 농장 근처에미확인 비행물체가 떨어진다부부는 그 안에서 발견된 갓난아이를 기르기로 한다열 두 살이 될 무렵브랜든에게는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뭔가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빼앗으라고 말하는 것 같고잔디 깎는 기계를 던져버릴 만큼 엄청난 힘도 생긴다그와 동시에 그는 다른 십 대 아이들처럼 이성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인간의 해부도에 눈길을 돌리고기이한 문양을 그리는 데 열중한다그러던 중관심과 호감을 보이던 여자아이에게 외면을 당하자브랜든은 그 아이의 손을 부러뜨리는 사고를 치고 마는데…….

 

  처음 이 작품이 만들어진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무척이나 기대되었다외계에서 온 아이가 착한 슈퍼맨이 아니라면정의와 질서를 수호하는 별의 계승자가 아니라폭력적이고 사악한 정체성을 가진 외계인이라면그리고 슈퍼맨의 부모처럼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부는 게 아니라그를 의심하고 꺼린다면무척이나 신선한 발상이었다하긴 외계인은 무조건 지구를 공격하고 지배하려는 악당으로 묘사하면서슈퍼맨만 선하고 지구를 수호하는 인물로 그리는 건 좀 웃긴다하다못해 어떤 미국 드라마를 보면어떤 평행 지구에서는 흑화한 영웅들이 등장하기도 한다그러니 슈퍼맨이 언제나 착한 아이일 리가 없다.

 

  그래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하고 두근거리기도 했다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그동안 기대했던 내가 안쓰러웠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고어쩌면 사춘기 십 대 시절을 너무 오래전에 겪어서 그 나이 또래 아이들의 심리를 잘 몰라서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굴러가는 낙엽이 왜 웃긴지 이제는 모르겠는 나이가 되었으니까하지만 아무리 그래도이 영화에서 브랜든이 흑화하는 계기를 잘 받아들이지 못하겠다.

 

  우선 영화에서 드러난 첫 번째 이유는그를 태우고 왔던 비행물체에서 나오는 기이한 광선이 있다그것은 밤만 되면 붉은빛을 뿜으면서브랜든에게 말한다세상을 빼앗으라고마침내 창고 아래에 숨겨둔 비행물체를 찾은 브랜든은 거기서 주문을 외우며 발작을 일으킨다이 장면을 보면서문득 만화 드래곤 볼이 떠올랐다거기서 카카로트가 지구로 온 이유는지구 정복이었다그 별 주민들이 달을 보면 거대 원숭이로 변신하여 마구 때려 부수는데그건 누가 가르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유전자에 저장된 본능이었다그래서 브랜든도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유전적으로 각성하여 파괴적으로 변하는 게 아닐까 싶었다그런 설정이라면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그의 흑화 이유는 사람들의 외면이었다아무래도 브랜든은 머리가 너무 좋아서 학교에서 놀림당하는 아이였던 거 같다그런데 자신에게 호감을 보이던 여자애마저 등을 돌리고아빠마저 그를 의심하고이모와 이모부마저 그를 혼내자이에 분노한다이렇게 설정만 보면 그러려니 하겠는데실제로 얘가 놀림을 받고 왕따를 당하는 게 그렇게 흑화할 정도로는 보이지 않았다여자애 엄마는 자기 딸의 손을 부러뜨린 브랜든과 자기 딸을 놀지 못하게 했다는 이유로 공격받는다그런데 그거 당연한 거 아닌가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에게 해꼬지를 한 아이와 다시 놀라고 할까거기다 이모는 학교 상담교사라서 최대한 그의 편의를 봐주려고 노력했다이모부 역시 그가 밤늦게까지 서성이는 것을 보고 화를 낸 것이다그들은 그럴만했다하지만 브랜든은 그들이 화를 내고 부모와 경찰에 알리겠다고 하자분노한다하아이건 완전히 꼬꼬마 애들이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마트 바닥에 누워 발버둥 치는 것과 다를 바 없이 보였다.

 

  어쩌면 제작진은 브랜든이 아직 사리 분별을 잘 못 하고 앞뒤 정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꼬꼬마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모양이다그런데 그런 것치고그 전까지 브랜든은 머리 좋고 침착하며 상위 1% 안에 드는 모범생이었다말하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도 의젓했다그러면 제작진은 융통성 없는 모범생이 갑작스러운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미숙함을 보여주고 싶었나어린아이라서그래서 이모나 이모부에게 엄마·아빠에게 이르지 말아 달라고 징징대다가안된다니까 다 죽여버린 건가그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해서그것도 가능하다하지만 그러면 첫 번째 이유와 충돌된다사람들을 죽인 후브랜든은 침착하게 자기가 만들어낸 기호를 곳곳에 남기고 과자까지 꼭꼭 씹어먹는 여유를 부린다외계인이라는 걸 모르면사이코패스로 보일 정도다그런데 징징댄다고물론 그 징징거림이 연기라고 생각하면 말이 되긴 한다.

 

  하여간 그가 흑화하는 과정이 어딘지 모르게 많이 부족해서클라이맥스로 가면서 펑터지는 강렬함이 없었다조용하던 아이가 흑화하는 영화의 대표작으로는 캐리 Carrie, 1976’를 들 수 있는데솔직히 브랜든이 당한 건 캐리의 백 분의 일도 못 미치는……아니 이게 아니고하여간 그 영화는 초반부터 캐리가 당하는 과정을 찬찬히 보여주면서 그녀가 분노를 표출하는 순간보는 이도 쾌감을 느낄 정도로 펑펑 터트린다그런데 이 작품은아무리 봐도 중2병 걸린 꼬꼬마가 징징대는 거 같다문제는 그 꼬꼬마가 엄청난 힘을 가졌다는 거겠지하아내가 진짜 영화 크로니클 Chronicle, 2012’이 훨씬 더 낫다고 말하는 날이 올 줄은 몰랐다.

 

  그나저나 애 아빠 지능이 떨어지나애가 괴력을 가진 걸 알았으면제대로 파악하고 죽이려고 해야지외계인이 산탄총에 죽을 거라고 누가 그래봤어그래놓고 살려달라고 빌면퍽이나 살려주겠다.



  이 영화에 별점을 준다면다섯 개 만점에 두 개만 줄 거다그런데 한 개는 순전히 엔딩 크레딧에 흐르는 빌리 아일리시’ 노래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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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Agatha Christie's Poirot, 1992

  출연 – 데이빗 서쳇휴 프레이저

 

 

 

 

  포와로의 네 번째 이야기 묶음이다지금까지는 단편 위주로 만들어졌는데이번 시즌은 특이하게 장편 세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그래서 편당 시간이 좀 길다.

 


 

  『The ABC Murders는 장편 ‘ABC 살인 사건 The ABC Murders, 1936’을 영상화했다포와로에게 도전장이 날아온다날짜를 정해주고 자신이 저지를 범죄를 막아보라는 내용이었다그리고 범인이 예고한 날짜에 살인 사건이 연달아 일어난다. A로 시작하는 마을에서 A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노부인이, B로 시작하는 마을에서는 역시 B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젊은 여성이……희생자들의 가족으로 이루어진 조사팀과 함께포와로는 살인을 막아내려고 노력하는데…….

 

  포와로가 나오는 대표작 중의 하나이다얼마 전에도 존 말코비치 주연으로 새로 만들어지기도 했는데난 이 시리즈가 더 마음에 든다책을 읽으면서 내가 상상하고 좋아하는 포와로의 분위기는 이 시리즈의 포와로가 딱이다물론 계속해서 드라마를 보고 있기에 세뇌당했는지도 모르지만극 초반에 헤이스팅즈가 여행을 다녀오면서 포와로에게 선물을 준다바로 그가 직접 잡은 악어 박제처음에는 이게 뭔가하는 얼굴이었지만선물이라는 말에 좋아하는 포와로의 표정 변화가 재밌다이 노인데 공짜 선물이라면 양잿물도 받을 거 같다먹지는 않겠지만잘 보관할지도 모르겠다.

 

  그나저나 포와로 정도 되는 사람이 살인을 경고하는데 그걸 시큰둥하게 받아들이는 경찰은 뭐지지금까지 그가 해결한 사건이 몇 개인데그걸로 자기들이 이득을 봤으면 봤지손해를 끼친 적은 없는데이 사람들이 말이야고마운 줄 모르고웃음이 나와내가 옆에 있었으면 욕을 해줬을 것이다그런 비웃음에도 신경 쓰지 않고 사건 해결에 매달리는 포와로가 대인배고 보살이다.

 

 


  『Death in the Clouds도 역시 장편 구름 속의 죽음 Death in the Clouds, 1935’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비행기 안에서 한 노부인이 죽은 채로 발견된다명사들의 비밀과 약점을 알고 그것으로 영향력을 행사했던 사람이었기에그녀를 죽이고 싶어 했던 사람은 꽤 많았다같은 비행기에 탔지만 자는 바람에 결정적인 순간을 보지 못한 포와로범행 흉기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모두가 다 의심스럽기만 한데…….

 

  포와로는 미술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프랑스 파리에서 예술 작품들과 그 작가들에 관해 대화를 나눌 정도니 말이다이 남자못하는 게 뭘까그런데 이 책이 나온 게 1935년이라는데그 당시에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비행기가 있었단 말인가책을 읽을 때는 몰랐는데드라마를 보면서 그 사실에 깜짝 놀랐다드라마는 시각적으로 옛날 분위기가 나는 여러 가지 요소들 때문에지금이 아닌 예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인가보다책은 읽으면서 장면을 나름 현대식으로 상상하면서 읽고 있었고 말이다.

 


 

  『One, Two, Buckle My Shoe도 장편 애국 살인 One, Two, Buckle My Shoe, 1940’이 원작이다포와로가 고정적으로 가는 치과의사가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진다포와로가 치료를 받은 다음에그리고 곧이어 의사의 고객이었던 두 사람이 죽은 채 발견된다경찰은 의사의 고객 명단에 은행가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혹시 그를 노린 음모가 아닐까 의심하는데…….

 

  여기서 포와로가 치과에 가는데사실 지난 시즌의 The Theft of the Royal Ruby를 보면서 그럴 줄 알았다거기서 포와로가 밤에 초콜릿 먹고 이 안 닦았다드라마의 오프닝이 어쩐지 공포영화가 떠오르는 연출이었다아이들이 부르는 동요를 음산하고 느리게 편곡했는데문득 영화 나이트메어 A Nightmare On Elm Street, 1984’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건 어쩌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겠지만출판된 지 70~80년이 넘는 작품들이니 괜찮을 것 같다세 개의 에피소드 중에서 두 개가범인의 변장 또는 변신이 결정적인 힌트였다지금이야 화장 기술이나 여러 가지 특수 효과 기술이 발달해서 변장해도 못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그런데 그 당시에는 그리 발달하지 않았을 거 같은데사람들이 못 알아보는 게 가능할까그러다 그 당시는 화장 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만큼조명과 같은 다른 과학기술도 지금과 많이 낙후되었을 거라는 사실을 깨달았다거기다 사람들이 지금보다는 많이 순진했을 테고물론 범인은 제외다.

 

  단편만 보다가 오랜만에 장편을 보니느낌이 새롭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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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人蛇大戰, 1983

  감독 – 김선경장기

  출연 향운봉진수경김애경고운

 

 

 

 

  6월 15일 공포 영화 동호회인 호러 타임즈에서 주최한 상영회 때 본 작품이다.

 

  홍콩의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엄청난 수의 뱀이 발견된다현장 담당과 직원들은 소방서에 신고하고 기다려보자고 하지만사장은 그러면 공사 기간이 늘어난다며 거부한다그리고 그는 포크레인을 이용해 뱀을 죽여버린다하지만 숙직을 하던 기사가 뱀 떼에 의해 죽는 사고가 일어나자사장은 비서를 시켜 유명한 땅꾼을 고용한다그에 의해 거대한 구렁이가 죽자사장은 날림 공사를 강행하여 아파트를 완공한다완성 파티가 열리던 날살아남은 많은 뱀이 또 다른 거대 구렁이의 지휘로 사람들을 습격하는데…….

 

  사람마다 무서움을 느끼는 지점이 다르기에이 영화를 보면서 웃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아무래도 30년 전 작품이기에 그럴 수도 있다특히 몇몇 대사는 듣자마자 빵 터지기도 했다.

 

  하지만 난 발이 없는 생명체에게 두려움을 느끼기에 이 작품의 어떤 장면은 화면을 쳐다보기 어려웠다. CG가 아닌 실제 살아있는 수많은 뱀이 꿈틀대는 장면은 으……거기다 뱀을 무척이나 잔혹하게 죽인다진짜로 죽인다모형이나 CG 같은 가짜가 아니라진짜 뱀을산 채로포크레인으로 찍어 죽이고돌이나 망치로 때려죽이고바퀴로 갈아버리고입으로 물어뜯어 죽이고몽구스를 풀어서 물려 죽이고 찢겨 죽이고발로 밟아 죽이고불로 태워 죽이고……뱀을 죽이는 여러 가지 방법을 보여주는 것 같다어디서 그 많은 뱀을 구했는지또 그 뱀들을 다 죽여도 문제가 없었는지 궁금하다.

 

  그러면 공포일 텐데 왜 이 영화를 보면서 웃음이 난다고 했을까우선 첫 번째는 이 영화의 특징 때문이다홍콩과 한국의 합작인 이 작품은사장의 부인과 딸은 한국 배우이고 그 외는 거의 홍콩 배우를 기용하고 있다두 한국 배우는 멜로를 담당하고다른 홍콩 배우들은 뱀 떼 위에서 뒹굴다 죽어 나가는 역할을 담당했다그래서 한국 배우가 등장할 때는 뜬금없는 멜로 분위기고그들이 나오지 않을 때는 뱀과 싸우는 액션 장면이 연출된다그런데 그 둘의 온도 차이가 너무 커서마치 다른 두 작품을 찍어서 연결한 것 같았다적절하게 잘 연결하면 어색하지 않을 텐데그러지 않아서 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또 다른 이유는 위에도 적었지만영화의 대사였다예를 들어보면현장 감독은 사장의 딸이 한국 유학 중에 만난 건축학도로 나온다우연히 만나는데만나자마자 어찌나 플러팅을 해대던지……듣다가 손발이 오그라들 뻔했다저 때는 그게 낭만적이고 멋있다고 여겨졌겠지그러다가 사장이 한국의 지인에게 아파트 건립에 도움을 줄 기사를 소개해달라고 하는데마침 같이 있던 딸의 추천으로 일하게 된다그런데 사장이 터무니없이 공사 기간을 줄이고 날림 공사를 강요하자사장 딸에게 대놓고 너희 아빠는 상도덕이 없다고 비난을 한다그러면서 딸이 미안하다고 하자그런 건방진 소리 하지 말고 입 다물고 있으라 말한다이 무슨 예의 없는 건방짐이지?

 

  그 외에도 아파트 입주민 중 몇 명의분명히 개그 요소라고 집어넣은 것 같지만 웃음보다는 눈살찌푸림이 더 컸던 장면도 있었다왜 그 꼬맹이는 처음 보는 어른에게 그따위로 행동하는 건지 모르겠다.

 

  희생된 뱀들이 좋은 곳으로 갔길 바란다뱀으로서는 이 영화가 종족 학살을 다룬 실제 기록 영상이나 스너프 필름이 아닐까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이 작품은 뱀 구덩이 속에서 뒹굴어야 했던 인간 배우들이나 뱀들에게 극한 작업이었을 것 같다특히 입에서 기다란 뱀을 꺼내는 장면이나뱀 떼 속에서 얼굴만 내놓고 있는 장면은 으…….

 

  아이 작품은 한국판과 외국판 두 가지 버전이 있다한국판에는 한국 배우가 부인과 딸로 등장하는데외국판에서는 다른 사람이 부인과 딸로 나온다그리고 외국판에는 한국 배우들이 담당했던 멜로 장면들이 싹 빠져있다어떻게 보면 호러적인 면이 더 강하다고 볼 수 있다또한그 때문에 극의 흐름이 훨씬 더 자연스럽다내수용보다 수출용에 더 신경 쓰는 건자동차나 가전제품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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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 - Pet Sematary, 2019

  원작 – 스티븐 킹의 Pet Sematary, 1983

  감독 케빈 콜쉬데니스 위드마이어

  출연 제이슨 클락존 리스고에이미 세이메츠나오미 프레네트

 

 

 

 

  한적한 시골로 이사 온 루이스의 가족비록 집 옆 도로에 대형 트럭이 쌩쌩 달리지만부인인 레이첼과 두 아이는 집을 마음에 들어한다그러던 어느 날가족이 기르는 고양이가 도로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다루이스는 집 근처 숲에 있는 애완동물 묘지에 매장한다그런데 죽었던 고양이가 다시 살아 돌아온다며칠 후딸인 엘리가 도로에서 트럭에 치여 죽는 일이 벌어지자루이스는 고양이가 살아 돌아온 그 묘지를 떠올린다인근에 사는 노인인 주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루이스는 딸의 시체를 그곳으로 가져가는데…….

 

  어떤 작품의 리뷰에서 적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죽었다 다시 돌아온 존재가 죽기 전과 똑같은 상태일 리 없다는 문장을 쓴 적이 있다사실 저 문장도 정확하지 않다한 달 전에 먹은 메뉴도 기억 못 하는데수백 편 적은 리뷰의 문장을 일일이 기억할 리가하여간 내 추측으로는아마 이 작품그러니까 이 영화의 원작인 스티븐 킹의 소설을 읽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다는 건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어딘가를 갔다 왔다는 뜻이다그리고 생각해보면천국으로 가면 다시 돌아오고 싶지 않을 게 분명하니아마 지옥 같은 곳에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게 분명하다원래 사람이 끔찍한 경험을 하면 변하기 마련이다여기서는 다들 비뚤어져서 돌아왔다마치 왜 자신을 죽게 내버려 뒀냐고 비난하듯이 말이다.

 

  그리고 스티븐 킹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를 보고 나서 꼭 적는 말이지만그의 작품 세계를 제대로 영상으로 표현한 작품은 무척 드물다몇 년 전에 개봉한 영화 그것 It, 2017’이 그나마 그런 기대를 충족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 작품도 아쉽기는 마찬가지다애완동물 묘지의 음산한 분위기는 그럭저럭 좋았는데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특히 루이스와 레이첼의 트라우마에 너무 집착해서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에 집중하지 않은 느낌이었다거기다 그들의 과거 사건을 보여주는 장면도 그리 놀랍다거나 오싹하지 않았다왜 그런지 모르겠다원래 스티븐 킹의 소설들이 과거의 악몽이 현재에 되살아나면서 서서히 조여오는 그 흐름과 분위기가 압권인데이 영화는 그런 부분에서 좀 약했다과거와 현재가 따로 노는 느낌그래서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긴장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았다소설은 다음에 어떻게 될지 두근거리면서 읽었는데!

 

  혹시 이미 소설도 읽고 예전에 만든 영화도 봐서앞으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다 알아서 그런 걸까거의 이십 년 전에 읽고 봤지만원작이 너무 인상적이었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준 충격은 컸다역시 어떤 분야든지 후발 주자가 성공하기 어려운 법이다.

 

  하아이제 믿을 건 그것 두 번째 이야기 It Chapter Two, 2019’인 건가그리고 영화 닥터 슬립 Doctor Sleep, 2019’도 제발 잘 만들길……제발 킹느님의 소설을 제대로 영상화해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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