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제 - The Super, 2017
감독 - 스테판 릭
출연 - 패트릭 존 플루거, 발 킬머, 루이자 크라우스, 폴 벤-빅터
아내를 화재 사고로 잃은 후, ‘필’은 어린 두 딸 ‘바이올렛’과 ‘로즈’를 데리고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 경찰이었던 경험을 살려, 그는 한 아파트의 관리인으로 일하게 된다. 한편, 그 아파트에서는 의문의 실종 사건과 살인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었다. 필은 수상한 행동을 하는 다른 관리인 ‘월터’를 의심하기에 이른다. 그런데 그가 자꾸만 필의 두 딸 주위를 맴돌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의 영문판 포스터를 보면, 월터 역을 맡은 발 킬머가 사악한 미소를 짓고 있고 ‘He has your keys’라고 적혀있다. 한국판 포스터에는 벽에 ‘Play with me?’이라고 쓰여 있고 말이다. 그걸 읽으면 자연스레 ‘아, 발 킬머가 예전에는 정의를 지키는 히어로인 배트맨을 하더니만 이번에는 연기 변신을 위해 나쁜 놈으로 나오는 모양이구나. 관리인이니까 아파트 모든 집의 열쇠를 갖고 있고, 사람들을 죽이거나 납치 감금 고문하는 거구나’라고 상상할 것이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그랬다. 거기다 중반까지 그런 뉘앙스를 대놓고 뿌렸고 말이다. 하지만 이건 제작진의 속임수였다. 왜 그런지 말하면, 중요한 스포일러가 될 거 같아서 자세히 밝히지는 않겠다. 어쩌면 영화를 보기 전에 포스터를 접하지 않았다면, 제작진의 농간에 휘말리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적어놓으면, 이 작품이 구성이 탄탄하고 반전이 뛰어난 스릴러 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 당할 수 없다는 마음이었다면, 저기까지 적어놓고 리뷰를 마무리했을 거다. 하지만 난 4500원의 소중함을 알기에! 그 돈이면 떡볶이에 콜라까지 가능하고, 라면은 다섯 개짜리 한 묶음 살 수 있고, 맥주 한 캔에 과자까지 먹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그런 짓은 하지 않겠다.
영화의 기본 설정은 평범하고 다른 작품에서도 비슷하게 다룬 것이다. 그 때문에 제작진은 여기에 다른 양념을 몇 가지 집어넣었는데, 그럭저럭 괜찮았다. 죽은 엄마를 그리워하는 딸이라든지 아빠의 새로운 연애 상대와 딸 사이의 미묘한 거리, 자신과 대화를 나눠본 사람들이 죽어 나가자 두려워하는 소녀 등등.
그런데 뭐랄까, 영화는 그리 흡입력이 있다거나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하면서 보기가 어려웠다. 강약의 적절하게 반복되면서 보는 내내 심장 박동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주먹을 쥐었다 풀었다 하는 게 공포 영화를 보는 묘미다. 아쉽게도, 이 작품은 그런 게 별로 없었다. 인물의 성격이 너무 평면적이어서, 보는 내내 다른 작품의 캐릭터가 연상되었고 두 인물의 연기가 비교되었다. 그리고 후반에 반전을 주긴 했지만, 반전이라고 하기엔 너무 예상 가능한 설정이었다.
‘악’이라는 것이 얼마나 사람들 사이를 파고들기 쉽고, 인간이 얼마나 쉽게 넘어갈 수 있는지 보여주려고 한 것 같다. 그런데 그렇다고 보기엔, 너무 쉽게 넘어갔다. 어이없을 정도로. 계기도 없고 개연성도 부족한 것 같았다. 아, 몇 년 전에 본 한국 공포 영화가 떠올랐다. 그것도 결말이 너무 이상해서 욕을 했었는데, 이 작품의 결말도 비슷했다. 인간이 너무 팔랑귀이고 쉽게 넘어가고 나약하다는 걸 표현하려고 했다고 보면, 그럴싸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개연성이나 인간의 행동에는 반드시 동기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잘 가지 않는 결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