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선생님'에 대해. 누군가를 선생님이라고 부를 일이 한국 사회엔 참 많은 것 같다. 이유도 다양하다. 대학 때는 "우리를 교수님이라고 부르지 말고, 선생님이라 부르게" 같은 분위기에서 교육을 받았다. 소중한 말씀으로 그 이유를 설명해주셨던 듯한데 지금은 그때 왜 그렇게 불렀어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2. 책을 만드는 일을 하면서(지금은 그만두었다), 선생님이라 부르는 일은 의례였고, 임기응변의 기술이기도 했다. 연차가 쌓여도 직장에선 늘 막내여서 전화받을 일이 많았다. 약주를 드시고 책의 무엇무엇을 따진 분부터, 해외에 있는데 책을 사려고 하는데 자식 녀석들이 직장에 가서 온라인서점을 이용할 줄 모른다며 방법을 좀 가르쳐줄 수 있냐는 어르신의 상담, 혹은 누구나 겪지만 업무 협조 요청을 받을 때 그 다양한 사람들을 어색하지 않게 쉽게 부르고 때울 수 있는 건 '선생님'이었다.
3. 선생님을 둘러싼 묘한 뉘앙스는 책을 쓰는 이와 책을 만드는 이 사이에서 발생한다. 선생님은 편집자를 비롯한 출판인에게 좋은 책을 만들기 위한 가장 일상적인 소통 수단이다. 좋고 겸양된 감정의 바탕 안에서 선생님은 연극성을 발휘해야 하는 어떤 스트레스로 다가오기도 한다.
4. 사실 여기까진 누구나 다 아는 이야기다. 근데 책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편해서 잘 꺼내기 싫어하는 구도가 있는 듯하다. 그건 편집자가 편집자를 '선생님'이라 불러야 할 위치가 올 가능성이다. 가령 누군가가 편집자를 그만두고 글을 좀 써보려고 한다 치자. 그러면 누군가는 빈말+진심을 담아 "와 그럼 이제 ㅇㅇ씨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는 겁니까?"라고 말하는 사람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엔 네가? 저자가 된다고? 하는 마음이 있을지도 혹은 나도 너 같은 꿈이 있었다는 아련한 부러움일일지도).
+물론 저자들도 '선생님'이란 호칭에 불편해하는 경우가 많다.
5. 그런 질문을 한 사람을 비판적으로 보려는 게 아니라, 이런 구도를 만들어버린 출판계 내/외부의 아쉬운 감정 영역과 그 요인들이 있는 것 같다.
누군가를 선생님으로 부를 수 있는 건 참 기분좋은 일이었다고 어린 시절부터 느꼈던 것 같다. 헌데 책 만드는 일을 하면서 이 호칭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쌓인 게 솔직한 마음이다. 물론 호칭 하나의 문제를 단순히 건드리고자 그런 건 아니다. 이 호칭 하나를 둘러싼 '출판이란 감정의 다발'이 그리 건강하진 않다는 생각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