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목사 아들'을 쳐보면 김용민씨의 별명인 '목사 아들 돼지'가 가장 상단에 뜬다. 그리고 조용기 목사 아들 / 목사 아들 / 김장환 목사 아들 / 옥한흠 목사 아들. '나꼼수' 때문에 목사 아들 돼지가 검색이 많이 되는 건 이해가 된다 쳐도, 조용기 목사 아들, 옥한흠 목사 아들이야 유명해서 그렇다 쳐도, 사람들이 그냥 '목사 아들' 자체를 쳐본다는 것이 내겐 신기했다. 

 

30년째 목사 아들로 살아오면서 한국 사회가 '목사 아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나는 책으로 한번 내보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무엇보다 목사 아들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일까 정리해보고 싶었다. '감정 노동'이란 개념 자체를 너무 넓게 쓴다면 훅쉴드가 미워할지도 모르겠지만 좀 양해를 구한다면 목사 아들, 딸, 그리고 '사모님'이라 부르는 목사의 아내까지. 목사의 가족들은 대부분 힘든 생활을 한다. 

고맙게도(?) '개척교회'라는 교회-신도-자본의 삼항 속에서 마이너한 위치에 있으면 목사 아들은 더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를 쏟아낼 가능성이 높다. 기독교라는 그 신앙이 자동적으로 처리해주는 목사 아들의 '하위문화적 성향' 같은 것이 하나의 예라고 할까. 목사 아들이라는 그 바르고 성스러운 이미지와 대비되는 모습 속에서 목사 아들은 하위문화 장에서 나름의 고유성을 획득할 가능성이 높거나 아니면 일반적인 도덕주의의 시선 속에서 세간의 '쯧쯧쯧' 대상이 되어 뒷담화거리로 전락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신기한 것은 한국 사회에서 목사 아들은 "네, 아버지께서 목사님이십니다"하면 이미 상대방이 분석을 다 끝내버린다는 점이었다. 이 분석은 "아 어쩐지 얼굴이 되게 은혜롭게 생기셨어요. 딱 목사님 아들처럼 생겼어요"와 같은 진부한 것이기보다는 목사 아들이 갖는 고충이나 기독교라는 종교 장에서 일찌감치 떨어져나간 점을 주목하고 알아서 목사 아들의 '반기독교적 성향'을 상대방이 조명해준다는 점이었다.  

목사 아들은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누구는 홍대 감성으로 "아 세상 참 x같네"하며 자신의 아버지를 비롯한 세상을 혐오하며(사실은 아버지에게 늘 미안한 감정을 가진) 분노를 쏟아내는 가사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길 갈망할 것이다. 다른 누구는 넓은 사택, 뜨신 밥, 반듯한 집안 분위기 속에서 하하하 호호호 거리며 kbs 1 '8시 30분' 드라마 버전의 삶을 살아갈지도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결국 목사는 예수를 빛내고 성도를 빛내며 교회를 빛내지만 자기 가족을 빛내며 살지는 못한다는 것을 나는 거의 '사실' 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 뒤에 '-사'자 달린 직업 가진 사람들의 비애인 것 같기도. (변호사가 자기 변호를 잘하면 그것도 뭔가 깨고, 의사가 자기 몸을 잘 치료하면 그것도 뭔가 이상하고 그런 느낌이 들어서 암튼.) 

비유를 하자면, 악기 연주를 기말 시험으로 대체하는 음악 시간에 다들 색소폰이니 피아노니 장황하게 준비해 갖고 오는데, 목사 아들은 리코더 하나 준비해서 비틀즈의 렛 잇 비를 참 힘겹게도 부른다. 다들 면허도 따고 재주 하나씩은 있는데 그나마 남은 건 글 좀 쓴다는 그 연약한 것으로(이것도 사실 개뿔이지), 그리고 자신의 연약함을 타인에겐 적절한 교양 과시와 친절함으로 버무려 그나마 덜 욕먹는 삶을 산다는 것에 위안을. 목사 아들의 그 어정쩡한 포지션은 '나'의 고통이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도 겪고 있을 고통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목사 아들인 자신보다 주변인이 목사 아들을 더 잘 아는(?) 한국 사회에서 목사 아들은 우리 사회에 어떤 목소리를 낼 수 있을까. 단순한 신세 한탄을 넘어 그것이 뭔가 변화의 지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김용민이 나꼼수에서 보여준다는 그 화법이 좀 구리긴 하지만 먹힌다는 것을 보면(자신이 속한 종교에 대한 패러디 방식), 뭐랄까. 한편 이 사회는 여전히 목사 아들에 대한 좀 촌스럽지만 인정도 해야 하는 시각을 갖고 있는 게 분명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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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k 2011-12-01 0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려서부터 교회 내에서 스폿라이트를 받고 자라 하늘 높은줄 모르고 (!) 설치는 목사 아들이 있나 하면
아버지 (요즘은 어머니도 있다죠)의 이중성을 체험하고 종교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에 까지 환멸감을 느껴 족구하라는 목사 아들도 있고
목회자의 자제로서 훈련받고 양육받아 정말 그리스도인으로서의 표본이 되는 목사 아들도 있지요.

나꼼수를 한번도 못 들어봐서 자세한 내용은 모르지만 4,5,6은 정말 큰 공감이 가네요 (저는 그냥 아들입니다 ^^;;)

사회의 '목사 아들'에 대한 시선, '목사 아들'의 사회를 향한 시선, 그리고 목사의 자제들을 향한 시선

이 3가지는 저도 참 궁금합니다. 2번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봅니다!

saint236 2011-12-01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묘한 포지션이죠..목사아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