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방송 패널로 잠깐 활동할 때였다. 방송 컨셉이 옴부즈맨 프로그램이라 매주 비평할 방송분을 점검해야 했다. 내가 패널로 참여하는 방송 진행자의 다른 라디오 프로를 들었는데, 목소리가 안 좋다는 것을 느꼈다. 오래된 기억이라 가물가물하지만 방송 원고를 보내면서 많이 피곤하신 것 같은데 건강 조심하라는 말을 함께 남겼던 것 같다. 방송 당일, 방송을 끝내고 진행을 맡은 여성 아나운서에게 재차 건강을 염려하는 말을 건넸다. 당시 아나운서의 답변이 가슴에 남았다.
"아..죄송해요. 제가 건강 관리를 못해서 많이 불편하게 들렸죠?'
집에 돌아오면서, 어떤 짠함이 계속 떠나질 않았다. 그녀는 왜 내게 죄송한다는 말을 해야 했던 걸까.
세상 어느 일이 다 안 그렇겠냐마는..이란 말로 나름의 아픔을 일반화시키는 게 참 미안해질 때가 있다. 난 아마 그 순간을 경험했던 것 같다.
요즘은 글 하나 쓸 때도 누군가가 매서운 덧글을 달까봐 조마조마해진다. 한때 공원 속 공용 화장실에서 나오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을 친구 삼아 혼자 밤을 지새던 그 똘끼는 많이 죽은 것 같다. 많이 두렵고, 또 오늘은 내게 어떤 상처가 다가올까 늘 미리 챙겨보는 삶. 그게 나라는 걸 인정하기가 참 어려운 삶. 그래서 한 번 더 두려운 삶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