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원 선생의 <잊혀진 것들에 대한 기억>이 이매진 출판사를 통해 다시 나왔다. 2001년, '새내기'란 이름으로 이런저런 형님, 누나들의 '열혈 투쟁기'에 이끌려 그들의 대화를 이해하고자 애썼을 때, 당시 도서관에서 우연히 만난 이 책은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 당시 함께 꽂혀 있던 <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이란 책과 함께) '열혈'이 늘 가까이 하고 있던 좌절에 대한 이해,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열혈'을 더 키우고자 했던 의지에 대한 이해에 대해. 1999년 이후의 컬리지언 총서 시리즈 중 하나였던 본 책은, 한때 학술계 내에서 일정한 자리를 차지했던 '학생운동'에 관한 거대 담론에 대한 연구들이 가려놓은 '일상의 문제'들을 추적함으로써 새로운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시선을 제시한다. 여기엔 문화연구가 주목하는 '일상생활'의 문제에 대한 두터운 시선, 그리고 그 시선으로 인해 다층적으로 얽혀 있는 그 시대를 살아간 이들에 대한 문화적 조명이 동반된다.
무엇보다 한국의 학술 연구 성과에 대한 '대중적' 틀을 함께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부실한 현 출판 상황에서 국내 연구자의 좋은 성과를 '재조명'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기쁘다. 지금은 많이 확산되었지만, 본 책의 원재료인 김 원 선생의 석사 논문 <광기의 시대 :1980년대 한국 대학생의 하위 문화와 대중정치에 관한 문화인류학적 사례 연구>가 나온 1995년 당시만 해도, '구술사'라는 연구 방식은 학계 내에서 그리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기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본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그 연구 방식이 가져다 준 '사람들의 목소리 전하기 / 기록하기'는 사건 그리고 역사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데 있어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노동사 연구를 비롯해 학생운동을 새롭게 조망하고자 했던 후속 연구자들에게 많은 참조가 된 김원 선생의 연구 성과가 '과거'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이야기하기 위한 재료로 반영되길 희망해본다( 개정판에 추가된 보론이 기대되는 이유다). 이 책의 테마가 마음에 드는 분은 전희경 선생의 <오빠는 필요 없다>와 오하나 선생의<학출>도 함께 읽어보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