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당시 진보단체와 지식인에게 수없이 들어온 '신자유주의 반대', '성찰'과 '연대' 등의 사회과학적이거나 추상적인 말들이 나에게는 마치 방언처럼 들렸다. 사회과학적 진보는 있을지 몰라도 내 일상과 긴밀히 연결된 삶의 총체적 진보는 아닌 듯 했다. 제도와 정책은 진보일지 몰라도 그것을 통해 이루어질 삶의 내용과 생활문화는 한참 후진 듯 다가왔다. 무엇보다 주장은 옳을지 몰라도 내 가슴을 울리는 그 무엇과 사람의 향기는 느낄 수 없었다. -6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