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에 가게들이 문을 많이 닫을까봐, 장을 한꺼번에 많이 봤는데, 다음 추석때는 그리 안해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추석은 '내려가는 자들'을 위한 날이 아니라, '남아있는 자들'을 위한 날이 될테니까. (명절날, 순대국집에 혼자 순대국 먹으러 온 사람들 왜 이렇게 많은거야.ㅎ) 이제 '고향'이란 점점 사라질 개념이 될지도 모른다. (이미 그렇게 되지 않았는가)'휴식처'만이 남았을 뿐이다. 서울/비서울의 경계는 점점 강화되고, 시들시들했던 '내부식민지론'은 은밀한 탄력을 받을 것이다. 명절은 '휴가의 기능주의'의 테두리 안에 걸쳐있고, 언론의 관용적인 명절 풍경은 명절의 진실을 감추게 될 듯하다. 동아시아 블록 안에서의 경쟁과 미국을 위시한 강대국의 관련성 속에서, 가장 두려운 미래는 (사람들이 가장 그저 그렇게 치부하는) '지방은 식민지다'라는 담론의 세계가 아닐지. 이제 고향은 언젠가 돌아갈 곳이 아니라, 늘 '관리되어야 할'곳이리라. 노스탤지어가 아닌 합리적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관리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