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까지 1차 최종본을 넘겨야 하는 연구보고서가 있는데, 아직 한 줄도 쓰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평소에 싫어하는 시선으로 연구 대상을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 장황한 미래 예측 보고서체. 과장된 대중의 환호 섞인 기대감들을 좀 보태서, 설탕가루를 팍팍 넣은 핫도그로 튀겨 봐야 하는 것인데, 아마 기름 냄새에 욱!해서, 스스로 무기력 모드를 택한 것 같다.  

세상에 어떻게 자기 좋은 일만 하면 살 수 있겠나라고 그나마 좀 타협을 본 듯 하면서도, 마음과 다르게 몸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나란 놈은 그래도 고집이란 게 제법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굽신굽신거리며 누군가 원하는 문체와 시선으로 보고서를 채울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로 시작하며, 한시 하나 써서 그냥 그렇게 사세요.라고 마무리하고 싶은 솔직한 심정이 저녁까지 갈 것 같아 큰일이다. 

그래서 참 '스킬있게' 논문을 그야말로 찍어내시는 '보고서-생계형'연구자들의 능력에 존경을 보내면서도, 여전히 그런 사람 되고 싶지 않아서, 마음 속으로 써 보는 가상 논문 작성에 더 열중인가보다. 

빨리 이 시간이 지나가길 바랄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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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7-05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쓰셨어용?

얼그레이효과 2010-07-05 00:36   좋아요 0 | URL
냈는데, 수정중입니다.^^; 머리 쥐어뜯는 중이에요.ㅎㅎ

비로그인 2010-07-05 01:17   좋아요 0 | URL
어허~~
관리하셔요~~왜 쥐어뜯어~머리를?
나이들면 대책읍써요~~ㅠㅠ

얼그레이효과 2010-07-11 19: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