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가면 늘 나는 냄새가 있다. 나는 이걸 '밀가루 냄새'라고 한다. 킁킁 거릴 때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끓여주시던 수제비의 그 반죽 냄새가 나서 붙인 표현이다. 어릴 적 마냥 취하고만 싶었던 병원 냄새에서 이젠 이 냄새에 정을 붙이는 중이다. 오랜만에 짬뽕이 먹고 싶어 한 가게를 찾았다.
나를 포함해, 손님은 넷. 남자 둘, 여자 한 분이 이야기를 나눈다. 나 회사원이요,라고 표시가 나는 그런 대화들. 한 남자는 갓 들어온 분 같고, 다른 한 남자는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소소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맞은 편에 핑크색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 장단을 맞춰주는 여자가 있다. 한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부장, 한 남자는 상무, 한 여자는 사장을 맡은 모양새다. 이들의 대화에 스며든 냄새, 내가 그들을 쳐다볼 때 나는 냄새, 밀가루 냄새가 난다.
광화문 거리를 지나면 늘 부딪히는 목걸이 부착하고 반듯한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보다, 불록한 배가 딱 튀어나온 타이트한 티와 널널한 청바지를 입고 인터넷에서 봤다며 호들갑떠는 연예인 가십거리를 박수로 맞장구치며 이야기하는 저들에게서 삶의 친근함을 느낀다.
짬뽕이 나왔다. 국물을 마신다. 조미료가 없는 천연국물이다.
후루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