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 가면 늘 나는 냄새가 있다. 나는 이걸 '밀가루 냄새'라고 한다. 킁킁 거릴 때마다, 어릴 적 아버지가 끓여주시던 수제비의 그 반죽 냄새가 나서 붙인 표현이다. 어릴 적 마냥 취하고만 싶었던 병원 냄새에서 이젠 이 냄새에 정을 붙이는 중이다. 오랜만에 짬뽕이 먹고 싶어 한 가게를 찾았다. 

나를 포함해, 손님은 넷. 남자 둘, 여자 한 분이 이야기를 나눈다. 나 회사원이요,라고 표시가 나는 그런 대화들. 한 남자는 갓 들어온 분 같고, 다른 한 남자는 분위기를 풀어보려고 소소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그리고 맞은 편에 핑크색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 장단을 맞춰주는 여자가 있다. 한 남자는 들어오자마자 부장, 한 남자는 상무, 한 여자는 사장을 맡은 모양새다.  이들의 대화에 스며든 냄새, 내가 그들을 쳐다볼 때 나는 냄새, 밀가루 냄새가 난다.

광화문 거리를 지나면 늘 부딪히는 목걸이 부착하고 반듯한 정장을 입은 직장인들보다, 불록한 배가 딱 튀어나온 타이트한 티와 널널한 청바지를 입고 인터넷에서 봤다며 호들갑떠는 연예인 가십거리를 박수로 맞장구치며 이야기하는 저들에게서 삶의 친근함을 느낀다.  

짬뽕이 나왔다. 국물을 마신다.  조미료가 없는 천연국물이다. 

후루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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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10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낯선 것엔 밀가루 냄새.
그럼 낯익은 것엔 어떤 냄새를 느끼시는지 궁금^^

얼그레이효과 2010-06-10 16:48   좋아요 0 | URL
낯익은 냄새는 생각해보니 아직 그 느낌을 정리해 본 적이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