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이번 서울시장선거의 중요한 키 중 하나는 내가 보기엔, '이계안'이었다고 본다. 뭐, 결과론적이다, 누구의 탓이다 이런 걸 떠나서 하는 말이다. 출구조사나 실제 결과를 볼 때, TV토론을 포함한 '토론'이라는 형식 자체가 그리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민주당 내부에서, 말을 서로 주고 받으면서, 서울에 대한 어떤 '학습'을 할 수 있는 시간이 분명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조금 있다.  (이계안 씨가 생각보다 많은 준비를 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욕심을 성의있게 보이려는 태도도 제법 인상적이었다.이것을 인식한다면, 오히려 한명숙 씨는 반-이명박,반-오세훈도 좋았지만, 이것과 좀 더 섞일 수 있는 '구체적-서울'에 대한 영역도 더 어드밴티지를 얻을 수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

물론 이번 선거의 큰 모토 중 하나인 'mb 심판'앞에서, 토론을 통해 정책을 다듬고 나온다는 것, 반mb라는 구호를 등에 업고 '한명숙'이라는 인물로 나온다는 것과의 부등호,등호 게임을 펼치자면, 다시 숙고해볼 문제이긴 하지만. 토론을 포함한 서울에 대한 이슈화 부분에서, '사람특별시'라는 추상적인 구호를 넘어선, 보다 정밀한 의견들로 오세훈과 대결할 수 있었을텐데,라는 아쉬움 같은 거다.  

문제는, 오세훈의 부진, 한명숙의 선전으로 이번 선거에 대한 뒷담화가 끝나선 안된다는 것인데, 당선과 이후 정책 실행에 대해 시민들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보이든,보이지 않든 체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이 정부가 막장이라하더라도, 국민들의 의사가 이렇게 보여졌는데도, '반-엠비'의 구호로 너무 일관하다보면, 나중에 한나라당-민주당의 '도찐개찐론'이 더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본다.  

'중단'과 '촉구'의 행위도 좋지만, 그것과 함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행위도 필요하다. 민주당이 그것을 알아야 할터인데, 역사는 민주당에게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는 것을 볼 때, 또 다른 시한폭탄의 카운트다운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닌가 싶다. 

내가 '또 다른 시한폭탄'이라고 쓴 이유. 그것은 사람들이 투표로 이 정부의 막장질에 넌더리가 난다는 것에 대한 의사 표현을 했지만, 한편 숨어있는 의사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건, 민주당의 '정신 차려라!'도 분명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이지만)김문수가 당선 소감으로 '섬기겠다, 정신을 바짝 차리겠다'라고 밝힌 것으로 아는데, 민주당이야말로, 이 소감의 정신을 되새겨야 할 때이다. 그런데, 요즘 사람들 지겨운 것 싫어한다. 민주당의 '뉴 민주당 플랜' 뭐시기. 그거 옛날부터 들어왔던 건데, 체감되는 부분이 없다. 남은 2년 동안, '반(反)'의 정서로 일관하다가, 플러스,마이너스 영 하는 제로섬 게임으로 결단나기 쉽상이다. 그것에 대한 내 우려다. 역사는 돌아온다. 바람은 순풍도 있지만, 역풍도 있기 마련이거늘. 사람들은 한나라당에 대한 역풍을 자주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민주당도 이 역풍의 대상이 아니라고 쉽게 말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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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6-04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노회찬 책임 운운하는 정신나간 잡설들에 비하면 아주 탁월한 선거 후기로군요.
얼그레이님의 정치 감각... 놀랍습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얼그레이효과 2010-06-05 00:26   좋아요 0 | URL
아고 부끄럽습니다. 그냥 상식적인 이야기 한걸요 뭐. 노회찬 관련 일은..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인터넷 용어를 쓰고 싶네요..

2010-06-04 14: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6-05 0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