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방송학과에 들어온 친구들이, 신문과 텔레비전을 다른 학과생들보다 더 안 보는 세상, 그렇다고 심리학과 학생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더 심리를 잘 안다고 자부할 수 없는 세상에서, 나 또한 전공명에 '영상'이라는 것이 들어가 있지만, 영화를 안 본지 꽤 되었다. (부끄럽게도 그렇다.) 그래서, '오랜만에' 졸업논문을 써야 한다는 부담을 떨쳐내고, 친구와 함께 영화 <시>를 보러 가려고 예매버튼을 눌렀다.
로쟈님이 추천해주신 씨네21 특대호를 구하지 못해 아쉬운데, 나중에 친구들에게 빌려 보고, "그거 나한테 줄 생각없나?"하고 찔러봐야겠다.
극장에 갈 때면, 돌아가신 외할머니 생각이 난다. 양장점을 운영하셨던 외할머니는, 골무와 재봉틀, 하얀 초크의 삶에서 벗어나, 극장에 가실 때, 늘 기품을 강조하셨다. 잘 다려진 외출복을 입으시고, 흐트러진 머리카락도 정돈하셨다. 그리고 교회와 극장에 갈 때만 신으시던 구두를 장 안에서 꺼내, 절도있는 걸음으로 극장을 향하셨다.
(정확하진 않지만) 내 기억에 외할머니께서 생전에 극장에서 보셨던 마지막 영화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마지막 황제>였던 것 같다. 외할머니가 밥을 차려주시면서, 영화에 대한 정돈된 나름의 인상비평을 남겨주시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물론, 외할머니는 극장에 늘 혼자 가셨다. 당신은 언제나 자신만의 길을 갔다. 떳떳하게. 그리고 우아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