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써놓은 글이 있었는데, 부주의로 날렸다. 그래도 이 충격을 상쇄시킬만한 일상의 발견 혹은 문화적 차이. 오늘 오랜만에 만난 일본인 친구(정확히 말하면, 그 친구의 한국 친구분)가 해주신 말은 이랬다.  

어떤 일본인이 물었단다. "한국에는 왜 장례식장이 병원과 같이 붙어 있나요" 

당연한 것에 대한 의문 제기. 혹은 또 다른 발견을 위한 출발의 대화. 그것을 위한 약간의 놀람과 침묵. 

이야기를 들은 즉슨, 일본에서는 장례식장이 병원과 먼 거리에 떨어져 있다고 한다. 

병원에 치료를 받으러 왔는데, 죽은 자를 산 자 옆에 놓아두는 게 이상하다는 지적.  

또 한 번의 반전. 

결국 '에이, 재수없어'라는 전형적인 미신의 식상한 언어를 기대했던 나와 어긋나기, 이상한 배려와 포용을 교감한 

사람들의 침묵.  

죽은 자를 죽은 자 답게 예우할 수 있는 distance의 미학인가.  

때마침, 지워졌던 내용이 영화평론가 허문영의 <세속적 영화,세속적 비평>에서 언급된 초월적 '거리'에 대한 것이었다. 

글은 죽었지만, '인생'은 살아있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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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0-05-15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죽은 글'을 살리고 싶으신가요...제가 읽던 중이라서 대부분 복구 가능합니다....--;(스티븐 킹의 애완동물 공동묘지 같은 분위긴데요.)

얼그레이효과 2010-05-15 00:13   좋아요 0 | URL
허걱. 빵가게님. ^^ 그냥 삽으로 떠서 고운 흙으로 묻어주십시오. 다음에 환생하겠습니다.ㅎ 예비 관 짜주신 것은 감사드려요!

비로그인 2010-05-15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생각해보니 응급실과 병실, 영안실이 함께 있네요.
이런, 신생아실도 있군요. '병원에서 병원까지'라...
그나저나 저 대문 사진 속의 꼬마 아가씨는 몇 살인데 푸코를 읽고 있나요?
'이 친구 제법인데' 하는 표정인데요^^

얼그레이효과 2010-05-15 00:28   좋아요 0 | URL
후와님, 반갑습니다. 어제 우연히 발견한 사진인데 소녀가 귀엽죠? 그러게요. 표정을 다시 표니, '귀여운 거만함'이 묻어 있군요.^^;

비로그인 2010-05-15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가면 저두 그게 늘 불만이었는데...

얼그레이효과 2010-05-15 22:55   좋아요 0 | URL
아, 그러셨군여. 섬세함이 인생을 생기있게 만드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05-16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부인과와 영안실이 함께 있다면 정말 이상할 거에요.약간 공포영화분위기?

얼그레이효과 2010-05-17 01:17   좋아요 0 | URL
아고 그건 정말 공포영화 분위기인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