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30일, 미국 시간으론 3월 29일 밤. 미국 프로레슬링 역사상 가장 슬픈 일 중 하나로 기록될 사건이 발생했다. 쇼스타퍼, 미스터 레슬매니아로 불렸던 'HBK' 숀 마이클스가 은퇴를 선언한 것이다. WWE 월요일 이벤트인 RAW에서 은퇴식을 가진 숀 마이클스는,  몇 달 후 돌아올 것이라는 대부분의 예상과 달리 정말 이 '업계'를 떠날 것임을 밝혔다. 어제 열린 WWE 최대 이벤트인 레슬매니아 26번째 행사에서, 숀 마이클스는 자신의 경력을 걸고 언더테이커와 경기를 가졌다.  

참고로, 언더테이커와 숀 마이클스의 경기는 레슬매니아 역사상 손에 꼽는 명경기였다. 이 경기는 챔피언쉽이 걸리지 않은 노멀 매치로서, 메인 이벤트가 된 레슬매니아 역사상 몇 안되는 희귀한 경기로 기록되었다. 2009년 레슬매니아 25에서 그 해 최고의 경기상을 받은 매치로 기록된 숀 마이클스와 언더테이커의 경기는, 한 해 후 더 박진감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하며, 후배들에게 이런 것이 바로 프로레슬링이다!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었다. 



은퇴식을 하기 위해 링에 들어선 숀 마이클스. 그가 쳐다보는 사람은? 



그와 함께 WWE를 오랫동안 이끌고 있었던 언더테이커. 언더테이커는 이 날 고개를 가볍게 숙인 채 

숀마이클스의 은퇴를 기념했다. 언더테이커 또한 나이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곧 이 업계를 

떠날 예정이다. 아마 만감이 교차했을 것이다. 어쩌면 WWE에 가장 큰 충성도를 보였던 두 선수였기에, 

이들의 모습은 락커룸에서 후배들에게 많은 귀감이 되었고, WWE의 브랜드를 격상시키는 데 큰 공로를 

세웠다. 숀 마이클스는 은퇴식 세레머니에서, 자신의 진심을 담아, 언더테이커만큼 대단한 선수는 없었을 

것이라며, 그에 대한 존중을 표현했다. 



숀 마이클스가 "저도 시청자의 입장에서 경기를 보게 될 것 같다"라고 하자 

관중석은 아쉬운 탄식과 야유가 흘렀으며, 여성 관객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숀 마이클스는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였던 '헌터' 트리플 H에게 진한 감사의 표시를 전했다. 

그는 자신의 친구에게 많은 감동을 받았으며, 16년이란 긴 시간 동안 자신을 지지해주고 잘 대해 준 

것에 무한한 감사를 느낀다고 했다.  

또, 그의 비디오 영상, 그를 찍어준 카메라맨들과 주변 스태프들, 중계 아나운서 마이클 콜, 해설자 

제리 더 킹 롤러, 그리고 명예의 전당 입성이 확실시 되는 선임 아나운서 짐 로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남겼다. 



숀 마이클스는 세레머니 내내 눈물을 흘렸으며, 관중들은 "감사해요 숀", "한 경기만 더" "제발 가지마"등 

을 연호했다. 숀 마이클스의 세레머니 멘트 중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브렛 하트에게 사과를 한 것이다. 

브렛 하트의 레슬링 인생을 망쳤다고 여겨진 사람 중 하나였던 숀 마이클스에게 브렛 하트의 팬들은 많은 

적의를 품고 살아왔었고, 숀 또한 그것을 알았다. 숀 마이클스는 이후 레슬매니아 14이전에 입은 허리 부상 

과 무리한 이벤트 강행으로 선수 생활 중단의 위기를 맞았고, 이 때 악동이었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기를 

가졌다. 특히 신실한 신앙인으로 알려진 아내의 내조 덕분에  그는 신실한 침례교 신자가 되었고, 자신의 신앙을 

경기 중 표현하며, 달라진 사람이 되었음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켰다. 마이클스는 세레머니에서 살면서 가장 미안한 

사람이라고 한 브렛 하트에게 자신을 용서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브렛 하트와의 그 유명한 1997년 서바이버 시리즈 

더블 크로스 사건으로 악연이라는 관계로 살아왔던 그 둘은 결국 2010년에 그 긴 앙금을 풀었다. 

그는 또 WWE 회장 빈스 맥마흔에게 자신이 오랫동안 레슬링을 하게 해 줘 고맙다고 전했다.  



숀 마이클스는 쉬고 싶다고 밝혔으며, 특히 자신을 보살펴 준 가족들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자신이 힘들 때 지지해 준 가족들의 이름을 열거한 후, "얘들아, 아빠가 곧 집에 돌아간다"라고 

인사했다. 그리고 그는,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신사숙녀 여러분..숀 마이클스는 오늘 이 곳을 

떠납니다..."라고 말한 뒤, 마이크를 내렸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할 때, 그의 절친인 트리플 H가 뒤에서 와락 안았다.  


 

그리고 트리플H가 준비한 세레머니는...? 



DX를 상징하는 야광봉. WWE의 한 획을 그었던 듀오이자 팀이었던 D-GENERATION X는 숀 마이클의 

은퇴로 결국 사라지게 되었다. WWE ATTITUDE 시절부터 WWE를 본 사람이라면, 이 장면은 

정말 가슴 뭉클한 대박 장면일 것이다. 

 

내가 숀 마이클스를 처음 본 게, 1991년. 거의 19년을 이 레전드와 함께 했다. 이제 악동이었던 숀 마이클스는 더 이상 

링에 없다. 이제 그는 여행을 가고, 가족들과 함께 편히 지내고 싶어하는 가장으로서..한 평범한 남자로 살게 될 것 같다. 

굿바이 숀. 쌩큐 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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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31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감동의 추천을 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사진만 보는데도 이렇게 왈칵 해버리는데, 이 장면을 TV로 보면 더 하겠군요. 이 캡쳐는 국내방송분인가요? 국내에서 방송됐나요? 국내에서는 미국보다 2주쯤 늦게 방송되는걸로 알고있는데, 놓치지 말고 봐야겠어요. (요즘엔 정기적으로 안해주고 페이퍼뷰만 보여주는것 같던데, 레슬매니아니까 해주겠죠?)
숀 마이클스는 레슬링 선수들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에요. 저는 그가 스윗친뮤직을 날릴때마다 짜릿했죠. 저는 그의 경기하는 모습이, 그의 생김새가, 그의 매너가 다 좋았어요. 며칠전 남동생에게 은퇴할거라는 소식을 듣기는 했지만, 아 정말 은퇴라니.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얼그레이효과님.

다락방 2010-03-31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언젠가 미국에 가면 숀 마이클스의 경기를 한번 꼭 봐야지 하고 마음 먹고 있었는데 다 틀렸군요. ㅠㅠ

얼그레이효과 2010-03-31 18:24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다락방님. 이 장면은 wwe raw 3월 29일 월요일(미국 시간) 생방송 장면이구요. 그래서 아마 xtm에서 2주 후 정도에 방송해줄 것 같네요. 저는 다운받아서 봤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졌답니다. 개인적으로 후배들이 다 나와서 이렇게 막 챙겨주는 세레머니가 아니라, 저렇게 진솔한 내용의 멘트를 해준 자리, 그리고 되도록 음악이나 그런 것 다 줄이고, 조용히 담담하게 걸어나갈 수 있게 해준 세레머니라 더 감동적이었네요.. 브렛 하트도 숀 마이클스도..결국 wwe 자체 팜에서 키운 두 선수들이 이제 wwe 선수 자리를 완전히 다 내놓게 되었네요..진정한 세대 교체가 이뤄진 듯...이제 언더테이커 한 명만 떠나면..wwe는 전성기 시대 선수들이 거의 정리될 듯 하네요. (트리플 h야, 회장 사위라서. 아직은 모르겠구요)

얼그레이효과 2010-03-31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게도 숀마이클스가 몇 달만 쉬고 곧 나올거란 예상이 많았는데, 짧은 영어 실력으로 멘트를 들어보니, 이제 선수 생활을 아예 마음에서 접은 것 같더군요. 본인이 너무 지쳤고, 이제 할 일은 다했다고 생각한 멘트였습니다. 후배들도 많이 키워줬구요. 아쉽지만. 숀마이클스 마지막 경기는 레슬매니아 26이 된 것 같습니다. 자신의 마지막 경기를 패배로 장식한 것 자신의 입지에서 힘들었을텐데...대단한 선수인 것 같습니다.

빵가게재습격 2010-04-14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버지만 집에 가신것이 아니라, 얼그레이님도 집으로 가셨군요.-미안합니다. 썰렁한 농을...;;- 시험기간이라 무척 바쁘신가 봐요. 그래도 가끔 들러주시옵소서. 시험기간 잘 넘기시고요. 총총합니다...^^

얼그레이효과 2010-04-16 04:26   좋아요 0 | URL
ㅎㅎ 죄송합니다. 제가 졸업논문 준비한다고 정신이 없어서 블로그 글을 도통 못썼어요 ㅋ 활발한 활동은 가을이 되어야 이뤄질 것 같습니다. 대신 조금,조금 제가 하는 일들에 대해 적어보려 합니다. 인사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