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30살이 되는 것보다, 27일만 있으면 다가오는 '29'살이 더 두렵다. 단순히 아홉수는 아닌 것 같고. 뭐랄까. 내 주위의 문제들에 대해 참 열심히 부딪혀 왔다가도, 별 성과가 없는 것 같다는 일종의 무기력증과 자책감 같은 것. 그래서 타인에 대한 질투심도 나고, 그 질투심이 나를 더 여유롭게 만들지 못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도 얼마 전에 만난 한 후배의 꿈처럼 귀농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귀농을 해서, 그냥 열심히, 열심히 살았을 때의 그 순수한 느낌을 가져보고 싶기도 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가 떠 "누구야?"하고 신경질 비슷한 것을 부릴 때, 그런데 그 짜증의 대상이 하필 나를 좋아해주는 지인들이었을 때의 당혹감이란. 내가 대학원에 와서 어떤 나눔을 하고 살았는지 고민하게 만든다.  

하고 싶은 건 없는데, 읽고 싶은 것은 많고. 보고 싶은 것도 많고. 듣고 싶은 것도 많다. 이 '부지런함주의'가 뭔가 타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 이러한 희망은 늘 타인의 아픔을 목도하고나서야 다가온다. 그래서 늘 이 씁쓸함을 제거하려고 몸부리치는 플러스 한 살을 일찍 꿈꿔본다. 

갈수록 짠 맛을 좋아하시는 부모님 걱정도 되고. 은행에 가면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내 습성을 멀리하고 통장을 어느 정도는 가까이 해야 하는 나이같다는 생각도 든다. 조금만 놓아두면 금방금방 자라는 수염 녀석은 쉬지도 않는다.  

논문은 가장 먼저 준비해놓았다가. 가장 늦게 만들 것 같다. 시기는 문제가 아니라고. 과정에서 뭔가 묵직한 한 방을 때릴 걸 만들면 된다고 위안 삼지만. "너 이번 학기 논문 써?"라는 진부한 '대학원생들의 인사'는 곤욕이자 한 편의 숨겨놓은 공포다. 이런 곳에서 마음이 피폐해질 친구들을 보노라면, 도시락 싸서 말리고 싶은 데, 그래도 전화가 오면, 웃으면서 이 곳을 오라고 손짓한다. 쉬어가자. 친구들아. 쉬어가자 마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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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12-04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돌아보면 저도 29살때 더 우울했던거 같아요.

얼그레이효과 2009-12-0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오랜만입니다. '29살의 우울'같은 노래 누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네요.(인생 선배님들에게는 죄송) '서른즈음에'가서 콜콜한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날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12-04 12:43   좋아요 0 | URL
어 저도 학교다닐댄 거기 자주 다녔는데.
레드생 맛나죠 으흐흐흐

2009-12-04 1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04 1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롱롱 2009-12-09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어 그러고보니, 저도 '서른 즈음에'를 한 번 가본 기억이 있어요. 김광석 노래를 줄창 신청했던 기억이..^^;;

얼그레이효과 2009-12-09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