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줄 몰랐어
모르강 스포르테스 지음, 임호경 옮김 / 시드페이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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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를 공포로 뒤덮은 충격 실화를 소설로 만들었다는 "죽을줄 몰랐어."는 이게 소설일까 싶을정도로   납치라는 무서운 범죄를, 아무나 찍어 대충 실행해보는 야세프라는 인물과 야세프 계획에 참여하게 되는 뒷골목 친구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남의 돈을 쉽게 얻으려는 욕심만 가지고  사건을 일으키다 잡힌, 어리석은 인간들의 사건 일지쯤으로 여겼던 이야기는  납치된 엘리를 구할 의지는 있었던 건가 싶은  경찰들의 여유, 납치쯤은 쉽게 생각하는 뒷골목 사람들, 알면서도 괜찮겠지 지나가버리는 사람들의 무심함이 사건안에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며  진짜 무서운 게 뭐였는지 알 수 없게 하는 공포가 생기게 된다.


 

프랑스 국적이면 뭘 해요? 일자리를 찾는 순간, 한낱 아프리카인이 되어버리는데요." 야세프가 취직하길 원했던 파리교통공사는 범죄자를 원하지 않았다. -29

조금씩 모으는 일반인의 삶보다는 한번에 일확천금 벌길  바라던 야세프라는 인물은 노력이라는 걸 모르는  거짓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는  건달로 나오지만, 노력해도 벗어날수 없을거라는 한계를 먼저 느끼게 한 사회의 암울한 분위기가  그를 그렇게 몰아간건 아니였을까 싶어지게 된다.  야세프 역시 정통 프랑스인이 아니고 전과자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았으면서도 간혹 만나는 젤다에 대해 잘못 말한다던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유대인에게  반감을 가지는 것으로 그 역시 인종에 대한 차별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고,  그가 꾀하는 범죄에 무심하게 동조하거나  그가 보이는 폭력앞에 입을 다무는 뒷골목을 살아가는 이들의 흔한 일상은 생각과 다른 프랑스의 뒷골목에서 앞으로 그 무슨 일이 일어나도 놀라지 않게 만들게 된다.


 

평범한 어른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은 평생이 걸려서야 가능하게 되는 것, 즉 인간의 섬뜩함을 단 며칠사이에 완전히 체험해버힌 얼굴이였다. 엘리의 얼굴을 이렇게 변모시킨 것은 타인의 비열함이었다. 엘리는 악의 학교에서 3주를 보냈다. 그의 두 눈은 감겨있지만 감은 두 눈은 크게 부릅뜬 눈보다 우리를 더 잘 보고 있으리라. -204

유대인이니 돈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과 그렇지않더라도  유대감 강하다고 알려진 유대인이니 알아서 모아서들 내주겠지 하는 섣부른 판단으로 시작한 어이없는 계획에 무조건 끌려온 엘리, 야세프가 요구하는 돈도 없지만  그래도   전문가인 경찰들의 대처를 믿은 엘리 부모님, 풀어줄거라는 야세프 말만 믿고 내일은 보내겠지란 안일한 생각으로  일상생활을 하며  기다리는 공범들, 떠벌리는 이들에게 납치란 말을 들었으면서도 설마 그런 일까지는 아니겠지 하고 넘겨버린  이웃들이나 친구들...


엘리의 죽음이라는 사건이 어떻게 시작된건지, 누구 누구가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를 자세히 써간 이야기는 코미디 한 장면처럼 몸값을 주지 않을것 같으면 마구 가격을 내리거나 피해자 가족이면 누구에게나 전화를 해  마구 화를 내는  야세프의 이런 엉터리 계획이 통하지는 않겠지 라는 희망과  납치 작전에서 빠지겠다며 불안에 떠는 공범자들이 지인들에게 그럴줄은 몰랐다며  마구 내뱉는 이야기를 듣고 누군가는 경찰에 신고를 하고 엘리를 구하겠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우리가 뉴스에서 만나는 사건들 역시 이런 것들이 아닌가 싶다.   경찰이 빨리 갔더라면, 그 씨씨티비를 조금 더 빨리 파악했다면, 그 때 그 사람이 말만 전해줬더라면..이라는 수많은 가정속에 막을 수 없었던  죄없는  피해자들의 불행 역시, 이런 수많은 가정들 중 하나도 이뤄지지 않았기에 생긴것이기에 2006년, 먼 프랑스에서 벌어진 르포 소설 속 이야기가 꼭 그 곳에서만 있는 일이라 볼 수 있을까 싶다.  



사실이란 없다. 해석만 있을 뿐이다.-10

 인종차별과 종교, 이런 거창함으로  이슬람 테러리스트라는 생각지 못한 관심을 받게 된 야세프의 이야기는   타인 생명의 존엄을 몰랐기에 벌어진 있어서는 안되었을  사건 이야기이자  ' 그럴줄 몰랐다.'는 수많은 사람들의 같은 소리가  사람의 생명을 빼앗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주기에,  이런게 진짜 무서운 이야기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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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집 2
정석화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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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태주'와 파출소장 '석규' 에게 언제부터인가 문자가 오기 시작합니다. 연극대사에서 따온 듯한 문자는 그들에게 범인에 대한 궁금증을 더하게 되고 , '줄리엣이 죽으면 로미오도 죽어요.' 라는 문자가 다시 도착하자 태주는 이지아(18년전 의문의 사고로 죽은 이 정수와 송 정인의 딸) 를 떠올리게 됩니다. 어릴 적 연극에서 줄리엣을 맡은 그녀를 잊지 못하던 태주는 이 사건으로 이 지아를 다시 만나게 되고, 자신에게 예전  감정이 남아있다는 걸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문자는 태주, 이 정국, 석규가 같이 받은 것이였고,  자신을 막아달라는 범인의 메세지였다는 걸 나중에서야 깨달은  석규는  자신이 미리 알았더래도 사건을 막았을까 하는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가장 의심스럽던 인물의 죽음으로 끝난 1편은  역시나 이 끔찍한 사건의 시작은 과거에서 왔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좋은 경찰' 로만 보이는 파출소장 '석규'가 과거의 일로 딸 혜미와 여태껏 화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이 사건 또한  잘못 살아온 이들에게는 언제까지나 과거의 그림자가 흉하게  따라다닌다는  걸 보여주는 단서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친구 석규나 황민기에게 수십년 세월동안  껄끄럽기만 하던 이 정국은 친구의 약점을 여태껏 이용하는 이였고, M 건설 공사장에서 죽음을 맞이한 문창기 역시  가족이 지닌 부의 힘을 믿고 철이 없던 시절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철없이 살고있던 인물이였으니 공통의 원한관계가 있는 이의 등장이 놀랍지않다는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이렇게 특정 인물의 과거로 사건을 몰아가는듯 보이지만  진행될수록 등장한 인물 모두에게 비밀이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됩니다. 서로에게 얽혀있는  그 비밀때문에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났고 별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다치거나 죽는 일이 생겼다는 것까지 밝혀지지만  범죄를 저지르고 CCTV를 용케 빠져나가기에 운이 좋다 말할 수 있는  범인은  피해자들의 등에 점자로  자신의 의도를 새길정도로 대담하기도 하고 무거운 피해자를 9층까지 데리고 갈 정도로 힘이 세기도 해야하는데, 우리 눈에 그런 용의자는 드러나지 않게 됩니다.

 

하나가 맞으면 다른 사건의 단서와 맞지않게 되는 용의자들 중에 누군가를 고르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역시나 하나씩 단서가 모이기 시작하면서 제일 의심스럽지 않았던 인물이지만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사건마다 등장하고 이 모든 사건을 조종할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 보는 인물 혹은 인물들이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 사건은 인간의 이기적인 욕망과  비틀어지게 사는 인간들이 만나면  사건은 사건을 낳고, 주변에 있는 이들 역시 그 죄에 물들어가게 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단순한 듯 단순하지않게 얽혀있는 인연의 끈이 얼마나 질긴지를 보여주는 이야기는 각각 인물들이 저마다 주인공이 되어 자신들이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를 풀어가기에 사건 추리물이라기보다는 심리 추리물을 표방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아버지와 딸,사랑이라는 여러 이야기가 어울어져 다양한 이야기를 본듯한 느낌을 주게 됩니다.


물론 각 인물들의 복잡한 심리로  끌어가던 이야기가 갑자기 범인을 몰아간다는 생각이 든다거나 아직 다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남아있어  아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한국형 본격 추리물을 앞으로도 써 갈것으로 보이는 '정 석화'님의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인연과 과거, 현재를 묶어 끝을 알 수 없게 하는   다음 이야기는 어떤 사건을 다루게 될지  기다려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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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집 1
정석화 지음 / 네오북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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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그여자는,그들은 ......

춤출 수 있을까

사랑과 죽음이 시작된 곳

 

이란 문구로 시선을 끈 이야기는  은퇴를 앞 둔 파출소장 '석규' 가 관할하는 호정저수지에 차가 빠진 사건으로 시작된다.  그 사건으로 죽은  여인이  우리나라 최초로 아시안게임 수영에서 3관왕을 차지한 서은희란 걸 알게되자, 석규는 18년전 그 곳에서 있었던 또 다른 사고를 떠올리게 된다. 서 은희의 시동생 부부, 이 정수 송 정인 역시 그 곳에서 비슷한 사고로 죽었기 때문이다.  부부 갈등으로 인한 의도적 사고로 종결되었던 사건은 이번 서은희의 사고로 찜찜하게 묻었던  석규의 기억에 의문을 더하게된다.

 

이렇게 시작한 사건은 주종 관계이면서 어렸을 적 동네 친구이기도 한  동네 파출소장  석규와 병원장이 된 황민기, 세계적 배우가 된 이 시우를 아들로 둔 이정국을 다시 만나게 하는 일이 된다.    그들  역시 어쩌면 원한이 있지않았을까 싶게, 이 정국에게  저마다  과거의 껄끄러운 기억이 있었다는 걸 보여주기에   그 기억속에 누군가가 아직 풀지 못한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이 두 사건의  연관성을  캐가던 석규는   수영 선수이면서 물을 두려워하는 트라우마와 알콜 중독로 긴 세월을 살았던 서 은희나   시동생 이 정수 부부에게  죽음전부터  이상스러운 일들이  있었다는 것 뿐 아니라,  이들의 과거에  생각지도 못했던  죽음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다.

 

1편은 이렇게  얽혀있는 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이 정국의 아들 이 시우 주변에 뭔가 일이 더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섬뜩함과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누군가의 시선,  어떻게 연결될지 2권에 가서야 알 수 있을 듯한 형사 태주와 옆집 여자 하 수연이라는 등장 인물의 끝나지 않은 설명이 궁금함을 더하게 된다. 사건과 단서의 나열만 드러난 1권이라 아직 "그 남자는 그 여자는, 그들"이 누굴지 감을 잡을 수는 없지만  저마다 상처를 가진 인물들이기에  보이지는 않지만 이미 그들 사이에 놓여있는 것으로 보이는,  시간이 묻어놓은  원한이 누구에 의해서, 왜  시작된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풀릴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음 편을 기대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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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이프 시프터
토니 힐러먼 지음, 설순봉 옮김 / 강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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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우연한 일로  결국 잡히는 범인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하늘이 내린 벌을 받았군,'이라면서 신의 도움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짧은 인간의 눈으로는   많이 가진자와 너무도 덜 가진 자로 나뉘어진 것이 도통 변하지가 않아서, 심지어는 남의 걸 빼앗는 사람마저도 잘 사는 것으로 보일때는 신이 보고 있다는 게 맞긴 한건가 하며 불평하게도 된다. 신에게는 죄 많고 적음의 차이이지 인간이라면  다들 길잃은 어린 양으로 보일터라, 그냥 놔두는 것이겠지 하는 마음의 위로를 하면서 말이다.  나같이  일희일비하는 이들에게  설렁설렁한듯 꼼꼼한  조 리프혼 경위의 사건 해결은 인생사 길게 봐야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퇴역 경위 조 리프혼의 눈에 우연히 불 타 사라졌다고 알려진 저주받은 '슬픔의 러그' 사진이 눈에 띄게 된다. 그 사진을 전해준 옛 경찰 동료 '멜 보크'가 이 사건을 조사해보겠다는 메모만 남긴채 사라지게 되고 친구의 행방과  러그의 진실이 궁금해진 조는 직접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확실하지 않은 사진 한장은 조를 그 전에 있었던 의문스러웠던 사건까지 다시 파고 들어가게 하면서 이들 사건뒤에는 숨겨진 더  많은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사건도  많고 그에 따른 비극도 크지만 '셰이프 시프터'의 저자 토니 힐러먼은 극적인 전개를 주지 않는다. 독이 있는 케익일수 있다면서 내내 차에 실고 다니는 조나  진범을 찾아내 죽여버리겠다 흥분한 델로니가  결국 그가 먼저 쏘지 않는다면..이란 단서를 달게 된다거나  아무도 찾지 못한 범인이라면서  누군지 금방 알게한다던지  등으로  사건의 단서나 범인 찾기보다 더 중요한 게 따로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나바호족 설화나 토미 뱅의 '흐몽' 설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인디언들이나 소수 민족이 겪게 된 불평등을 분노보다는 잃지 말아야 할 기억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나타내는 이야기는,  사람사는 일에는  순리라는 게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싶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입에 의해  악의 무리   '스킨워커' 중 '셰이프 시프터' 라 불리우는,  사람에서 늑대로 또 부엉이로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무서운 존재가 동화처럼  나바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고 한다.  사건을  일으킨 범인 역시  마치 셰이프 시프터처럼 각각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고픈 대로 그의 모습을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무서운 사람이였기에 많은 사건이 벌어지지만  진실이 궁금했던 조에게만은  범인의 마법이 통하지 않게 된다.  '절대적 포식자'이자  셰이프 시프터이기도 한 이와  불만없이 수십년을 살았음에도 결국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슬퍼하던 토미마저도 말이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고향에 가게 해주겠다는 약속만 믿고 살아가던  토미 뱅이 주인이 자기에게 전해준 '포식자'와  '먹이 족속'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건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이 있다. 우연히 절도를 목격한 그가  절도범에게 훔친 물건을 내놔야지 않겠냐는 설득하는 말을 한 것에 비해, 포식자는   누군가 증인이 될 수 있는 사람앞에서 절도범 죄를 드러나게 하고 언제든 그 사람의 약점으로 써먹을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했다는데, 도저히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지금 일어난 일이라면 어땠을까 싶어진다. 내가  함께 한 공간에서 뭐가 없어진다면  나 역시  범인으로  몰릴수도 있기에 역시 증인이라도 만들어두고 싶지않았을까. 이렇게 요즘 세태가 그래서...라는 말로  넘어가는 일 말고,  지나칠수 있는 작은 일에 나는 누군가가 민망해 할만큼 그 일을 드러나게 밀어붙인 일은 없었는지, 혹은 그 사실을 덮어두고 내내 즐거워하는   포식자가 된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역시  순한 먹이 족속이기보다는 기꺼이 포식자가 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토니 힐러먼은 악과 선, 포식자와 먹이 족속, 이렇게 뚜렷이 나눠져있는 세상도 없고  행복과 불행이  누구라고 정해져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사라졌다 포기한 '러그'를  눈에 띄게 한 건 포식자가 더 이상 나쁜 짓 하는 걸 볼 수 없었던  신의 뜻이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  포식자와 침착한  먹이 족속의 만남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되고, 또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듯 포식자가 꼭 행복했다 말할수도, 먹이 족속이 불행했다 말할수도 없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부 미스터리' 와  나바호족 문화의 대가로 알려진 토니 힐러먼은 우리에게   셰이프 시프터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안에  분노를 쌓아놓지 말아야 한다는 걸, 그리고  자신 스스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결국 일어날 일은 언젠가는이라는 게 아쉽지만  옳게 일어난다는 걸 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사건을 쫓아가다보면  범인이 아니라  나바호족들의 인생을 배워가게 된다.  중요한 건 빠르기가 아닌 깊음이요. 쫓아가는 기쁨이 아닌 내 안의 만족이라는 걸 말이다.


"제가 결국에 가서는 할 일을 했습죠."

...

"정말 오래도 걸렸구려.젊은이."-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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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30일생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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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알고 보니 손자분과 관련이 있는 여성이어서....."

  "혜린이가요? 혜린이가 죽었어요?"


접으려는 불륜관계에 있던 혜린을 우연히 고향에서 보게되고 현재는 그녀에게 짜증섞인 막말을 퍼붓게 된다. 다음날 아침, 늘 그랬듯 술만 먹으면 끊어지는 기억에 혜린과의 저녁이 생각나지 않아  괴로운  그는  자신의 손에 상처가 생겼다는 사실에 섬뜩해하지만 점점 사라지는 상처는 그녀와의 과거도  그리 될거라 믿게 한다. 하지만  찾아온 경찰관을 보자마자  혜린의 죽음을 직감한 그는, 자신의 기억이지만 잡지못한 혜린과의  사라진 기억에 괴로워하게 된다.  


술만 먹으면 기억을 잃는 남자와 남의 고향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자, 라는 뻔해보이는 사건은 J시에서 막강한 힘을 떨치고 있는 현재 집안의 과거와 얽히게 되면서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게 된다.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에서 현재라는 이름을 받았음에도 늘 모든 일에 설렁설렁하던 현재는 할아버지의  위세를 뒤에 얹고  국회의원이 되고자하는 아버지의 선거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된다. 그러면서  혜린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의도된 것이였다는 것이나  자신의 집안과 J시에 떠돌던 과거의 소문속에 진짜도 있었다는 걸 알게되면서 자신이 모른척했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늘 자신 주변에 있었다는 걸 알게된다.


25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같은 장소에서  두 여자가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60년 한국사를 애써 묻었기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한다.   남매에게  현재에 충실하라는 '현재'와 항상 앞을 생각하라는 의미로 주어진 '미래'라는 이름을 준 것이 전쟁이라는  시련을 거쳐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재산과 이름을 만들어낸 할아버지였다는 게 사건의 제일 큰 단서가 아닐까 싶다. 살기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우선 자신의 눈부터 가리기위해  '현재에 집중하자.',  '보다 나은 미래를 생각해보자.' 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니였을까 싶을 정도로, 현재를 잘 살아내고 국회의원 집안으로의 먼 미래를 내다보던  현재 집안의 아슬아슬하게 잡혀있던 할아버지로부터의  균형은  잘못된 과거에서 출발했기에   미래라는 저 먼곳까지 덮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된다. 


2월 30일이라는 존재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에 태어나  사라지게 된 여인 혜린, 진실하지 못했기에 사랑인줄 몰랐던 현재,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된다면서도 자신도 어쩌지못하는 과거에 늘 매여있었던 할아버지 정윤조 등  인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비밀은 잠깐 덮어져 있었을 뿐이고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불씨였다는 게 드러나게 된다.  우리가 그러듯, 할아버지가 늘상 말하던 모든 것은 지나가는 거라는 이야기가 진실인것 같지만 남들 눈에 눈물 흐르게 한 누군가의 정의롭지 못한 시간은   삼대를 지나가는 동안도 옅어지지 않는  '악의'라는 불길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는 거 아닐까 싶다.  대길이란 존재가 그토록 바라던 윤조의 모습이 현재에게  모두 담겨져 있었음에도 자신의 뿌리이기도 한 현재가 행복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사건속의 사건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했던 진실을 드러내게 된다.   



나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면,지난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를 대신해 변명해줄 사람도 있겠지만 아니다. 내 잘못이다.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나는 내가 왔던 곳에 나를 이 세상으로 오게 만든 것에 대해 알았어야 했다. 저 먼 우주의 별들처럼 몰랐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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