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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드 44 - 2 - 시크릿 스피치
톰 롭 스미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노블마인 / 2015년 5월
평점 :
차일드 44의 시작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는데, 한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비밀 연설문'에 얽힌 사건을 쫓아가는
레오의 두번째 이야기 역시 엄청납니다. 1956년을 살아가는 레오는 아내 라이사와 입양한 두 딸 조야와 엘레나와 살아가고 있습니다. 라이사를
사랑하고 이제는 딸이 된 아이들도 사랑하지만 그의 과거는 아내와의 사랑뿐 아니라 자신 부모님의 죽음을 기억하는 딸 조야와도 거리를 두게
합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MGB(체키스트, 비밀경찰)라는 거짓과 배반이 넘치는 피비린내나는 일을 끝낸 그는 그나마 살인수사과를 맡아
진짜 사건을 다루는 일을 하고 있는데, 연달아 그처럼 과거 국가 보안요원이였던 이들이 죽은채로 발견되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구소련의 공포
정치동안 원한에 찬 이들이 많을수밖에 없지만, 계속된 사건은 레오에게 7년전 그가 고발한 라자르를 떠올리게 합니다.
공포정치가 느슨하게 풀린다 싶은 이 때, 흐루쇼프 서기장이 그동안 있었던 경찰들이나 고위 정치인들의 무차별 살인과 폭력을
인정한다는 비밀아닌 비밀 연설이 '보도 금지'라는 멀쩡한 종이로 배달되면서 세상이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과잉 충성했던 이들이 과거의
망령에 쫓기는 일이 생기게 된 겁니다. 하지만 그 틈을 타 누군가는 세상의 전복을 노리게되고 또 누군가는 그럼에도 더 단단하게 자신들의 세상을
굳힐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차라리 쫓기던가 쫓으라고 명령을 했던 사람들은 손을 잡게되지만 그 체제에 자신도 살기위해 복종했을뿐이라는 이들은
정신차려보니 자신이 한 일이 두려워지게 됩니다. 복수를 꿈꾸는 이들의 원한뿐 아니라 다른 누구보다도 자신을 괴물로 바라 볼 가족들의 원망어린
시선이 더 두려워지는, 비밀경찰이였던 이들이 할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게 되고 자신이 저지른 과거의 일때문에 레오 역시 자신이
강제 노동수용소에 보낸 후 잊으려고 했던 라자르를 만나러 가야하는 일이 생기게 됩니다.
"우리의 권력은 과거에 기반을
두고 있거든. 우린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계속 철권통치를 해야 해. 과거의 과오를 인정하면서 시민들이 전과 같이 우릴 사랑해주길 바랄
수는 없지. 앞으로도 우리가 사랑받을 가능성은 없으니까, 반드시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거지."-361
이제는 레오 개인의 일이 되지않습니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자신들의 커다란 욕망을 사람들의 두려움속에서 지키고 싶어하는 윗 선들의 계략에 따라 많은 사람들이 피를 흘리는 일이 생기게 되니 말입니다.
레오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은 남은 생을 수용소에서 포기하며 살아가는 사람들과 그들의 목숨줄을 여전히 쥐락펴락하고 싶은 정치권들의 욕망안에
갇힌 사람들, 그리고 그 틈에 숨죽이고 살아가는 사람들로 보이게 되고, 당했다 싶은 이들은 '복수'라는 꿈을 꾸며 자신들의 모습을 하나 둘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러다 복수 삼부작이 되는 거아닐까 싶게, 인간이 가진 욕망과 복수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강한것인지를 레오를 쫓아가며 볼 수 있습니다. 쫓다가 쫓기는 입장이 된 레오 역시 친구를 위해 울게되고, 딸을 위해 복수를 꿈꾸는 인간이
되어갈수 밖에 없기때문입니다. 그런 그를 어떤 순간에도 지켜준 건, 가족을 지키고 싶다는 그의 마음때문일겁니다. 이렇게 차일드 44는
원치않는 시대의 흐름에 휩쓸린 개인이 마음을 잃는 순간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1편보다 오히려 더 촘촘하고 더 커진 이야기이기에 전쟁에 휩쓸린 개인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하는 영화를 본듯한 느낌마저
들게됩니다.(영화로도 나왔다지만...) 29살이라는 나이에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지만 어떻게 이렇게 무거운 이야기의 시작을 하고, 그 뒷 이야기
역시 무게로 눌러가며 쓸 수 있는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 '톰 롭 스미스'의 다음 레오 이야기는 뭐가 될지, 더 기대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