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시프터
토니 힐러먼 지음, 설순봉 옮김 / 강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가끔 우연한 일로  결국 잡히는 범인들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하늘이 내린 벌을 받았군,'이라면서 신의 도움에 감사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짧은 인간의 눈으로는   많이 가진자와 너무도 덜 가진 자로 나뉘어진 것이 도통 변하지가 않아서, 심지어는 남의 걸 빼앗는 사람마저도 잘 사는 것으로 보일때는 신이 보고 있다는 게 맞긴 한건가 하며 불평하게도 된다. 신에게는 죄 많고 적음의 차이이지 인간이라면  다들 길잃은 어린 양으로 보일터라, 그냥 놔두는 것이겠지 하는 마음의 위로를 하면서 말이다.  나같이  일희일비하는 이들에게  설렁설렁한듯 꼼꼼한  조 리프혼 경위의 사건 해결은 인생사 길게 봐야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퇴역 경위 조 리프혼의 눈에 우연히 불 타 사라졌다고 알려진 저주받은 '슬픔의 러그' 사진이 눈에 띄게 된다. 그 사진을 전해준 옛 경찰 동료 '멜 보크'가 이 사건을 조사해보겠다는 메모만 남긴채 사라지게 되고 친구의 행방과  러그의 진실이 궁금해진 조는 직접 이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확실하지 않은 사진 한장은 조를 그 전에 있었던 의문스러웠던 사건까지 다시 파고 들어가게 하면서 이들 사건뒤에는 숨겨진 더  많은 사건이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사건도  많고 그에 따른 비극도 크지만 '셰이프 시프터'의 저자 토니 힐러먼은 극적인 전개를 주지 않는다. 독이 있는 케익일수 있다면서 내내 차에 실고 다니는 조나  진범을 찾아내 죽여버리겠다 흥분한 델로니가  결국 그가 먼저 쏘지 않는다면..이란 단서를 달게 된다거나  아무도 찾지 못한 범인이라면서  누군지 금방 알게한다던지  등으로  사건의 단서나 범인 찾기보다 더 중요한 게 따로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나바호족 설화나 토미 뱅의 '흐몽' 설화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인디언들이나 소수 민족이 겪게 된 불평등을 분노보다는 잃지 말아야 할 기억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나타내는 이야기는,  사람사는 일에는  순리라는 게 있다는 걸 말하고 싶은 건 아닐까 싶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입에 의해  악의 무리   '스킨워커' 중 '셰이프 시프터' 라 불리우는,  사람에서 늑대로 또 부엉이로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무서운 존재가 동화처럼  나바호 사람들에게 전해진다고 한다.  사건을  일으킨 범인 역시  마치 셰이프 시프터처럼 각각의 사람들에게 자신이 보고픈 대로 그의 모습을 보이게  만드는 재주가 있는 무서운 사람이였기에 많은 사건이 벌어지지만  진실이 궁금했던 조에게만은  범인의 마법이 통하지 않게 된다.  '절대적 포식자'이자  셰이프 시프터이기도 한 이와  불만없이 수십년을 살았음에도 결국 그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슬퍼하던 토미마저도 말이다.  

 

작은 것에 만족하고 고향에 가게 해주겠다는 약속만 믿고 살아가던  토미 뱅이 주인이 자기에게 전해준 '포식자'와  '먹이 족속'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건 이야기를 꺼내는 장면이 있다. 우연히 절도를 목격한 그가  절도범에게 훔친 물건을 내놔야지 않겠냐는 설득하는 말을 한 것에 비해, 포식자는   누군가 증인이 될 수 있는 사람앞에서 절도범 죄를 드러나게 하고 언제든 그 사람의 약점으로 써먹을 순간을 기다려야 한다 했다는데, 도저히 자신은 그렇게 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게 지금 일어난 일이라면 어땠을까 싶어진다. 내가  함께 한 공간에서 뭐가 없어진다면  나 역시  범인으로  몰릴수도 있기에 역시 증인이라도 만들어두고 싶지않았을까. 이렇게 요즘 세태가 그래서...라는 말로  넘어가는 일 말고,  지나칠수 있는 작은 일에 나는 누군가가 민망해 할만큼 그 일을 드러나게 밀어붙인 일은 없었는지, 혹은 그 사실을 덮어두고 내내 즐거워하는   포식자가 된 적은 없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 역시  순한 먹이 족속이기보다는 기꺼이 포식자가 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토니 힐러먼은 악과 선, 포식자와 먹이 족속, 이렇게 뚜렷이 나눠져있는 세상도 없고  행복과 불행이  누구라고 정해져  오는 게 아니라는 걸  이야기하고 있다. 물론 사라졌다 포기한 '러그'를  눈에 띄게 한 건 포식자가 더 이상 나쁜 짓 하는 걸 볼 수 없었던  신의 뜻이였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지만,  이미  결정된 것으로 보이는  포식자와 침착한  먹이 족속의 만남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게 되고, 또 그동안 우리가 생각하듯 포식자가 꼭 행복했다 말할수도, 먹이 족속이 불행했다 말할수도 없다는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서부 미스터리' 와  나바호족 문화의 대가로 알려진 토니 힐러먼은 우리에게   셰이프 시프터에게 당하지 않으려면 자신안에  분노를 쌓아놓지 말아야 한다는 걸, 그리고  자신 스스로  행복한 시간을 만들어야 한다거나 결국 일어날 일은 언젠가는이라는 게 아쉽지만  옳게 일어난다는 걸 조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사건을 쫓아가다보면  범인이 아니라  나바호족들의 인생을 배워가게 된다.  중요한 건 빠르기가 아닌 깊음이요. 쫓아가는 기쁨이 아닌 내 안의 만족이라는 걸 말이다.


"제가 결국에 가서는 할 일을 했습죠."

...

"정말 오래도 걸렸구려.젊은이."-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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