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30일생 소설NEW 1
김서진 지음 / 나무옆의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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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미스런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알고 보니 손자분과 관련이 있는 여성이어서....."

  "혜린이가요? 혜린이가 죽었어요?"


접으려는 불륜관계에 있던 혜린을 우연히 고향에서 보게되고 현재는 그녀에게 짜증섞인 막말을 퍼붓게 된다. 다음날 아침, 늘 그랬듯 술만 먹으면 끊어지는 기억에 혜린과의 저녁이 생각나지 않아  괴로운  그는  자신의 손에 상처가 생겼다는 사실에 섬뜩해하지만 점점 사라지는 상처는 그녀와의 과거도  그리 될거라 믿게 한다. 하지만  찾아온 경찰관을 보자마자  혜린의 죽음을 직감한 그는, 자신의 기억이지만 잡지못한 혜린과의  사라진 기억에 괴로워하게 된다.  


술만 먹으면 기억을 잃는 남자와 남의 고향에서 죽음을 맞이한 여자, 라는 뻔해보이는 사건은 J시에서 막강한 힘을 떨치고 있는 현재 집안의 과거와 얽히게 되면서 눈에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말해주게 된다. 현재에 충실하라는 의미에서 현재라는 이름을 받았음에도 늘 모든 일에 설렁설렁하던 현재는 할아버지의  위세를 뒤에 얹고  국회의원이 되고자하는 아버지의 선거를 위해, 그리고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된다. 그러면서  혜린이 자신을 찾아온 것이 의도된 것이였다는 것이나  자신의 집안과 J시에 떠돌던 과거의 소문속에 진짜도 있었다는 걸 알게되면서 자신이 모른척했던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어 늘 자신 주변에 있었다는 걸 알게된다.


25년이라는 시간을 거슬러 같은 장소에서  두 여자가 죽을 수 밖에 없었던 이유가 60년 한국사를 애써 묻었기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솔솔 나오기 시작한다.   남매에게  현재에 충실하라는 '현재'와 항상 앞을 생각하라는 의미로 주어진 '미래'라는 이름을 준 것이 전쟁이라는  시련을 거쳐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재산과 이름을 만들어낸 할아버지였다는 게 사건의 제일 큰 단서가 아닐까 싶다. 살기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이유로    우선 자신의 눈부터 가리기위해  '현재에 집중하자.',  '보다 나은 미래를 생각해보자.' 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 아니였을까 싶을 정도로, 현재를 잘 살아내고 국회의원 집안으로의 먼 미래를 내다보던  현재 집안의 아슬아슬하게 잡혀있던 할아버지로부터의  균형은  잘못된 과거에서 출발했기에   미래라는 저 먼곳까지 덮기에는 힘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된다. 


2월 30일이라는 존재하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시간에 태어나  사라지게 된 여인 혜린, 진실하지 못했기에 사랑인줄 몰랐던 현재, 모든 것은 다 지나가게 된다면서도 자신도 어쩌지못하는 과거에 늘 매여있었던 할아버지 정윤조 등  인물들이 저마다 가지고 있는 비밀은 잠깐 덮어져 있었을 뿐이고 언제 어디서든 튀어나올 불씨였다는 게 드러나게 된다.  우리가 그러듯, 할아버지가 늘상 말하던 모든 것은 지나가는 거라는 이야기가 진실인것 같지만 남들 눈에 눈물 흐르게 한 누군가의 정의롭지 못한 시간은   삼대를 지나가는 동안도 옅어지지 않는  '악의'라는 불길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는 거 아닐까 싶다.  대길이란 존재가 그토록 바라던 윤조의 모습이 현재에게  모두 담겨져 있었음에도 자신의 뿌리이기도 한 현재가 행복을 찾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사건속의 사건이 그토록 감추고 싶어했던 진실을 드러내게 된다.   



나에게 가장 큰 잘못이 있다면,지난날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는 것이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를 대신해 변명해줄 사람도 있겠지만 아니다. 내 잘못이다.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나는 내가 왔던 곳에 나를 이 세상으로 오게 만든 것에 대해 알았어야 했다. 저 먼 우주의 별들처럼 몰랐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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