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많으나 동하지 않고

말은 많으나 몸과 같지 않으니

너하고 나는 인연이 아닌게지

 

삶을 관통하는 지혜를 찾으나

넘쳐나는 말과 생각뿐

두 손에 쥔 건 한 줌의 허위

 

끝없이 떠도는 갈망의 몸부림은

피고 지는 영겁의 윤회를

기어이 이고 갈 요량인가 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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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은 종이 한 장

바람 한 점에도 넘어가네.

 

불현듯 찾아오는 바람 부는 순간

그것이 무엇의 손짓이든

 

그저 겸손하게 받아들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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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문득,

당신이 내게 와 한 송이 꽃이 된다면

난 사뿐히

날아가 그대 주위를 날겠소.

 

어느날 문득,

당신이 아득한 광야에 홀로 선 나무가 된다면

난 묵묵히

걸어가 그대 곁에 서겠소.

 

어느날 문득,

당신이 쏟아지는 빗줄기로 내려온다면

난 하늘을

우러러 온몸으로 맞이하겠소

 

어느날 문득,

당신이 아무런 이유 없이 나를 떠난다면

난 울면서

그대 오기를 한없이 빌겠소.

 

그러던 어느날 문득,

당신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나타난다면

난 달려가

그대의 다리를 붙잡으리다.

 

그러다 문득,

그 모든 것이 끝나는 그 날이 된다면

 

어느날 문득 그러했듯이

그대와 함께 끝나는 날이 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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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얗게 웃는 너의 얼굴이

오후의 햇살 속에 어슴푸레 사라지고

돌아서는 발길이 천만금 무겁구나

 

도로는 차들로 꽉 찼건만 왜 이리 휑한지

차창에 흩날리는 아내의 눈물 몇 방울

무거운 시간은 정지한 듯 아득한 귀갓길

 

식탁엔 먹다 남은 빵 한 조각

방금 일어난 듯 어질러진 이부자리엔

아직도 남아 있는 너의 웃음소리

 

잘 갔다 오렴

아빠는 너를 믿는다

 

손꼽아 기다리마

씩씩한 남자로 만날 날을

 

사랑한다 아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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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종일 감사할 일 천지고

만나는 모두가 은혜로우니

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내 눈의 세상은 오직 나 만의 것이니

내가 존재하는 이곳이 지상낙원이고

내가 누리는 이 시간이 극락정토니라

 

신의 은총이 오직 내게만 집중되어

은혜와 복을 같이 누리지 못함에 안타까워

이 모든 것에 감사하고 또 감사할 일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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