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이란 무엇이고 바꿀 수 있는 것인가?
운(運)이란 내가 사는 세상이고 환경이고 바깥이고
명(命)이란 나 자신이며 내부며 능력과 쓰임새의 크기와 범위이다.
기본적으로 운명이란 타고난 것이다.
내가 태어난 세상도 내 부모도 내가 결정한 것이 아니고
내가 잘하고 못하는 것도, 내 외모도 성격도 다 내가 정한 것이 아니다.
운이란 흐름이고 움직임이며 세력의 강약이며 리듬이며
나를 포함한 세상이 가는 길이기에 접근하고 통제하기 어렵지만
명이란 내가 가지고 있는 능력과 자질이며 성정이기에
운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운은 유동적이면서 고정적이고 정해진 길이지만
다른 길의 가능성이 열려 있고
명은 고정적이지만 자신의 의지에 따라 변화가 가능하다.
결국 운명이란 정(定)과 미정(未定)의 가능성을 다 품고 있다.
힘의 크기로 명은 무조건까지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운을 따를 수밖에 없다.
명은 운을 거부할 수 있지만 작은 명이 큰 운을 움직이려면
그만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결과에 대한 희생과 책임이 있다.
명에게 운이란 목줄을 채운 호랑이와 같은 것이다.
호랑이는 결코 길들일 수 없는 맹수기에
먹이를 주고 잘 달래서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지만
잘못하면 목줄을 끊고 나를 잡아먹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운은 명을 쉽게 누를 수 있는 반면에 명은 운을 함부로 하기 어렵다.
운이란 강물처럼 흘러가는 것이라 댐으로 가두거나
역류시키려 한다면 혼란이 올 것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거대한 흐름을 따라가면서
시간을 두고 조금씩 방향을 트는 것이다.
방향을 조금만 틀어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각도는 점점 커질 것이고
결국 긴 시간이 지난 후에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을 것이다.
흔히 말하듯 운에 맡긴다는 의미를 오해하면 안 된다.
운을 움직일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 한 후에야 운에 맡길 수 있는 것이다.
즉 진인사이후대천명(盡人事以後待天命)의 자세이다.
진인사 즉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명을 다한 것이고
대천명 즉 하늘을 기다린다는 것은
운에 그 노력의 결과를 맡긴다는 것이다.
중요한 건 진(盡)이다. 한 점 후회도 없이 자신의 모든 것을 끌어모아
남김없이 불태워야 진이 되는 것이다.
내가 더 이상 할 것이 없을 때라야 하늘의 뜻을 기다릴 자격이 되는 것이다.
내가 할 노력이 아직 남았다면 더 노력해야지 운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이것이 운을 대하는 자세다.
운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노력하라는 말이다.
내가 노력하지 않고 운을 기다리는 것은
로또를 사고 당첨을 기대하는 것과 똑같다.
그런 횡재수는 불길할 수 있다. 노력이라는 대가를 먼저 결제하지 않고
덜컥 얻는 결과는 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과 같다.
결국 고지서가 나중에 날아온다. 고지서에는 지불 하지 않은 노력 대신에
여러 가지 불운이 적혀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아무런 이유 없이 갑자기 찾아오는 횡재는
일단 경계하고 조심히 다뤄야 한다.
운과 명은 우주의 법칙이 인간에 적용된 질서다.
과거엔 운을 알기 위해 음양과 오행을 통한 천문, 주역 등을 연구하였고
명을 알기 위해 유학, 명리를 공부하였다.
지금은 물리학과 같은 자연과학으로 운을 알아내려 하고
경제학, 심리학 등 다양한 학문으로 인간의 명을 분석하고 응용한다.
현대는 운이든 명이든 모든 걸 과학에 기댄 인간의 힘으로 좌지우지 할 수 있다고 믿는 오만한 시대다. 그러나 인간이 제아무리 위대하다 한들
거대한 우주 앞에서는 티끌같은 존재다.
천명(天命)을 받들고 천운(天運)을 따르는 것은
글자만큼 대단하지도 고루하지도 않다.
천명과 천운은 성경, 코란, 불경에도 있고 수많은 인류의 지혜에 다 있다.
하늘의 명이 별것은 아닐 것이다.
바른 마음으로 스스로 사랑하고 탓하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사는 자세일 것이고 천운을 따른다는 것은
자연과 자신의 삶을 사랑하며 과한 욕심을 가지지 않으며
뿌린 대로 거두는 인과응보의 법을 믿으며 살아가는 것이리라.
바른 자세로 명을 받들고 자연의 법대로 가는 운을 겸손하게 따르는 사람을
하늘도 분명히 함부로 하지 않을 것이니
그렇게 하늘이 좋아하는 길이 천운의 순리고 조화고 질서이며
그 길을 따라가는 자가 천명을 다하는 사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