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철학은 자연과학과 따로가 아니다.

과거의 철학자들은 순수한 사유만으로

놀라운 성찰을 이루어 냈지만 지금은 아니다.

과학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절대적 영향력을 고려해볼 때

과학을 배제한 철학이란 단팥 없는 찐빵이다.

 

가장 좋은 것은 과학자가 철학을 하는 것이고

그 다음은 철학자가 과학을 공부하는 것이다.

사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자연철학자이기도 했다.

과학기술이 없었기에 사유로만 하는 한계가 있었지만 말이다.

 

지금은 다르다.

융합의 시대요 통섭의 시대다.

과학을 모르는 철학은 우물 안의 개구리요 그들만의 리그다.

과학적으로 이미 밝혀진 내용을 모른 채 떠드는 이야기는 공허하다.

반대로 철학을 배제한 과학은 위험하고 편협하며 건조하다.

 

과학이 철학과 함께 간다는 것은

인간이 과학에 소외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학의 핵심과 주제는 인간이지만

과학이 가는 길이 꼭 인간적이지는 않을 수 있다.

 

우주의 기원과 만물의 법칙

생명의 근원과 구성원리

인간의 존재 이유, 자연과의 관계

세계와 인간의 연결과 대립에 관한 수 많은 문제들

오지랖 넒은 인간만이 고민하는 존재에 대한 끝없는 질문들

 

많은 것들을 과학이 대답해주고 있다.

오롯이 사유로 만들어 내는 것도 소중하지만

과학이 건네주는 것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다.

 

과학이 내놓는 많은 성과는 결코 공짜가 아니다.

지구의 유한한 자원을 소비하여 만든 값비싼 결과들이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얻은 귀중한 인류의 지적자산이다.

 

어렵다고, 모른다고, 배우지 않았다고, 나하고 관련이 없다고

무시하거나 모른척하기엔 세상을 덮고 있는

과학의 그림자가 너무 넓고 짙다.

나만 모를 뿐 우리의 세상과 일상은

온통 과학의 원리로 둘러싸여 돌아가고 있다.

 

과학책을 읽는 것은 미래를 읽는 것과 같다.

미래에는 철학이 과학의 하위 부류로 들어갈 수 있다.

아니면 철학을 과학으로 시작할 수도 있다.

 

앞으로 이과적인 논리와 추론을 할 수 없으면

고리타분한 옛날식 인간의 이성이나 존재나 읊조리는

새장 안의 앵무새나 골방의 늙은이로 전락할 수 있다.

 

상상해 보라!

그 옛날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같은 천재들이

하늘을 쳐다보며 상상하고 사유하며 추론했던 것들을

지금 우리는 편하게 앉아서 너무나도 쉽게 접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그토록 갈망하며 알고 싶어 했던 그 진리들을, 원리들을.

 

놀랍지 않은가?

인류의 역사 이래 가장 많은 지식들을 접하고 있는 세대가

바로 우리라는 게.

 

현대는 원더풀 월드다. 기적의 시간이다.

유한한 시간을 쪼개 무한한 세계를 알아보는 신기원의 현대다.

우리 서로 경하드릴 일이다.

 

그렇지만 과학은 너무 어렵다.

내 두뇌의 능력을 너무 리얼하게 깨닫게 해준다.

그래도 좋다. 이해가 되든 말든 상관없이

과학이 주는 지적 자극만으로도 나는 즐겁고 행복하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북다이제스터 2023-08-18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한 가지 염려되는 점은 과학에서 밝혀진 사실이 이러하기 때문에 인간도 그래야 된다는 ‘존재와 당위’ 문제입니다.
과학을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그런 측면을 넘 많이 보아서 걱정됩니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