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택견을 마치고 올쯤 엘리베이터근처에서 기다리노라니 울음섞인 연우의 목소리가 간간히 울려나오는것 같았다. 아니나다를까 건우와 연우가 평소보다 귀가가 이른 아빠랑 이야기를 하며 내렸다.
나: 건우야, 연우야. 택견 재밌었니?
건우; 네, 근데 연우는 별룬가봐요.
연우: 그게 아니고요. 민수오빠가 나쁘다구요..
나: 민수? 민수가 누구더라..
연우: 민수오빠가 조용한 목소리로 나보고 나가라고 했단 말예요..
연우말이라면 쌍심지를 켜고 설명을 하는 건우가 왠일인지 눈을 멀뚱멀뚱하였다.잠깐사이 아이들은 땀내를 휙풍기며 집안으로 들어갔다.
연우에게 얼른 샤워를 하라고 목욕탕으로 들여보내고 건우를 잡고 물어보았더니 전수관에 오는 다운증후군인 민수에게 마음이 단단히 상한 모양이다.
연우가 택견을 하러 나가기 시작한건 고작 삼일째다.
집밖으로 데리고 다니기 시작하자 건우는 집에서와는 달리 제법 동생을 잘 챙기는 눈치였다. 그런데 전수관에 그전부터 건우와 같은 저녁 시간에 택견을 배우는 민수는 나이가 열일곱,여덟은 되어보이는 큰형이다. 나이가 많기는 하지만 다운증후군인 장애아라서 생각이 많이 어리고 주위의 이해가 필요한 아이였다.
다행히 건우는 초등학교입학하자마자 반에 뇌성마비인친구와 정서장애를 겪고 있는 친구와함께 수업을 받아본 경험이 있어 민수를 잘 받아들이고 도와주기도 하는 눈치였다.
일전에는 쵸코파이와 음료수를 가지고 왔기에 물었더니 건우는 민수가 자기를 좋아한다며 준 선물이라고 가져와 받았노라고 내밀기도 하였다. 그런데 건우가 동생을 데리고 와 챙기니 아마도 민수가 좀 서운했던 모양이었다.
샤워를 하는중에도 제 아빠에게 민수에 대해 뭐라고 설명을 해대는 연우의 목소리가 물소리에 섞여 목욕탕을 넘쳐 나왔다.
연우를 씻기고 나오는 아이들 아빠의 얼굴은 여전히 감이 안오는 모양이다.
나: 연우야 민수오빠는다운증후군이라는 병이 있어서 태어날때부터 생각주머니가 작아. 어쩜 너보다도 생 각주머니가 더 작을지도 몰라
연우: 하지만 민수오빠는 건우오빠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은데요?
나: 민수오빠는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됐대. 그건 유전적인거라 설명을 하긴 어려운데 그건 아빠한테 따로 설명을 듣고, 민수오빠는 생각주머니가 작은 장애인이야. 그래서 때로는 연우를 속상하게 할지도 몰라.하지만 그건 그 오빠가 일부러 그러는게 아니니까 연우가 오빠가 나이는 더 믾지만 동생이다하고 생각해주면 안될까?
연우: 민수오빠의 생각주머니는 자라지 않나요?
나: 글쎄, 잘 모르겠네. 아주 안자라기야하겠냐만 보통 사람들과 좀 다르거든..
연우: 알았어요. 노럭은 해볼께요..그런데 장애는 팔이나 다리 뭐, 이런데가 불편한 사람 아닌가요?
연우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건우는 제가 연우와 민수사이의 다툼의 발단이 됐다고 생각했는지 영 뻘쭘한 표정으로 엄마와 연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장애의 종류에 대해 설명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얼굴도 못본 민수의 부모는 얼마나 오랜 세월을 주변과 또한 스스로를 설득해가며 살아왔을까...
새삼 건우와 연우의 <성함>이 특혜처럼 느껴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