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점심시간에 잽싸게 나가 장을 봤다. 몇가지 사고 나니 제법 무게가 나간다.

같이 일하는 동료가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고 해, 처음에는 사양하다가 에라 한번 신세지지뭐 하며 서둘러 건우에게 퇴근시간에 맞춰 연우를 유치원에서 찾아 회사로 오라고 연락을 했다.

날이 영 찌뿌드해서였을까, 연우얼굴이 영 개운치 못했다.

차를타고 이삼분이나 갔을까, 연우가 볼멘 소리를 하고, 그소리에 그만 짜증이 난 건우가 계속 동생에게 퉁박을 준다.

남의 차를 얻어타고가며, 아이들이 징징거리자 미안한 마음에 짜증이 났다. 건우의 퉁박을 말리며 연우에게도 조금 나무라는 말투가 되어 버렸다.

연우: 엄마, 사람이 좀 울면 안돼요?

나: 뭐?

연우: 울 시간좀 주세요...자꾸 눈물이 나는데, 나도 좀 울어야겠어요...

나: 그래, 그럼 울어...

가끔 집에서도 울시간을 달라고는 했지만 밖에서는 처음인지라 좀 황당했다. 그런데 울라고 하자 정말로 으앙하고 울음을 터뜨리더니 또 금세 울음끝이 잦아들었다.

코끝이 빨간 아이얼굴을 힐끔거리며 다시 물었다.

나: 연우야, 유치원에서 친구랑 안좋은 일이 있었니?

연우: 네..

나: 뭔데?

연우: 유치원에서 **가 자꾸 혀를 메롱거리며 나를 놀렸어요.

나: 그럼, 너도 얼른 메롱 해줘보지.

연우: 내가 메롱 하려고 하면 걔는 어느새 저리로 도망가서 날 안보고 있단 말이예요..

나: 그게 그렇게 속상하면 선생님한테 도와달라고 상의를 해보지.

연우: 선생님은 바쁘시고요, 걔는 나도 따라 복수(?)를 해주면 지네 담임한테 이른단 말이예요..

나: 그래도 친구랑 문제가 있으면 싸우든 화해하든 그자리에서 해결을 하는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네가 마음속에 오랫동안 속상해할거면서 그자리에서 해결을 해보지..

연우: 그럼 어떻게 해요?

나: 걔가 평소에 너한테 와서 자주 놀리고 도망을 가잖아. 그럼 다음에는 걔가 네옆에 올때쯤 잘보고 있다가 걔가 놀릴것 같으면 얼른 네가 먼저 혀를 내밀어주든지, 아니면 걔가 놀릴때 귀를 막고 안들린다고 해보면 어때?

내말이 황당했는지 연우가 비실비실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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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30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우 넘 귀여워요^^

해리포터7 2006-06-3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흐..울시간을 달라..정말 깜찍한 연우 님이 가르쳐주신 방법 연우가 써먹을까요?ㅋㅋㅋ

건우와 연우 2006-06-30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황당할때가 더 많지요^^

건우와 연우 2006-06-3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터님, 연우가 좀 방안퉁수라서요. 친구들한테는 끝없이 약합니다^^

전호인 2006-06-30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동심이 묻어나는 것이 느껴지네여.
정말로 귀엽습니다.
한참을 웃었어여.
아이들의 순진한 생각과 행동과 말을 느끼면서.....

건우와 연우 2006-06-30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호인님.안녕하세요.^^ 애들이 가끔 황당하죠. 순진하기도하지만...^^

치유 2006-06-30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귀여워라..눈앞에서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놀고 있네요..
ㅋㅋ제겐 웃을 시간를 주세요..!!
엄마와 대화가 잘 통해서 결국엔 베시시 웃는 연우의 모습이 너무 좋아 보여요..
그렇게 엄마에게 털어놓고 이야기 할수 있다는게 ...
그리고 아이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며 들어줄수 있다는게요..

건우와 연우 2006-06-30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배꽃님 이런얘기를 애들아빠한테 해주면 애나 어른이나 똑같다고 혀를 찹니다^^

2006-06-30 20: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6-06-30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써먹을래요. '울 시간을 좀 주세요.' ㅎㅎ

건우와 연우 2006-06-30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오늘 속상하셨겠네요.. 애들은 그래도 어른보다는 금방 잊는것 같아요. 님도 잊으세요. 아이는 내일 또 멀쩡한 얼굴로 친구랑 놀걸요^^
조선인님, 찾아와주셔서 감사... 근데 너무 자주 울지는 마세요. 마로가 배울라^^

춤추는인생. 2006-07-01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전 연우가 왤케 멋져보이는거지요? 울시간을 주세요.
와 그말을 하고 있는 연우의 진지한 모습을 제맘대로 생각해 보고 있는 중입니다. ^^

건우와 연우 2006-07-02 1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님, 좋은 주말이신가요?^^ 연우는 가끔 정신연령이 심히 들쑥날쑥입니다. 노인에서 유치원생까지.. 그래서 엄마를 자주 황당하게 하지요..^^

치유 2006-07-03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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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휴일 잘 보내셨지요??

편히 쉬세요..^^&


씩씩하니 2006-07-03 17: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시간을 주세요~ 와,,그 말이 가슴에 띵!하고 울림을 남기는걸요?
아이를 키우다보면 아이들의 여린 감성이 이렇게 작은 일에도 배어나는걸 느끼게 되요..연우에게 제 대신 뽀뽀라두 날려주세요~~~

瑚璉 2006-07-04 0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헨델의 리날도 중에 있는 '울게 하소서'를 들려주시면 어떨까요? (휙~)

로드무비 2006-07-04 1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하도 친구가 50원 안 준다고 대성통곡하고 들어왔어요.
어른들이 보기엔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날 아이에겐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던 거죠.
아이들이 상처 같은 것 많이 안 받고 씩씩하게 커줬으면 하는
바람 외에는, 부모가 해줄 일이 별로 없네요.;

건우와 연우 2006-07-04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씩씩하니님. 찐하게 뽀뽀날렸습니다.
호질님. 그래볼까요 호~
로드무비님. 연우는 건우한테 자주 당해서인지 설움이 더많은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