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서엔 열댓명쯤이 일한다.

 

많지도 않은 숫자고 벌써 몇년을 같은부서에서 일하건만, 최근 몇년을 툭하면 구조조정이다 뭐다해서 이부서 저부서로 이름바꾸고 찍어붙여놓고 해서 어느순간부턴가 사내부서명이나 인원수등을 통째로 잊어버리는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뭔 조화속인지...

아주 가끔씩 이 기억상실이 정신질환이 아닐까하는 의심까지 들정도로 새까맣게 기억이 안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우리 부서의 인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쨌든 우리 부서엔 열대여섯명쯤이 일하고 그중의 한명이 임시직원이다.

임시직으로 일하는 그는 아직 젊고 성실하다.  결혼한지 이삼년된것같고 아직 애는 없다.

그는 정규직과 별반 다를바 없는 일을 성실히 한다. 간혹 남들이 싫어하는 허드렛일이 있으면 당연히 그일은

그의 차지가 되곤 한다.

그의 월급날은 월초고 나의 월급날은 월말이다.

어느날 무심코 그의 급여내역을 본몇달전부터 내월급봉투가 책상에 놓여져 있는 날이면 잽싸게 치우곤 하게 되었다.

혹여나 그가 보았을까, 조바심치면서...

월말이면 다른 사람들의 책상위에 놓여있는 월급봉투를 표안나게 서랍에 밀어 넣으며 자꾸만 가슴이 죄인처럼 두근거린다. 행여나 나의 월급봉투가 저이의 분노가 되지는 않을까하고...

사실 그의 급여를 짐작못했던 것도 아니었건만 내눈으로 보기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눈감고 있었으리라.

또한 지금 알고 있다고 해도 딱히 어찌해볼 의지도 사실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새가슴처럼 여기저기 펼쳐져있는  월급봉투를 숨기며, 마음속의 화끈거림을 숨기는것밖에는...

그리고 나는 비겁하게 건우와 연우를 다그칠뿐이다. 이무시무시한 경쟁사회에서 너희는 무엇으로 살겠느냐고...

우리 아이의 미래가 월급봉투처럼 컴컴한 서랍속으로 디밀어지고 있는 월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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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6-27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시직...이건 100% 사측의 노동력 갈취라고 생각됩니다..

sooninara 2006-06-27 15: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다른나라나 우리나라나 비정규직 아니면 일자리가 없죠.
그들이 정규직이 되기가 얼마나 힘들지...ㅠ.ㅠ 저도 아이들에게 밥값하고 살려면 공부 열심히 해야된다고 말해요.

물만두 2006-06-27 15: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암담합니다 ㅠ.ㅠ

야클 2006-06-27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그래도 전 님의 따뜻한 배려가 더 크게 느껴지네요. 왠지 그분의 분노 보다 마음아픔을 피하기 위한 행동이 아닐가 싶어서요.^^

모1 2006-06-27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오와 연우님..멋지십니다. 그 배려...

치유 2006-06-27 1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 따뜻한 보이지 않는 배려..
아마 그분도 눈치 채시고 속으로 그 배려에 감사해 하실것 같아요..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 맞습니다, 노동력갈취. 김대중정권때 가장 잘못한 일이 비정규직문제였다고 생각해요. 더우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앞장서야할 공공기관이 오히려 정부산정 최저임금으로 그들을 옭아메는 만행을 저지르는데 앞장서곤 하지요ㅠㅠ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 정말 슬픈일이예요. 젊은이들에게 성실한 노동에 대한 비젼을 제시해주지 못하는 나라는 희망이 없다고 봐요..
수니나라님 찾아주셔서 고마워요. 재진이나 건우 연우 같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도 빨리 비정규직의 문제가 해결돼야될텐데요...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클님 그렇게 생각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치만 소심해서 그런게 먼저라는...ㅠㅠ

건우와 연우 2006-06-27 1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 저 소심한거예요. 거기다 살짝 비겁하기도... 그치만 모1님이나 배꽃님까지 이렇게 말씀하시니 울끈 불끈 용기를 내서 꾸준히 노력해볼께요..
모님, 배꽃님, 두분다 더위에도 즐겁게 보내세요^^

씩씩하니 2006-06-27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쩌면,,,그렇게 세심한 배려를....
저를 반성해봅니다..그냥 무심한 행동으로 혹여 상처를 준 적은 없을까여...
봉투를 감출 수 있는 그 맘을 못가졌었다는게...많이 미안하네요...

건우와 연우 2006-06-27 2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 반가워요. 다들 제소심함을 그렇게 따뜻하게 이해해주시다니 ㅠㅠ
그래도 조만간에 그가 더 나은곳이나 혹은 그런 조건에서 일했으면 싶어요...

씩씩하니 2006-06-28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연우님 새로운 직장을 위해서 기도할께요,,아자~

치유 2006-06-29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우와 연우님!!
님의 댓글에서 매니저를 둬야 한다고 하시더니
어젠 정말 매니저를 둬야 할 만큼 바쁘고 일도 많게 지나갔어요..
그러기에 내내 님께서 하신 그 말에 너무 황홀해 하며 즐거워하던 나를
상상하며 바빠도 즐거웠답니다..
사람에게 한마디 할때마다 힘을 준다는 말은 정말 약인것 같아요..
그 약발에 힘을 얻고 또 방방 거리면서도 행복해 할수 있고..
피곤했지만 피곤한줄도 모르고 지치지도 않고..
어젠 대표 기도도 있어서 오전 내내 찬송을 들어야 했고
손님 오신다기에 청소도 비지땀 흘리며 해야 했고
말씀도 타자해야 했지만
밤에 기도를 마치고 목사님을 비롯한 여러 분들이
기도에 너무나 은혜를 받았다고 하시기에 모든 피곤이
다 가셔버리더라구요..
오늘도 날 기다리고 있는 사소한 일들이 많지만 그래도
또 난 매니저 둘 생각으로 열심히 동동거리며 지내려 합니다..
이렇게 부지런히 알라딘도 오가면서..
님의 한마디에 천군만마를 얻은듯 행복했던 배꽃이었습니다.

2006-06-29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건우와 연우 2006-06-29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연우는 받는것만큼 쓰는걸 즐깁니다. 님덕분에 쓸곳이 생겨 좋아라합니다.

2006-06-29 18: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6-06-29 2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6-07-04 1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묵직한 중량의 페이퍼네요.

건우와 연우 2006-07-0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무비님. 임시직문제는 가슴에 얹힌 돌덩이같아요...

푸하 2006-07-0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마음, 보고 미소짓고 갑니다.
소심한 제게 먼저 손내밀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__;

건우와 연우 2006-07-07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님 와주셔서 감사감사!! 님서재에 몰래 다녀오는거 그만하고 인사하길 잘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