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서엔 열댓명쯤이 일한다.
많지도 않은 숫자고 벌써 몇년을 같은부서에서 일하건만, 최근 몇년을 툭하면 구조조정이다 뭐다해서 이부서 저부서로 이름바꾸고 찍어붙여놓고 해서 어느순간부턴가 사내부서명이나 인원수등을 통째로 잊어버리는 증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게 뭔 조화속인지...
아주 가끔씩 이 기억상실이 정신질환이 아닐까하는 의심까지 들정도로 새까맣게 기억이 안나는 순간도 있다. 그래서 나는 현재 우리 부서의 인원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어쨌든 우리 부서엔 열대여섯명쯤이 일하고 그중의 한명이 임시직원이다.
임시직으로 일하는 그는 아직 젊고 성실하다. 결혼한지 이삼년된것같고 아직 애는 없다.
그는 정규직과 별반 다를바 없는 일을 성실히 한다. 간혹 남들이 싫어하는 허드렛일이 있으면 당연히 그일은
그의 차지가 되곤 한다.
그의 월급날은 월초고 나의 월급날은 월말이다.
어느날 무심코 그의 급여내역을 본몇달전부터 내월급봉투가 책상에 놓여져 있는 날이면 잽싸게 치우곤 하게 되었다.
혹여나 그가 보았을까, 조바심치면서...
월말이면 다른 사람들의 책상위에 놓여있는 월급봉투를 표안나게 서랍에 밀어 넣으며 자꾸만 가슴이 죄인처럼 두근거린다. 행여나 나의 월급봉투가 저이의 분노가 되지는 않을까하고...
사실 그의 급여를 짐작못했던 것도 아니었건만 내눈으로 보기전에는 무의식적으로 눈감고 있었으리라.
또한 지금 알고 있다고 해도 딱히 어찌해볼 의지도 사실은 가지고 있지 못하다. 다만 새가슴처럼 여기저기 펼쳐져있는 월급봉투를 숨기며, 마음속의 화끈거림을 숨기는것밖에는...
그리고 나는 비겁하게 건우와 연우를 다그칠뿐이다. 이무시무시한 경쟁사회에서 너희는 무엇으로 살겠느냐고...
우리 아이의 미래가 월급봉투처럼 컴컴한 서랍속으로 디밀어지고 있는 월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