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시, 아들 고등학교 졸업식이다.
아이들은 수능이 끝난 다음 날부터 교복을 입지 않고 자유로운 복장으로 학교에 다녔다.
졸업식에도 당연히 교복을 입지 않는다.
녀석들은 모두 양복을 입기로 했는지, 우리아들도 어제 양복을 사겠다고 했다.
아들은 월욜에 진학할 대학 과 선배들이 소집한 OT에 가느라,
지난 주말 제 여동생이랑 나가서 셔츠와 자켓을 샀는데 썩 어울려 보였다.
엊그제 산 자켓을 입으면 되는데 굳이 양복을 살 필요가 있느냐~
네 친구들이 다 입는다고 했더라도, 실제로 양복을 다 사입기는 어려워.
네돈이든 내돈이든 졸업식 날 하루 입자고 양복을 사는 건 낭비다.
대학을 다녀도 양복은 거의 입지 않는다.
차라리 양복 살 돈으로 3월부터 학교 다닐 때 입을 옷을 여러 벌 사는 게 낫다... 등등
녀석은 설날에 받은 세뱃돈과 빵집에서 받은 알바비까지 70만원을 엄마한테 맡겼고,
앞으로 받을 알바 수입까지 합하면 120만원은 족히 될테니 제 맘대로 하고 싶은지
"양복 살거야,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밥도 뜨는 둥 마는 둥, 빵집으로 일하러 가는 녀석의 손에 카드를 쥐어 보내면서도
양복을 사기 전에 한번만 더 생각해보라고 거듭 당부했다.
12시 마감인 방과후학교 강사 지원서를 내고 돌아오는 길에 아들과 같은 반 엄마를 만났다.
자기 아들도 양복을 못사게 했더니 툴툴거리며 남은 세뱃돈을 몽땅 들고 나갔단다.
어이구, 철없는 녀석들~ 저희들 대학등록금에 등골 빠지는 부모 생각은 안하고.....
아니, 왜 학교는 교복을 안 입고 사복을 입게 하는 거야? 등등 푸념을 주고 받았다.
집에 돌아오니, 녀석은 양복을 사지 않고 컴퓨터 게임을 즐기는 중이었다.
잠시 후 같은 반 친구가 대학등록금 고지서를 출력하러 왔기에,
양복을 샀느냐 물었더니 자기는 양복을 안 입는다고 했다.
그래서 며칠 전 산 자켓을 보여주며, 이걸 입어도 양복보다 훨씬 멋지지 않겠냐 부추겼지만
그래도 아들녀석은 양복과 구두를 사겠다며 나갔다.
...... 무슨 맘을 먹었는지 양복을 안 사고 빈손으로 들어왔다.
이쁜 녀석, 기특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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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6일, OT 갔다가 자정이 지나 귀가한 녀석은,
덥수룩한 머리를 잘라낸 염색 머리와 멋진 쟈켓 인증샷을 요구하는 엄마를 향해 포즈를 취하며 썩소를 날려주었다.ㅋㅋ
"아들, 엄마는 성공했다. 키가 180은 좀 못돼도 그만하면 어디 내놔도 빠지지 않을 아들이야!"
고슴도치 엄마의 호들갑이 싫지 않았는지, 어쩌면 적당한 알콜 기운이 마음을 활짝 열어놓았는지....
오늘 졸업식에 양복을 안 입고 이렇게 입어도 훌륭하지 않겄습니까?^^
이 사진은 큰딸이 보고 나면 삭제할거라, 먼저 보신 분은 땡 잡으신 겁니다.ㅋㅋ
=>2/11 사진은 삭제했습니다. 우리딸이 EBS특집 같이 본다고 내려왔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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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졸업을 축하한 알라딘 이모 M님의 책선물은 지난 페이퍼에 올렸고,
오늘은 중학교 졸업할 때 선물받은 인증샷을 3년이나 지나서 올린다.^^
어쩌다 보니 선물받고 시간이 많이 지나 올리기도 뻘줌해서 통과했는데...
<고전문학의 향기를 찾아서>는 입학할 고등학교가 꼭 읽으라고 추천한 도서였고, <한국의 미 특강>은 독서회원이 급하게 선물한다고 우리 책을 사 가버려서 없었는데... 다시 구입하려고 보관함에 담은 걸 ㅊ님이 졸업선물로 보내셨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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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전, 여의도에 사는 둘째 고모가 구두 티켓을 두 장 보냈다며 전화를 하셨다.
중학교 졸업할 때도 30만원을 보내줘서 교복도 사고 가방까지 샀는데....우린 막내라고 받기만 해서 염치없다.
구두보다는 실용적인 랜드로바를 사고, 메이커 운동화나 하나 사줘야겠다.
물론 녀석이 맡긴 70만원에서 계산할 거고...
머리 염색 25,000원
셔츠와 자켓 160,000원
과 학생회비 200,000원
졸업식날 용돈 30,000원
운동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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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아들 담임선생님은 1년동안 여러가지로 신경을 많이 써 주셨다.
사탐 문제집 건으로 부장샘과 갈등을 겪었을 때도, 문제집을 사주면서 위로하고 힘을 주셨다.
엊그제 전화 통화할 때, 대학 입학 전에 기차여행을 하면 좋겠다고 자유이용권을 알려주셨다.
'To Sir Wlth Love~~~~'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 마음이지만, 감사의 마음을 책으로 대신한다.^^
나꼼수 응원하기 댓글 이벤트에 담첨돼 2달쯤 지나서 랜덤으로 보내 준
김어준 사인본 <닥치고 정치>
"44명 모두 내 아들이니까, 너희 오빠들이다!"
하시며 어린 두 딸을 데려와 인사 시켰다는 선생님의 딸들을 위한 책도 준비했다.
<나, 이사 갈 거야>아스트리드 린드그렌 / 논장
'트집쟁이 거리'에 사는 다섯 살 로타는 왜 옆집으로 이사 갔을까?
이런 경우에 어른들은 보통 가출이라 말하지~^^
로타는 옆집으로 이사가서 혼자 잠자리에 들었는데, 늘 노래를 불러주는 아빠 생각에 눈물이 나고.... 그래서 다시 집으로 이사를 가려나?
남북어린이가 함께 보는 권정생님 <똑똑한 양반>
딸들을 위한 책,
딸이 자라서 엄마가 되고 할머니가 되는... <언젠가 너도>
<동시는 똑똑해>김미희 / 뜨인돌어린이
내가 동시집을 제법 읽었는데도, 이 동시집 꽤 신선했다.
과학을 동시로 끌어들인 센스쟁이 시인이 궁금하다.
똑똑한 동시를 읽으며 같이 놀다보면 독자도 동시처럼 똑똑해지겠다, 분명히~~ ^^
중력 3
지구는
모든 물건을
끌어당긴다
모두 날아가 버리면
혼자서 심심하니까
무엇이든 잡아당기며
같이 놀아 달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