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비즘은 프랑스 출신의 조르주 브라크와 파리에 정착한 스페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 두 젊은 예술가에게서 출발한다. 이들은 다양한 영향을 흡수하는 동시에 전통적 재현의 규범을 해체하고, 기하화와 추상을 통해 새로운 시각적, 개념적 언어를 구축했다. 원근법은 투명한 무채색의 선형 격자로 대체되었으며, 양감과 모티프는 납작한 다면의 평면으로 분해되어 대상을 암시하는 형식으로 재구성되었다. 이후 파리에 거주하던 스페인 작가 후안 그리스 역시 합류하며, 그 전개를 한층 심화시켰다.

 

처음에는 제한된 범위에서, 전개되었던 이들의 급진적인 실험은 곧 로베르 들로네, 알베르 글레이즈, 페르낭 레제 등 다른 그룹에 속한 예술가들에게 확산되었고, 파리의 살롱 전시를 통해 논쟁을 불러 일으켰다. 이후 기욤 아폴리네르는 그 내부의 다양한 경향을 구분했다. 앙리 로랑스, 자크 립시츠는 조각 분야에서 큐비즘을 실험했다.(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퐁피두 한화 서울 제공)



 

 

 

 








1907년 세잔의 회고전을 방문하고 강한 인상을 받은 파블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는 그 후 3년 동안 실험적 작업을 한다. 브라크의 정물화와 풍경화를 본 평론가 루이 복셀은 ‘기하학적 도식, 즉 큐브(cube)로 환원되었다’는 표현을 써 피카소와 브라크는 <큐비스트>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p.230, 조르주 브라크 ‘에스타크의 집’, 1908년

 

조르주 브라크는 프랑스 남부에 있는 마을인 에스타크를 납작한 모양의 큐브로 그린 작품 ’에스타크의 집‘을 통해 대상을 단순화시킨다. 브라크의 영향을 받은 피카소도 처음엔 그와 비슷한 그림을 그리지만 나중엔 아이디어의 가능성을 더 확대시킨다. 1910년 경의 갈색과 회색톤, 기하학적 형태로 이루어진 이 시기의 그림을 ‘분석적 큐비즘(p.232)’이라고 한다. 모든 것은 파편화 되어 있고 미학적 장치는 모두 생략된 회화였다. 대상들을 쪼개며 다른 여러 시점에서 보았을 때의 형상으로 표현했다.


-p.233, 파블로 피카소, ‘아비뇽의 여인들’, 1907년

 

큐비즘을 말할 때, 바르셀로나의 매춘부를 그린 피카소의 <아비뇽의 여인들(1907년)>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그림은 큐비즘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이다. 핑크빛 누드의 다섯 여인 중, 세 명은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두 명은 아프리카 사람의 얼굴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의 토속 장식품, 세잔의 ‘목욕하는 사람들’, 엘 그레코의 ‘성 요한의 계시’를 참고하여 여지껏 볼 수 없었던 획기적인 그림을 완성시킨다. 그 후 피카소의 그림은 알아볼 수 있는 형태와 선명한 색감으로 변화되며 여러 오브제를 사용한다. 피카소의 ‘파피에 콜레(종이 콜라주)’ 기법이다.

 

브라크와 피카소에 의해 시작된 큐비즘은 후안 그리스, 로베르 들로네, 알베르 글레이즈, 페르낭 레제 등 다른 그룹에 속한 예술가들에게 확산된다. 아폴리네르와 그의 연인인 화가 마리 로랑생도 이 시기에 활동한다. 너무 조각나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이 조금 어렵다면 후안 그리스의 작품은 훨씬 더 알아보기 쉬워 관객에게 친근하게 다가온다. 큐비즘의 여러 실험적 태도는 다른 지역으로 전파되었고 그곳에서 개성있는 양식으로 창조되었다. 러시아의 수프리마티즘과 레이오니즘으로, 또한 다다와 초현실주의, 20세기 조각과 건축에 까지 영향을 주었다.



 

 

 








파리의 마레 지구, 특히 보부르 지역은 낙후된 곳이었는데 이곳에 조르주 퐁피두 대통령은 재생사업을 목적으로 문화센터를 만들었다. 대통령의 이름을 따 1977년에 개관한 <퐁피두 센터>는 현대 미술관, 도서관, 어린이를 위한 공간 등 다양한 문화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금은 프랑스의 메츠, 스페인 말라가, 벨기에 브뤼셀, 중국 상하이에까지 진출했고, 2026년 한국에 파트너십으로 개관했다. 에펠탑처럼 철골을 주재료로 했고, 보통 보이지 않을 내관을 외부에 배치했다. 외관의 파이프는 전기, 물, 공기가 지나가는 통로이다. 피카소, 칸딘스키, 마티스, 샤갈, 미로의 작품이 많다. 4층과 5층에 위치한 상설 전시장에는 주기적으로 전시되는 작품이 바뀌고 나머지는 세계 다른 미술관으로 옮겨가며 전시된다. 퐁피두 센터 5층엔 아방가르드 작품이, 4층은 1965년 이후의 동시대 다양한 예술 작품이 있다.

 

[흔히 사람들은 현대 미술이 어렵다고 말합니다. 10년만 지나도 급변하는 세상인데 100년 전에 ‘마이웨이’를 걸은 예술가의 마음속을 이해하기란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겠지요. 하지만 이 시기가 존재했기에 오늘날의 대중문화가 탄생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내면의 아름다움을 연구하는 현대 미술은 우리 내면에 존재하는 감정을 일깨워주곤 하지요. 다시 말해 예술가가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여러분이 예술가의 삶에 다가가는 것입니다. -p.270]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이 개관했다. 개관전인 <큐비스트: 시각의 혁신가들>은 1907년부터 1927년까지의 큐비즘의 변화를 조망하고 여러 큐비스트의 그림을 시대별로 전시한다. 조르주 브라크와 파블로 피카소에 의해 시작된 큐비즘은 로베르 들로네, 소니아 돌로네, 알베르 글레이즈, 페르낭 레제 등으로 이어지고, 작품의 경향도 달라진다. 큐비즘의 시작(1907~1908), 분석적 큐비즘(1909~1911), 살롱 큐비즘(1910~1913), 오르픽 큐비즘(1912~1914), 종합적 큐비즘(1912~1914), 국경을 넘은 큐비즘(1912~1914)의 6개의 섹션으로 전시된다. ’오르픽 큐비즘‘은 예술가가 전적으로 창조하고 강력한 현실성을 부여한 요소들로 새로운 총체를 그려내는 것이다. ‘KOREA FOCUS'라는 이름의 특벽 섹션은 20세기 전반의 큐비즘과 아방가르드의 영향을 받은 한국의 다양한 작품을 보여준다.

 

몇 년 전 파리 여행을 갔을 때, 파리에 있는 미술관 중 어디를 가고 어디를 패스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다. 루브르와 오르셰는 무조건 가야할 것 같고, 오랑주리에서 모네의 수련을 보고 싶어 퐁피두 센터는 패스하여 아쉬웠다. 한국에 퐁피두 분관이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웠는데 드디어 개관을 해 다녀왔다. 63빌딩의 상징이었던 아쿠아리움을 없애고 그곳을 리노베이션한 전시장은 멋있고 쾌적했다. 공간이 넓고 길어 관람객들이 분산될 수 있었고 전시장 가운데에 의자가 많아 중간에 쉴 수 있어 좋았다. 전시장 안에 식당과 카페가 많아 그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고 셔틀 버스를 타고 지하철역까지 갈 수 있는 편의 시설도 괜찮았다.

 

63빌딩은 우리나라의 고층 건물의 상징이었고, 그곳에 있는 아쿠아리움은 지방에서 친정 엄마가 오셨을 때나, 딸아이가 어릴 때 많이 다녔던 곳이다. 그 후 코엑스와 롯데 월드타워에 아쿠아리움이 생겨 63빌딩은 잘 안 가게 되었다. 시간이 흘러 당신이 오늘 한 일을 금방 잊어버리는 중증 알츠하이머 현상을 보이시던 엄마를 모시고 월드타워 아쿠아리움에 엄마를 모시고 간 적이 있다. 내가 한 일, 보고 들은 것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이야말로 생의 가장 슬픈일이 아닐까? 그래도 우리 형제들은 무조건 엄마를 모시고 다녔다. 엄마는 물 속에 있는 물고기를 보는 것을 힘들어하셨다. 조명 탓에 물이 울렁이는 모습을 보고 어지럽고 무서워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셨다. 뜬금없이 큐비스트의 작품 전시 덕분에 돌아가신 엄마를 잠시 생각하게 되었다.

 

제미나이에게 아쿠아프라넷 63에 있던 수중 생물들은 다 어디로 갔냐고 질문했다. 그것들은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보유한 다른 전국 아쿠아플라넷 지점들로 나뉘어 재배치되었다고 한다. 아쿠아플라넷 일산, 광교, 여수, 제주 등 전국 계열 지점으로 분산 이전 되었다고. 희귀 해양 표본(실러캔스 등)도 다른 곳으로 이동해 보관, 전시 중이라고 한다.

 

모든 것이 조각난 큐비즘은 한 눈에 이해하기 어렵다. 인상주의 화가 그림처럼 그냥 보기만 해도 감정이 뿜어져 나오는 것과는 다르다. 순간의 현상과 느낌으로 그린 그림답게 관객도 순간적인 감상에 사로잡힌다. 반면 큐비즘 계열의 작품은 오래보아야 하고 해설도 참고해야한다. 뭘 말하는지 잘 모르지만, 자세히 보고 해설을 참조하면 그제야 ‘아! 그렇구나!’라고 이해가 되면서 한편으로 감탄하게 된다. 사람이나 여러 가지 형상을 어쩜 이렇게나 창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 예술가의 위대함을 실감하며 역시나 존중하게 된다.

 

이번 전시는 모든 것이 새로워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조금 알고 있었던 피카소와 브라크 말고도 다른 여러 생소한 화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어려웠던 피카소와 브라크의 작품도 좋았지만 후안 그리스의 작품은 새로운 발견이었다. 친근하고도 더 의미있게 다가온 것 같아 반가웠다.






-프란티세크 쿠프카


-지노 세베리니


-장 메챙제


-마리 로랑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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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6-09-08 1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좀 전에 댓글 팍팍 썼다가... 가만 보니까 제가 이 양반들을 좋아 하기는 한데 뭐 아는 게 없어서 도무지 말 해놓고 뭐라 했는지 저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몽땅 지웠습지요. 저 사는 모양이 다 이렇습니다. ㅋㅋㅋㅋ 팔자지요 뭐.

페넬로페 2026-09-08 20:02   좋아요 1 | URL
폴스타프님 말씀 듣고 싶어요. 지운 글 다시 팍팍 써 주세요. 그림들이 좋은데 사실 좀 어렵더라고요.
책을 읽어도 돌아서면 까먹으니 제 사는 것도 별반 다르지 않아요 ㅎㅎ

바람돌이 2026-09-09 09: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화 퐁피두센터가 63빌딩에 있었군요. 저는 63빌딩 한번도 못가본 촌여자. ㅎㅎ 63빌딩 처음 만들어졌을 때 어르신들 관광가고 하던 기억이 있어서 왠지 거기가면 촌스러워지는 느낌이랄까요? ㅎㅎ 이제 서울 나들이 가면 가볼데가 한군데 더 생겼네요. 퐁피두 핑계 대고 63빌딩요. ^
큐비즘 작품들은 처음 나왔을 때 또는 처음 접했을 때의 신선함은 있지만 작품의 여운이 오래가는 쪽은 아니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큐비즘 작품은 있어도 그냥 대충 보고 지나가게 되네요. 저기서 다음 전시 주제가 무얼지 궁금해지면서 그 때쯤 63빌딩 가봐야겠어요. ㅎㅎ

페넬로페 2026-09-09 10:06   좋아요 1 | URL
63빌딩이 오래 전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았던 빌딩이라 상징적이었던 것 같아요.아쿠아리움도 좋았어요.
큐비즘은 보기에는 신선하지만 바람돌이님 말씀처럼 오래 여운이 남지는 않아요, 그죠.
그래도 그들의 창의력은 대단한 것 같아요. 피카소는 정말 천재이고요.
다음 전시는 야수파라고 들었는데 확실한지는 모르겠어요.
입장료가 28000원이라 조금 비싸더라고요.

바람돌이 2026-09-09 12:33   좋아요 1 | URL
오 야수파 좋아합니다,. 독특하면서도 스토리가 있어 뭔가 얘기를 할 수 있는 그런 느낌이잖아요. ^^ 저는 서사를 좋아하는 인간이라서인지 이야기가 담긴듯한 그림이 좋더라구요. ㅎㅎ 근데 입장료는 정말 비싸네요.

페넬로페 2026-09-09 13:01   좋아요 1 | URL
저도 서사를 좋아해요. 그래서 책과 드라마,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도 야수파도 보고 싶은데 입장료와 부대시설 이용료가 상당히 부담 가더라고요
ㅠㅠ

hnine 2026-09-09 18: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화퐁피두 전시 보고 왔어요. 안그래도 여기 있던 수족관은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했었지요.
전시도 좋았지만 63빌딩이 세워지고 있을 당시 거기 살았었고 그 앞에서 버스 타고 학교 다니던 옛날이 생각 나서 감회가 깊었어요.
큐비즘에 대해 이렇게 탐구적인 글을 써주시다니, 전시 만큼 값집니다.

페넬로페 2026-09-09 17:41   좋아요 0 | URL
hnine님, 여의도에 사셨군요.
그럼 그쪽에서의 추억이 많으시겠어요.
전시장이 너무 좋았고 그림도 많아 저는 만족하고 왔어요. 다음 야수파 전시도 가보고 싶더라고요.

책읽는나무 2026-09-10 09: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63빌딩 중학교 때 수학여행 갔었던 곳입니다. 그 시절 수학여행은 도시 학교는 경주로 가고 시골학교는 반대로 도시구경을 하러 갔던 것 같아요. 저는 국민학교 때는 독립기념관 오픈하던 해여서 다녀온 기억이 떠오르네요. 그러다 중학교 갔더니 수학여행 때 독립기념관을 또 들렀다가 63빌딩 갔었어요. 그때 아이멕스 영화관에서 영화를 봤었는데 스크린의 입체적 압도감에 강렬하게 사로잡혔던 기억이 아주 생생합니다. 촌사람이었던 거죠.ㅋㅋㅋ 근데 시간이 흘러 아쿠아리움도 없어지고 미술관이 생기다니…새롭네요. 63빌딩은 제게도 참 추억돋는 장소이긴 합니다. 촌사람은 서울가면 무조건 63빌딩 구경하고 가야한다는 룰?이 있잖아요. 저도 부모님 모시고 63빌딩 구경가서 빌딩을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했었거든요. 여름에 잠깐 서울 갔었을 때 택시를 타고 지나가는데 건너편에 63빌딩이 보이는데 부모님 생각이 떠올랐었어요. 나중에 시간이 허락되어 서울 간다면 이번엔 쇼핑센타 말고 63빌딩 그림 전시 구경을 가야겠단 생각이 드네요. 전시장이 잘 되어있단 페넬로페 님의 정보가 큰 도움이 되었어요. 덕분에 큐비즘 잘 몰랐는데 큰 공부가 되었구요.^^

페넬로페 2026-09-10 10:11   좋아요 1 | URL
책나무님께서도 63빌딩에 대한 추억이 이렇게 많으시군요.
맞아요. 여기에 아이맥스 영화관도 있었어요. 말씀하시니까 기억나요. 저도 여기에서 어떤 다큐멘터리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엄마 모시고 아쿠아리움과 전망대 간 생각이 나 잠깐 울컥했어요. 어떤 장소나 음식에서 생각지도 않게 애도를 하게 되네요.

저도 이번에 처음으로 큐비즘에 대해 책을 읽어봤는데 돌아서면 까 먹습니다 ㅠㅠ